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간> 어렴풋한 플롯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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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간> 어렴풋한 플롯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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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사랑의 시간>^^^
나는 이슬람 개혁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나의 눈을 뜨게 해준 것은 영화이다. 영화의 원칙은 모든 것이 다른 관점에 의해 보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 모흐센 마흐말바프

1. 어렴풋한 플롯의 기억

어렴풋이, 감독에 대해 들은 기억이 난다. 그러나, 내가 그에 대해 들은 것은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칸다하르>를 연출했다는 것과 혁명의 전선 어디에선가 그가 있었다는 이야기 정도. 아, 그렇군. 모흐센 마흐말바프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더불어 이란 영화계의 양대 거장으로 꼽히는 세계적인 감독이었군.

그의 영화 <사랑의 시간>을 접하면서, 나는 또다른 몽상에 빠져든다. 흐흐흐… 저 사람들 황당하네, 이번엔 또 무슨 일을 벌이려고 그러나… 그런데, 나의 몽상은 머지 않아 깨어 버린다. <사랑의 시간>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언어를 함축해서 메시지를 다양하게 전달해 놓고도 스스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는다. 거참.

3가지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사랑의 시간>은 사랑하는 여자 때문에 살인을 하고, 사형을 당해야 했던 남자의 이야기를 그 축으로 하고 있다. 첫번째 이야기는 검은 머리 택시 운전사 남편이 있는 여인의 이야기로, 여인과 금발의 구두닦이가 남편 몰래 사랑을 나누다 그들의 만남을 목격한 노인이 남편을 찾아가 사실을 알려 분노한 남편은 아내를 살해한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상황을 살짝 비틀어서, 금발의 남자가 남편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살인을 하는 자는 검은머리남자다. 세번째 이야기에서 <사랑의 시간>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다. 검은머리가 택시운전사 남편이고 금발이 구두닦이 애인인 상황. 상황은 처음과 같지만, 플롯은 다르다. 또한, 이야기구조도 다르다. <사랑의 시간>은 한가지의 소재와 주제, 그리고 세가지의 뒤틀린 플롯으로 <사랑>에 대한 신선한 해석을 시도한다.

2. 아직도 석양이 지고 있다

석양이 지고 있었다. 검은 머리의 남자와 백발의 노인은 대화를 하지만, 보청기를 뺀 노인의 귀에 들리는 소리는 없다. 갑작스런 무성영화로의 돌변은 사람을 당황케 한다. 검은 머리남자는 열심히 무언가를 얘기하는데, 노인은 괴로워 보인다. 왜? 대체 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한참 후로 밀어두기로 한다. 아니, 질문에 대한 답은 어쩌면 영영 밝히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택시기사가 구두닦이보다 못한가요?" 라는 서두의 문제제기로 시작된 <사랑의 시간>은 인종차별이나 혹은 사람들에게 은근히 뿌리박혀 있는 직업적인 귀천의식에 대한 비판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들은 서로를 조롱한다. 금발머리 남자는 남자대로 검은머리남자도 그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그들이 조롱하는 방식은 그렇다. 죽이던가, 죽이지 않던가. 또는 바람을 피우든가, 피우지 않던가. 그런데, 이렇게 심각한 문제를 <사랑의 시간>은 별로 심각하지 않게 그려낸다.

"난 아직도 행복하지 않아"
"뭐가 행복이죠? 우린 맺어졌어."
"난 저 사람한테 다시 마음이 가"

그들의 대화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순수한 사랑에 대해 옹호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랑의 다양함에 대해 슬쩍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오히려 이 영화는 사랑을 강조하는 듯 하지만, 오히려 순수한 사랑에 대해 부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은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고,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것이다.

3. 영화의 원칙은 모든 것이 다른 관점에 의해 보여질 수 있다는 것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영화에 투영하는 데에 꽤나 충실해 보인다. <사랑의 시간>에서도 그는 한가지로만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를 여러 관점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시각을 제시한다. 그러나, <사랑의 시간>은 결론적으로 후회하지 않는 삶은 어떤 것인가, 진실된 삶은 어떤 것인가라는 것을 마지막 에피소드를 통해 제시한다. 그것이 이 영화를 신비롭게 만드는 힘이며, 짧은 시간이나마 영화를 흥미롭게 하는 요소다. 영화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의외의 반전효과는 그래서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엇갈린 사랑의 갈래길에 선 세 남녀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또 그들을 감시하는 한 명의 노인. 나는 오늘 그들이 타고 있는 열차에 올라탄다. 사랑하는 시간동안만 운행하는 열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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