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잘난 미래에의 희망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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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잘난 미래에의 희망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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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140> 김종원 "개미들의 나라"

논을 팔아서라도
너 대학만은 꼭 보내야 한다고
우겨대던 나와
그럴 수는 없다고, 어떤 일이 있어도
논을 팔 수는
없다고
완강하게 반대하시던 아버지와
밤 늦도록 입씨름 하던 날
어디서 왔는지 찬바람은 나뭇가지를
붙들고
서걱여 울고
우리의 슬픔 끝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눈물 바다
끝내 포기하지 못한
그 잘난 한 가닥 미래에 대한
희망 때문에
가슴 아픈 밤이었다
누이야
지금 이 시간 잔업을 마치고
지친 표정으로 공장 문을 나서고 있을
이 땅의 누이들아
지금은 비록 허리 꺾인 한반도
눈물 마를 날 없어도
헬로우, 헤이, 제 손으로 팬티
벗는
열등 국민, 식민지 여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서로
두 팔 벌려
화살표가 되어 주고
두 다리 꼿꼿이 세우고 버팅기며
살아야 한다
어둠 뚫고 아침이 밝아오는
그날까지

 

 
   
  ^^^▲ 맨드라미
ⓒ 이종찬^^^
 
 

가진 게 없어서 한이 되어, 배운 게 없어서 한이 되어, 이 땅의 무지랭이 부모님들은 곧 죽어도 자식만은 대학에 보내야 한다며, 전답을 다 팔아서라도 그 놈의 대학에 보내야 한다며, 아둥바둥거리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의 피땀을 팔아 대학까지 나온 자식은 변변한 직장 하나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오늘도 여기 저기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은 생각처럼 그리 호락호락하지가 않습니다.

주머니에는 이른 새벽 공장에 나가는 누이가 찔러준 만 원짜리 한 장뿐이지만 오늘 아침에도 빛바랜 양복을 걸치고 거울을 바라보며 야무지게 넥타이를 맵니다. 그러나 문을 나서자마자 한숨부터 먼저 흘러나옵니다. 막상 양복을 입고 집을 나섰지만 갈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누이처럼 공장에 다닐려고 해도 당신 같은 사람이 어떻게 막일을 하냐며, 또한 나이가 너무 많다며 받아주질 않습니다. 그러나 누이는 언젠가 내가 좋은 직장에 다니며 큰 돈을 벌어다 줄 것이란 믿음을 결코 저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누이는 비록 배운 게 없지만 모든 일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런 누이를 바라보며 늘상 꿋꿋하게 살아가자며 입으로만 종알대지만 웬지 그 말에 힘이 없어 보입니다. 아니, 내 입으로 내뱉은 그 말이 곧 나 자신을 두고 하는 말이 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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