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강병석 선생 장편소설 “ 초록의 전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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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강병석 선생 장편소설 “ 초록의 전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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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연한 감동의 빛 발하는 인간애 조명한 헌병 수사요원들의 이야기

한국소설가협회, 상임이사로 있는 작가 강병석 선생이 장편소설 “초록의 전설”를 출간했다.

상임이사 자리가 보통 바쁜 자리가 아닌데 그 와중에서도 장편소설을 펴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누군가가 군대 얘기를 꼭 썼어야 하는데 모두들 꺼리니까 강병석 상임이사께서 커다란 십자가를 지고 사명감을 발휘하신 것으로 본다.

 

의무이기 때문에 한국사나이로 태어났으면 당연히 군대를 가야 한다. 군대노래 <진짜사나이>를 모르는 사람은 간첩이랄 정도로, 여자들 까지도 술좌석에서 그 노래를 열창한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씩씩하고 경쾌하게 불러야 만이 노래맛이 난다. 상상을 해보라 완전군장하고 뛰면서 이 노래를 부르면 사나이 마음이 불끈불끈 솟는다. 얼마나 멋진가. 기자도 강원도 푸른제복을 입고 원주에서 원주시가를 누비며 군대생활을 했지만 그 때 그 시절이 그립다.

 

최근 군대얘기가 지상에 많이 오르내린다. 땡감 같은 사내들이 득시글거리니까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은 1970년대 군부대에서 일어난 각종 사망사건을 수사, 처리하는 헌병대 수사요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실제 사회면에 나오는 기사처럼 흥미를 유발한다. 그래서 한편을 읽고 나면 궁금해 진다.

 

ⓒ 뉴스타운/"초록의 전설"표지

 

각기 다른 1인칭 화자가 자신과 얽혀 일어난 각종 사건사고를 풀어가는 이야기 여덟 편을 모은 “초록의 전설”은 여느 장편소설과 다른 연작 형태를 띤 특이한 구성 양식이 경이로울 뿐만 아니라, 각 편마다 시점 분할을 통해 동일한 세계와 사물을 그만큼 다양한 시각으로 진술해 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이채롭고 특이하다. 군의 특급비밀 등 그로 인해 빚어지는 지휘관들의 사건사고 은폐와 축소 등은 창군 이래 끊임없이 반복되어 온 고질병들이다.

 

작가는 사물을 보는데 예사롭게 보지 않는다. 뭔가 찾아내야 하고 건져 올려야 한다. 잘 올리면 월척을 낚는다. 작가만의 특이성이다. 그러기에 각종 사건과 사고를 바라보는 작가의 진정한 관심은 그것이 드러내는 비인간성이나 잔혹성을 고발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보다 작가는 그런 끔찍한 한계상황 속에서 오히려 처연한 감동으로 빛을 발하는 인간애 같은 것을 극적으로 조명해낸다. 때로는 웅변하듯 명쾌하고 활력 넘치는 어조로, 때로는 생살을 저미듯 치 떨리게 만드는 비정한 사실적 문체와 야유나 풍자, 아이러니와 유머가 뒤섞인 걸쭉한 입심으로, 또 때로는 시인의 여린 심성이 빚어내는 서정적인 언어와 가락으로. 그렇듯 우리말을 부리는 작가의 솜씨는 거침없고 시원시원하면서도 더러는 섬세함을 갖추고 있다.

 

이 소설을 읽게 되면 도처에서 빚어지는 폭력과 죽음의 서사 앞에서 자주 감당하기 어려운 ‘무참함’에 짓눌리다가도 어느 순간, 그처럼 거칠고 속악한 세계를 문득 잊고 ‘망연자실’ 상태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것이 숨길 수 없는 우리의 모습이고 삶이란 깊은 공감 때문이다.

 

  헌병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왕현소. 그는 헌병대로 전입한 사흘 만에 어리숙한 외모에 속터질 정도로 느려터진 행동과 말씨 때문에 ‘어리바리 왕소’란 별칭을 얻었다. 그의 군대생활을 따라가며 그와 친하게 지냈던 헌병대 동료 병사들이 각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자신의 시점으로 소설을 이끌어간다. 소설의 시작과 마무리는 월남전 참전으로 인한 고엽제후유증을 앓던 병사가 북한산 인수봉 귀바위에서 자살한 애끊는 사연이 그려진다.

 

최의균은 향토사단 신병교육대와 헌병학교에서 왕현소의 동기 최의균. 그는 작대기 하나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헌병학교에 입교하던 날 토종꿀벌을 괴롭히는 장수말벌과 같은 내무반장 정용알 하사를 만나는데, 결국 그의 죽음을 진술한다. 그는 훈련병들의 봉급을 빼앗아 한밤중에 섰다판을 벌이고 돈을 잃은 날이면 훈련병들을 밤새 괴롭히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 그 동안 쌓인 노름빚을 독촉 받게 된 그는 총과 실탄을 챙겨가지고 부대를 이탈, 민간인 일가족 3명을 사살하고 자신도 자살한다. 다음날 발표된 수사결과는 단순사고였다.

 

안정요는 왕현소의 일병 때부터 헌병대 백차 운전병을 맡은 수송대 소속의 병장. 새벽이 막 지난 시간 부대 뒤편 저수지에 떠오른 사병의 시체에 대해 진술한다. 그는 수사요원으로 갓 임명된 왕현소 일병을 싣고 현장에 나가 현장검증과 탐문수사에 임하던 중 해질 무렵 저수지 한가운데를 맴도는 대나무를 발견한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건져 올린 대나무 끝 낚싯줄에 걸려 펄떡이는 커다란 잉어 한 마리. 그 잉어를 낚으려다 도리어 저수지로 끌려들어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병의 어이없는 죽음을 당한다.

 

 

ⓒ 뉴스타운/강병석 작가(우), 노순자 작가와 함께

 

박종근은 계급은 하사이지만 직책은 수사요원 왕현소의 조수. 내무반장의 구타와 가혹행위에 앙심을 품고 무장탈영하여 동료 병사에게 총을 난사하고 대공초소로 올라가 인질극을 벌이는 이명구 이등병에 대해 진술한다. 이명구는 원래 허약체질로 군복무 면제를 받았으나 집안의 생계를 책임진 동생 대신 또 한 번 입대하라는 아버지의 명을 받는다. 하지만 같은 사유로 신체검사에서 현역복무면제 판정을 받을 줄 알았던 기대와 달리 입대하게 되고, 상급자들의 시달림을 받던 끝에 그들에게 총을 난사하기에 이른다. 그는 대공초소를 장악하고 오랜 시간 버텼으나 결국 특공대의 총에 사살되고 만다.

 

이정훈은 헌병대의 정보조원. 휴가를 나왔다가 복귀하지 않은 한 사병이 목을 매 자살한 사건을 진술한다. 그 사병의 가정 사정은 광산 폭발사고로 형은 죽고 남겨진 노모와 형수는 폐광 아래 냇가에서 사금을 채취하면서 겨우겨우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한 가족들의 참상을 보자 그 사병은 귀대를 포기하고 탈영,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하던 중 형수에게 연민을 느껴 형수를 범한 후 죄의식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것. 하지만 이 장에서는 부대 후문 밖에서 술도 팔고 치마끈도 풀어가며 먹고살던 여인과 헌병대 박 하사의 결혼 이야기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왕현소는 탈영병 권정섭 이등병이 동네 유지들의 자제인 친구들과 싸우다가 우물 옆에서 약을 먹고 죽은 사건을 진술한다. 권정섭은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해 꾀병을 자주 피웠으며 여러 차례 탈영하여 가족들에게 피해를 끼치던 인물로, 누가 봐도 수사할 가치조차 없는 죽음. 가족들과 동네 유지들은 서둘러 장례를 치르라며 부검을 못하게 종용하는 가운데 왕현소는 부검을 고집한다. 부검 결과는 좌심실심장판막협착증으로 인한 사망. 결국은 동네 유지들의 자제인 친구들과 싸움을 벌이다가 매를 많이 맞은 게 직접적인 사인으로 밝혀지는데, 그러한 범죄를 은폐하려는 힘 있는 자들의 상투수단에 맞서는 왕현소의 고독한 싸움이 펼쳐진다. 이 장에서 그려지는 권정섭에 대한 시체부검 장면이 백미다.

 

합창에서 일어난 한밤중 부대 후문에서 들려온 세 발의 총성. 특별한 사유도 없이 자살을 한 후문초소 근무헌병 김인주 일등병. 그의 자살사건에 얽힌 헌병부대 장병들의 애환과 탐욕스런 지휘관의 검은 커넥션에 대한 대원들의 진술이 긴박하게 진행된다.

 

정현주는 향토사단 피엑스에 근무하는 여성. 부대 주변에서 그녀와 함께 자란 소꿉친구 네 사람의 얽히고설킨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허물없는 친구들 사이에서 맺어질 수 없는 인연이 빚어낸 김명배의 탈영, 그리고 그가 사살한 피엑스 관리자의 죽음을 진술한다. 이 장에서는 그 긴박한 와중에 정현주가 마음에 품고 있던 왕현소 병장에게 접근하여 과감하게 쟁취하는 사랑의 순간이 숨 막히게 펼쳐진다.

 

손정순은 부대 후문 밖 외딴집에 살며 사병들에게 술도 팔고 치마끈도 풀어가며 먹고살다가가 헌병대 수사요원 박종근 하사와 결혼한 여인. 어느 일요일, 부대 앞 쌍둥이네 주점에서 부당하게 영창에 들어갔던 왕현소 병장의 출감 환영파티를 갖던 중 헌병대장이 타고 가던 차에 쌍둥이 아빠 곽 상병이 치여 죽는 사건에 대해 진술한다. 자신의 죄를 뉘우치기보다 사건을 은폐하고 무마하려 혈안이 되어 날뛰는 헌병대장과 남편 박종근 하사를 비롯한 동료 병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차분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 뉴스타운/작가 강병석 상임이사

 

강 상임이사는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은 젊은 군인들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서 ‘죽음에 관한 명상’이라는 제목을 붙여보기도 했다. 한때는 헌병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니 ‘헌병수첩’으로 해볼까도 싶었다. 머뭇거리며 오락가락하는 사이 “초록의 전설”로 바뀌고 말았다. 죽음이란 삶의 장소이동에 불과한 것 아니겠느냐, 그렇다면 삶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비집고 들었던 탓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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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강병석 상임이사는 충남 홍성출생으로 홍성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6년 단편소설 <낱말찾기>가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소설가로 문단에 데뷔했다. 홍 선생은 이에 앞서 1981년 시 <민벌에서 부는 바람>이 월간문학신인상을 수상했다. 1990년 소설집 <낱말찾기>,1991년 소설집 <어둠꽃>, 1992년 장편소설 <서 있는 자의 꿈>,2000년 장편소설 <궁예>(전3권),2007년 장편소설 <누가 너를 시인이라 불렀는가>에 이어 이번에 장편소설 <초록의 전설>을 펴냈다.<도서출판/북인 값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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