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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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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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농업박람회의 ‘느닷없는 뺨 때림’에 부쳐

^^^▲ 전남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구자옥 교수
ⓒ 백용인^^^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는 ‘남 잘되는 꼴 못보고, 남 칭찬할 줄 모르는 사회’가 되었다. 경쟁사회의 이면에 깔리는 어두운 실상의 하나인 셈이니, 생각하기에도 안쓰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제2회 남도농업박람회’를 참관하고 보니 이 행사를 착안하고 지휘했던 도지사와 불철주야 준비하고 진행하였던 전남농업기술원의 직원들에게 칭찬 한 마디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행사가 어떻게 해서 이루어질 수 있을지를 감탄하면서, 칭찬의 한 마디로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직원님들! 이 행사가 전국적으로 소문이 나서 이제 싫어도 물러설 수가 없는 일인데, 다만 한 움큼 뜨거운 마음 하나로 얼마나 더 버티며 행사를 발전적으로 이어 갈 수 있겠소?"

"박태영 전라남도지사님! 우리나라의 저명한 경제통이신데, 경제적 안목에서는 한 줌도 안 되어 보이는 농업문제를 어떻게 이처럼 반짝 눈에 뜨이는 보석으로 만들어 내보일 생각을 하였소?"

필자의 눈에 들어왔던 행사장의 정경은 주차장의 차량도, 인산인해의 관람객도, 진열된 작품의 숫자나 첨단을 자랑하는 신기술의 수준만은 아니었다.

이런 것들도 대단했지만 정작 필자의 가슴을 울려 파고드는 정경은 우리에게 버림받아 잊혀져 온 원래 ‘우리의 것’이었고, 바로 ‘우리’였던 것이다. 또한 노인들과 아이들이 함께 어우른 3대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특히 많았던 행사의 모양새와 도시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탄성이었다.

이들은 실은 농업이나 농촌을 떠나 사는 사람들이다. 행사장 구석구석에서, 풍요롭게 영근 사과 한 알과 알알이 여문 곡식, 그리고 종류를 셀 수도 없는 먹을거리와 싱그럽게 색깔을 뽐내는 꽃 천지를 대하면서 노인들은 노인들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흠뻑 취하여 신명을 내는 모습들이었다. 물론 될성부른 전시품에 서성이며 메모까지 하는 농민이나 학생들을 가볍게 볼 수도 없다.

이네들 서로 서로는 시간이 흐르는 걸 잊고 눈을 반짝이며 무엇인가 체득하는 모양이었다. 원래부터 정말로 좋고 아름다운 것이라면 누구에게나 한결같게 느껴지는 것이어서 구태여 계층을 나누어 손님을 부르지 않는다. 남녀노소가 제각각 모두 즐기고 희열하는 그런 자리였기에 이번 잔치는 눈물겹도록 좋았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아마 관람객들이 그랬을 것이다.

무슨 맛을 뜻하는 것이었을까? 이제껏 모르고 있었거나 잊고 살았던 것들의 상큼한 맛이었을 것이다.

이번 잔치의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이름한다면 ‘농사·농업·농촌·농민’ 또는 ‘농심’ 따위의 어느 것이거나 모든 것일 것이다. 돌림자로 쓰인 농(農)이란 그저 막연히, ‘순수·순박·자연·정직·영원·믿음·풍요·인심·정·사랑·신명·화합’따위의 상징적인 표현들로 느껴 볼 수 있을 것이다. ‘겉보다 속’을, ‘남보다 우리’를, ‘비굴보다 자존과 자부’를, ‘꽃보다 뿌리’를, ‘이해(利害)보다 인심’을, ‘시간보다 세월’을, ‘기계보다 인간’을, ‘도시보다 자연’을 받들어 사는 착한 삶일 터이다. 피자나 햄버거를 먹는 도시의 불안한 뱃속보다 알칼리성의 구수한 청국장을 먹는 시골의 편안한 뱃속으로 자존심을 갖는 삶이다.

바로 이런 것들의 맛이 그 잔치에 즐비하였다는 것이다. 이야 말로 우리네, 특히 생존경쟁이라는 명분으로 하루해를 아귀다툼으로 살아가는 도시생활인들이 이제껏 잊고 살던 것들이 아닌가? 또는 한 푼 아끼자고 버린 것들이 아닌가? 이렇게 살아 온 우리네 ‘근대화 30년’이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고 있는가?

고작 몇 개의 산업기술과 수출실력을 뺀다면, 어느 누구도 감당키 어려운 ‘강남’ 문제와 술집 노래방과 러브호텔에 고층의 아파트 숲과 홍수지어 흐르는 자가용 행렬이고, 온통 썩은 채 쌓여가는 공해물질의 산천뿐이다. 뿐이랴! 테러전쟁판의 파병문제, 북한의 핵문제, 그리고 농산물 시장개방에 따르는 갈등이나 정치자금·비자금·로비도 그 근원이 경제 입국을 부르짖는 속에서 우리네 청백의 농심이나 그 가치관을 잃었던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도지사와 농업기술원 직원들께 다시 한 마디 질문을 던지고 싶다. "여기에 지금 당신들이 벌려 놓은 이 모든 것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겠소?"

이 잔치는 ‘우리네 잊혀졌던 고향’을 다시 찾아 재현시킨 것이다. 더욱이 경제와 경쟁의 스트레스 속에서 하루하루를 찌들어 살고 있는 도시민 모두의 영원한 안식처와 그립던 고향을 찾아 일깨워 준 것이다. 이런 것들은 어느 누구에게도 다 있었던 것들이고, 혈연처럼 어느 누구도 끊을 수 없는 것들이다.

내년에도, 또 그 다음 내년에도 가을철 이맘때쯤이면 한 걸음으로 달려와 맘껏 희열하고 실컷 목 놓아 소리쳐도 좋을 우리의 고향, 우리 자신들의 모습을 재현해야 한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말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하지 않는가?

농업이 도대체 뭐길래 듣기만 하여도 이렇듯 그립고 눈물겹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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