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우리 민족의 형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 민족에 대해서 종래에는 그 주체를 예. 맥족이나 한족(韓族)으로 보고 이들이 외부에서 온 유이민 집단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종래의 통설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윤내현 교수는 말하고 있다. 즉, 이러한 견해가 나왔던 것은 고대사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았고, 1960년대까지 만해도 고고학이 아직 성립도 되지 않아서 구석기 시대의 존재가 부정되어 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꾸준한 연구와 한국 고고학의 발달에 따른 유적과 유물의 발굴로 한반도와 만주에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살고 있었음이 확인이 되었다.

구석기 시대는 아직 인류가 진화하는 과정에 있었고, 그 당시 사람들은 정착을 하지 않은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을 지역으로 나누어 분류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며, 이후에 정착생활을 시작해서 마을을 이루고 살았던 신석기 시대부터 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였다.

한반도와 만주에는 신석기 시대 이후, 계속해서 사람들이 살아왔음이 확인이 되었고, 청동기 시대의 시작은 한반도와 만주지역이 황하유역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한반도-만주지역 주변에서 가장 빠른 청동기 문화인 황하유역의 "이리두문화" 는 기원전 2200년경이다. 그리고 시베리아에서 가장 앞선 청동기 문화인 "미누신스크문화" 는 기원전 1700년으로 확인이 되었다. 여기에서 한반도와 만주의 청동기인들이 중국이나 중앙아시아, 시베리아에서 왔다는 '외부인의 이동'의 견해는 설득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반도의 청동기 시대 유적인 경기도 양수리의 지석묘와 전남 영암의 '장천리 집자리'가 기원전 2500년경으로 나타났고, 만주에 있는 요서 지역의 하가점하층문화는 기원전 2410년경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증거들은 한반도-만주가 동아시아의 다른 지역보다 늦게 형성이 되었으며, 외부로 이주를 한 사람들로 이루어 졌다는 이전의 견해를 수정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반도-만주지역에서 사람들이 사는 것이 다른 지역보다 일찍 형성되었으며, 문화적으로 뒤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반도-만주지역과 몽고 . 시베리아에서 유사한 문화가 발견되면 바로 그것을 한국문화의 원류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오히려 한국의 고대문화가 북방에 전달되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윤내현 교수는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한반도와 만주에는 신석기 시대에 들어와서, 떠돌이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정착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마을을 이루게 되었다. 이후 신석기 후기에 들어와서, 일정한 지역 안에 있는 여러 마을들이 연맹을 맺어서 연맹체국가(고을나라)를 이루었고, 이에 종족이 형성되었다.

이 종족들의 연맹체국가들 사이에서 가장 강한 종족의 나라가 다른 종족의 나라들을 복속시켜서 고조선을 건국하였다. 이후에 고조선은 약 2300년을 존속하였고, 이 과정에서 거주민들 모두가 집단귀속의식(소속감)을 통해서 한민족이 형성된 것이다.

즉, 이것은 외부인들의 이주로 인해서가 아니라, 한반도와 만주지역의 토착민들의 연합이 계속 커지면서 생겨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이 한민족이 형성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종족은 단군사화(壇君史話)에서 나오는 환인의 아들이자 하느님의 아들인 "환웅족"이다. 그런데 이 환웅은 하느님의 아들 이라는 뜻으로, 하느님을 숭배하는 종족을 말해줄 뿐이지, 이것이 종족의 이름은 아니다.

여기서 고대의 국명은 바로 그 나라를 세운 종족의 명칭이었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한다.

고조선의 국명은 조선이었다. 따라서, 고조선 건국의 중심세력은 당연히 조선족이었다. 조선은 종족의 명칭이면서, 동시에 강한 종족 연맹체 국가였다. 그리고 고조선이 건국한 후에는 한반도와 만주 전지역을 통치했던 국가의 이름이면서 민족의 명칭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조선은 아사달(阿斯達)이 이두로 한자화가 된 것이다. 그래서 조선이라는 국명이 아사달이었을 것이며, 조선족은 아사달족으로 불렸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것을 근거로 볼 때, 한민족 형성에서 예, 맥족이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종래의 견해를 심각하게 생각. 검토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