당원과 찐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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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과 찐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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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절기상으로 '소한'을 지났습니다. 과거 소한일 즈음엔 날씨가 무적이나 추웠습니다.

헌데 요즘은 날씨가 겨울답지 않게 별로 안 추운 즈음입니다. 저와 같이 없이 사는 사람들로서야 이처럼 안 추우면 좋기는 합니다. 우선 난방비가 많이 안 들어가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아서 장사가 안 된다고 아수성 치는 장사하시는 분들에게는 그야말로 설상가상인 것이 요즘날씨인 듯 싶습니다. 여하튼 어제는 퇴근하여 저녁을 먹고 밤 열 시경에 배가 또 출출하기에 "뭐 먹을 거 없을까?"라고 투정을 부렸지요.

그러자 아내가 감자를 쪄서 갖다 주더군요. 그래서 그 찐감자를 아내는 설탕에 찍어 먹고 저는 김치를 곁들여 먹었으며 딸은 사이다랑 함께 먹었습니다. 설탕에 감자를 찍어먹는 아내를 보노라니 과거 제가 어렸을 적의 어떤 편린이 생각나 이처럼 몇 자 적어봅니다.

너무도 일찍이 어머니를 여읜 탓에 저는 할머니의 손에 의해 자랐습니다. 당시는 다들 못 살았던 시절이었는지라 먹는 것 역시도 비루하기 짝이 없었지요. 설탕도 워낙에 비싼 것이었기에 저처럼 못 사는 사람들은 설탕 대신에 '당원'을 물에 타 마시곤 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당시의 어느 겨울날 밤에 하루는 할머니께서 감자를 쪄 주시더군요. 그래서 "뭐 마실 거 없슈?"라고 물었지요.(저는 오리지날 충청도 사람입니다.)

그러자 할머니께서는 "동치미랑 먹으면 되지 뭘 또 찾냐?"고 야단을 치시더군요. 그래서 "달콤한 설탕물이랑 먹으면 목도 안 막히고 좋은디유..."라고 애교를 떨었지요. 하지만 할머니께서는 요지부동이셨습니다. "보리밥도 제 때 먹기 힘든 판에 호강스럽게 설탕은 무슨..." 하지만 여전히 입을 쩝쩝거리는 손자가 안 돼 보여서였을까요. 할머니께서는 곧장 동네 구멍가게로 달려 가시더니만 당원을 사다가 물에 녹여 주셨습니다.

'당원"(糖原)은 설탕의 몇십 배나 되는 강력한 단맛(甘味)를 지녔기에 그 당원물에 찐감자를 먹는 맛은 쏠쏠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세월은 유수처럼 흘러 할머니께서는 진작에 저 세상으로 가셨고 저는 작년에 군에 입대한 아들과 여고생 딸을 둔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이야 당원이 어찌 생겼는지도 잘 모를 겁니다. 하지만 저처럼 40대 이상의 사람들은 모두가 잘 아는 맛이기에 그저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답니다. 날씨가 점점 더 추워집니다. 하지만 제 가정은 언제나 당원처럼 그렇게 달콤한 스위트 홈으로 만들어 나갈 요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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