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주는 카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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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주는 카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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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가시고기>를 읽고

^^^▲ 소설 <가시고기> 표지^^^
가시고기. "아버지"의 신화를 이은 부성애를 다룬 베스트셀러.

주위에서도 읽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나같이들 슬프다고 했다. 너무 슬퍼서 눈물이 펑펑 난다고 했다.

하지만 난 '그래? 그렇겠네...' 하면서 그냥 무시하듯 넘어가버렸다. 또 하나의 "아버지"이겠거니... 그렇게 신화처럼 인기를 얻었던 "아버지"라는 소설이 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에 난 그렇게 생각하고 읽으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그런... 눈물샘만 자극하는 그런 이야기려니... 통속적이고 대중적인... 이런 오만한 생각에 파묻혀 난 여태껏 이 책을 손에 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내 동생이 같은 반 친구에게서 그 책을 빌려왔다. 바쁜 삶에 찌든 채 매일 전공 책만 읽어야했던 나에겐 잠시나마 재미를 찾게해주는 돌파구처럼 느껴졌다. 오랫만에 소설책 좀 읽어보자, 그런 생각으로 밤 10시쯤부터 거실 소파에서 읽기 시작했다.

동화처럼 소설은 시작되었다. 아빠를 바라보는 다움이의 해맑기만한 독백으로.

다움이는 그저 맑기만 하다. 자신을 아프게하는 백혈병이 빨리 나았으면 좋겠고, 그래서 아빠의 축 내려간 어깨가 올라갔으면 좋겠고, 주일학교에 나가서 은미에게 예쁜 꽃핀을 선물하고 싶고, 에버랜드도 가고싶고. 아내까지 떠나보내야 했던 아빠는 맘이 아프기만하다. 의사선생님께 얼마나 아프면 죽게되냐고 묻는 아이 앞에서 아빠의 가슴은 찢어질 것만 같다.

11시 10분 전. 이제 거의 반쯤 읽었는데.. 가슴이 찌릿찌릿하다. 이건 아닌데... 왜 기분이 이상해지는거지? 내가 예상치 못한 무언가를 예감하듯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부모님께서는 피곤하시다고 먼저 주무시러 들어가시고 동생도 자고... 나 혼자 불을 밝히고, 차마 책을 도중에 포기할 수 없어서 계속 책장을 넘겼다. 갑자기 눈물이 나기 시작한다. 어느 대목이었을까.

"하나님. 그래요, 나는 당신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은 참 잔인도 하시군요. 나한테 남은건 오직 아이뿐 인데 왜 그 소망마저 빼앗으려고 하십니까. 내가 너무많은 걸 원한건가요.” …너무나 너무나 억울합니다.…아이를 살려주세요.제발…”

하나님을 믿지 않는 아빠가 이제 막다른 골목에서 아들을 위해 기도를 한다. 모든것이 절망스럽기에 붙잡을 것은 신밖에 없었을 거다. 당연한 진리.^

그리고 4/5 가량 읽었을 때부터 난 거의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이 이야기 안에서 다움이, 아빠와 함께 엉엉 울고 있었다. 세상에... 돈 마련을 위해 신장을 판다고. 난 거기서부터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는데 각막 얘기가 나오면서 간암에 걸렸음을 아는 순간부터는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왜 이런 슬픈 일만 일어나야하는걸까. 결국 가시고기는 자식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걸까? 그게 자연의 법칙인거라고?

아무것도 모른 채 새 생명을 얻은 다움이를 속으로는 꺼이꺼이 울면서 엄마에게 매몰차게 보내는 아빠의 모습. '아빠... 마지막으로 아빠 귀 만져봐도 되나요? 부탁이에요...' 왜 그 아이의 부탁을 거절하고 싶었겠는가. 하지만 냉정하게 돌아서는 아빠. 부모의 사랑은 이다지도 강한 거란 말인가. 그러나 아이가 눈앞에서 사라지자마자 약해지는, 쓰러져 통곡하는 아빠. 그의 모습 앞에서 눈물을 감출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처음부터 선입견을 가지고 책을 펼쳤던 내 맘은 책을 덮으며, 책을 읽으며 받은 충격에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했다.

오랫만이었다. 책 한 권을 읽으면서 그렇게 많이 울어본 것은.. 카타르시스. 그리고 나보다 불행한 이들에 대한 가슴 아픔. 너무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준 소설이었다. 항상 더 나은 사람들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잠시 뒤를 돌아볼 기회를 주는 이야기. 그래, 우린 뭘 쫓으며 살아가는 걸까.

한동안 멍하게 있는 내 머릿속을 스쳐가는 아주 오래전... 10년도 더 된 것 같은 오래전의 기억. 아직도 방송중인, 불치병에 걸렸거나 혹은 아주 가난한 아이들을 보여주며 작은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한 프로그램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던가. 우연히 보게된 그 프로그램에서 내 시선을 사로잡았던 내 또래의 한 여자아이. 엄마아빠는 몇년 전에 돌아가셨고 어린 동생과 호호백발 할머니와 조그만 집에서 살아가는 아이. 하필 그 아이를 잊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차마 버리지 못한 엄마의 낡은 털실 스웨터에 얼굴을 묻고 소리없이 흐느껴 울던 그 아이의 모습때문이었다. 엄마의 감촉이, 냄새가 배어있는 그 스웨터. 어린 나이었지만 그 모습이 어찌나 맘에 아프게 박혔었는지..

가시고기 아빠의 눈물위로 그 아이의 모습이 아련히 방울지며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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