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말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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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말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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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중증 경솔病, 반성해야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나라 전체가 무언가 꼬여도 한참 꼬인 느낌이다.

한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인 정당인이 자기 나라 군대를 지칭해 '해적'이라 하지를 않나, 유명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서슴없이 대통령을 노리갯감으로 입에 올리고, 출연진들에게 비인간적인 공격을 가하는 일을 무슨 재주라도 되는 양 뽐낸다.

K팝의 글로벌 기대주인 소녀시대의 멤버 태연이 한 방송에서 흑인 가수 얼리셔 키스에게 "흑인치고는 예쁘다."고 한 발언이 인종비하로 낙인 찍혀 전 세계 팬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는 소식이다.  또 다른 멤버 유리는 흑인을 흉내 낸다며 과장된 몸짓을 하면서 "Yo, You Die(넌 죽었어)"라 말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코미디 소재로 흔히 쓰여 온 흑인비하, 우리가 거기에 너무 둔감해진 사이에 소녀시대도 재미로 한 행동 정도로 볼 일인가? 

연예뉴스 전문매체인 제저벨(Jezebel)은 "K팝에서 흑인분장이나 인종비하는 꽤 오래 전부터 있어 온 일"이라고 칼럼을 통해 지적한다.  이 칼럼은 2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2천 건 이상의 비난 댓글이 쏟아져 소녀시대 안티 여론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 소시 맴버 유리의 문제의 동영상 화면.
ⓒ 뉴스타운
 
 

외국인 근로자 발성법 모사, 흑인 분장, 조선족 흉내 등등.  이미 우리에게 익숙해진 희화화 소재들이 당사자들에겐 모욕감을 준다.  노동시장 개방 초기에나 반짝 뜰만한 개그소재가 아직도 방송을 타고 있음 하나로도 우리 가슴속에는 본능적인 인종차별(racism)의식이 잠재해 있음을 반성해야 한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개념있는 '고대녀'로 통하던 통합진보당의 김지윤 청년비례대표 후보는 '해적기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나꼼수 진행자인 김용민의 격려(?)에 힘입어 '쫄지 않기로' 각오하면서 사과는 커녕 군 당국이 자신을 모략한다며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도리어 자신을 고소한 해군측을 맞고소하겠다고 나대고 있다.

이 정도라면 경솔함이 가히 수준급이다.  막말이 모자라, 세 치 혀로 우기면 다 되는가?  김 후보가 속한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가 완곡하게도 "부적절한 표현"이라 충고하지만, 기어이 99%의 반대여론을 헤집고 나가겠다는 것이 아닌가.  김 후보 자신은 늘 선거홍보물이나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99%의 목소리'라 주장해 왔지만, 이번엔 가당치 않게 역전이 돼 버렸다.

개그맨 유상무의 "(유명 여성 연예인을 지칭한)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든가, 윤종신의 "(여성을 생선 회에 비유한) 쳐야 한다."와 같은 말 실수는 애교로 넘길 만도 하다.  영화 '아바타'를 "집에서 (불법 다운로드로) 봤다."는 말이나 '마루타'가 "전쟁 포로의 일종 아닌가?"라 대답한 정운찬 전 총리도 "서울대 총장 출신이라도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면 그만이다.  하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못 해먹겠다."고 말했다가 여론에 혼줄이 나기도 했다.

원로 배우 신성일 씨는 고 김영애 씨와의 불륜 사실을 스스로 폭로하고서는 현모양처로 알려진 부인 엄앵란 씨에 대해서는 "전혀 잘못한 게 없다."고 말하는 극도의 뻔뻔함을 보이기도 했다.  아마도 그것이 차별화의 센세이션에 관한 착각에서 비롯된 출판 흥행몰이라 할 때, 극히 역겨운 일이다. 

 
   
  ▲ 원로배우 신성일 씨.
ⓒ 뉴스타운
 
 

문제는 우리 방송환경이 연예인들이나 정치인, 그리고 사회지도층을 말 실수로 유인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다분히 시청률 경쟁의 산물이기도 하거니와 청문회 등에서 정치인이나 관료들을 조롱하고 품위를 망가뜨리려는 전략(?)이 낳은 결과 아닌가?  그렇게 해야 유능한 방송인이요, 정치인이 된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말 실수를 기획하는 대량생산 공장이기도 하다.  '말', 그것 자체에 대한 이 사회의 인식은 어떠한가?  어린 자녀들이 되고말고 혀를 놀려도 "아, 그 놈, 말 참 잘 한다."고 칭찬한다.  청소년들은 대화 중에 서로의 말이 건너다니는 틈(Pause time)에 단 1초도 생각하지 않고 말을 주고받는 기술과 습관들을 가지게 됐다. 

남의 의견은 들을 필요조차 없고, 나만 멋있게 말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화 내용을 이어 보면 서로 다른 말을 쏟아놓고 있다.  부모가 나무라는 말을 해도 아이들은 영 엉뚱한 말로 오히려 되받아치기가 일쑤다.  상대방과 따로 노는 말들로서 밤새 문자 채팅을 주고받는 아이들에게 생각하고 남을 배려하는 어법을 지적해 주어야 한다.

바로 그런 환경과 습관들이 쌓이고 쌓여 우리 사회의 중증 경솔증 병을 만들었다.  가정과 학교에서부터 말(語) 기르기가 시작되어야 한다.  말이 경박한 사회는 사고조차 경박해지고, 결국 말 때문에 무너질 수 있다.  통합진보당 김지윤 후보와 소녀시대가 그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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