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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수많은 이야기들을 한다. 이 영화 하나를 보고서 말이다.
누군가는 첫사랑의 그녀가 떠올라 술을 마시고 비틀거렸다 했다. 누군가는 갑자기 사랑이라는 것에 회의가 들었다 했다. 누군가는 공감할 수 있는, 잊혀지지 않는 사랑 이야기라 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냥 눈물이 흐르더라 했다.
이런 말들에 너무나 이 영화가 보고 싶었는데 영화가 개봉될 당시에는 내가 한국에 없었다. 그리고 한국에 와서는 이상하게도 비디오 대여점에 가면 결국에는 이 영화를 집어들지 않았다. 이 비디오를 한참동안 물끄러미 쳐다보다가도 결국 내 손이 집어드는 것은 다른 것. 어쨌든, 이렇게 해서 결국 영화가 개봉한 지도 한참이나 지난, 한 초겨울의 싸늘한 날, 난 이 영화를 만날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내 친구는 그렇게 말했다. 같은 여자로서도 은수(이영애)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글쎄- 우선 난 이 영화, 매우 재미있었다. 감독의 전작인 "8월의 크리스마스" -세번째 보고서야 그 침묵의 깊이와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보다 훨씬 말이다. 시각적으로도 아름다운 영상을 제공해주어 영화를 보는 내내 즐거웠다. 그리고 은수! 왜 난 그녀가 그렇게 밉지만은 않은 걸까?
물론 영화는 상우(유지태)의 시점에서, 입장에서 흘러간다. 그리고 우리는 그를 동정하고 그를 이해한다. 나도 물론 그랬다. 하지만 나는 은수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순간의 자기 감정에 충실했던 것일 뿐. 그녀가 변했다고 해서 나무라기만 할 수는 없을 것도 같다. 이런 내 생각이 위험한가?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변하는 법. 산사의 바람 소리도, 대나무 숲의 묘한 향기도, 그들이 녹음기에 정성스레 담아 내던 파도 소리도. 궁극에는 변하거나 사라지는 법이기에.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며 은수를 부여잡던 상우. 그 모습은 영화를 보는 누구에게나 충분히 아프게 느껴졌을 것이라 느껴진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그러면 뭐라고 대답해야만 하는 걸까. 모르겠다. 세상 누가 이 물음에 적절한 대답을 줄 수 있을까. 결국 이 물음은 공허한 메아리를 남긴 채 사라져야 하는 것일까.
나름대로 복잡한 영화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감과 동시에 맘이 복잡해져 버렸다. 하지만.. 약간 아린 듯한 이런 느낌이 좋다. 즐길 수 있는 가슴 시린 아련함. 은수와 상우의 향기, 그 봄날의 향기가 남아 내 코 끝을 간지르는 듯 하다.
다시 찾아온 은수를, 그녀가 내미는 화분을 거절하는 상우의 모습. 그리고 마지막 장면... 밀밭에서 바람을 맞으며 눈을 감고 있다가 살며시 미소짓는 상우의 모습. 상우는 그렇게 자신의 그리도 찬란하던 봄날을 고요히, 미련 없이 보내준다.
봄날은 가버렸지만 향기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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