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드라마는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안겨주는 내용이 대거 쏟아져 나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내용이 담긴 드라마가 우리 앞에 선을 보였다. 이런 사람들의 기대를 반영해서 만들어진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사극으로, 대부분이 조선시대 위주의 이야기로만 만들어졌다는 것은 이미 앞서 말한 바와 같다.

특히 사극은 조선조 궁중의 암투, 지배층의 갈등과 사랑을 다룬 내용들이 많이 다루어 졌는데, 이 가운데 집중적으로 방영되었던 것이 연산군, 장희빈, 인목대비와 사도세자와 같은 전형적인 궁중 사극이 주류를 이루었다.

연산군의 경우는 전형적인 폭군의 모습 에서부터, 억울하게(?) 죽어간 어머니 폐비 윤씨를 그리워 하며 눈물을 짓는 인간형의 모습에까지 다양한 형태의 연산군상을 조명하고자 하였지만, 대체로 폭군의 이미지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장희빈의 경우는 두 주인공이던 장희빈과 인현왕후가 당대 당쟁의 영향을 받은 까닭에 처음부터 선(인현왕후) 과 악(장희빈)의 대결 구도로 조명되어 일방적인 선의 승리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였고, 두 여인을 부인으로 두었던 임금 숙종은 그저 치맛자락의 품속에 헤어나지 못하는 무능력하고 우유부단했던 인물로 그려진 것이 전부였다.

또한 사도세자는 조선시대 궁중 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는 한중록의 이야기를 토대로 영조의 뜻을 거스리고 제 멋대로 행동하다 마침내 의대증이라는 정신질환을 앓게 되고 그로 인해 뒤주속으로 들어갔다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와는 별도로 군사정권 시절에는 특정인물을 숭배하여 그들의 일대기를 널리 홍보하기 위한 영화가 특별히 제작되기도 했다.

현재 고인이 된 영화배우 김진규씨가 주연, 제작했던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인 <난중일기>, 과거 유명 영화배우로 이름을 날리다 지금은 국회의원이 되어 의정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신성일 주연의 <세종대왕>은 당대 군사정권에서 높이 숭배하고 기리던 인물들의 일대기를 영화화 했다는 점에서 정권 홍보성이 짙은 어용영화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특히 그 가운데에서 정권 홍보의 냄새가 가장 강하게 풍겼던 난중일기는 흥행에 크게 실패하여 이 영화를 제작했던 김진규씨가 벌이던 개인 사업을 망칠 정도로 큰 타격을 입혔던 영화이기도 했다.

80년대로 넘어가면서 드라마, 영화를 포함한 사극은 점차 조선시대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 움직임은 다음회에서 살펴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