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대회, 시위 현장서 만난 사람들
스크롤 이동 상태바
노동자대회, 시위 현장서 만난 사람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필자주> 2003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 9일 밤 서울 도심은 행사에 참석한 노동자들과 이를 막는 경찰들 간의 격렬한 충돌로 아수라장을 이뤘다.

특히, 노동자들이 광화문으로 진출하기 위해 교보문고 앞에서 화염병 시위를 벌이기 시작한 이날 오후 6시 20분 경부터 명동성당에서 정리집회를 마친 8시까지 2시간의 짧은 시간 동안은 시위대와 경찰의 물고 물리는 일대 접전이 벌어졌다.

이 짧디 짧은 시간 동안 기자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들과 만난 2시간의 기록을 정리해본다.

 

 
   
  ^^^ⓒ 사진/뉴스타운 고병현 기자^^^  
 


"노무현 정권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우리 노동계뿐만이 아니라 전 국가적으로 상상을 뒤엎을 정도로 번져가고 있습니다. 오늘 이 투쟁은 이러한 전 민중적인 울분을 표출하는 일대 투쟁의 시작입니다."

오후 6시 30분, 광화문과 종로 일대가 시뻘건 화염으로 불타고 있을 때, 자신을 금속 노동자라 밝힌 이 모씨(32)는 이날 투쟁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경남 마산에서 상경했다는 이 씨는 "현 정부 출범 직후 상당한 기대를 했으나 이제는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며 "정부는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면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을 많이 펴고 있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화물연대 조합원 조 모씨 역시 "참여정부를 표방한 노무현 정부는 출범 직후 노동계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하는 정책을 펼치기로 공약까지 했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출마하면서 내놓은 약속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불만의 소리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조 장성태 씨(가명)는 "지도부들이 현장의 소리를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있다"며 보다 강력한 투쟁을 주문했다. 장 씨는 "더 이상 빼앗길 것조차 없는 노동자들이 무엇이 두렵겠느냐"고 반문한 뒤 "12일로 예정된 시한부 총파업을 무기한 총파업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보험노조의 한 조합원은 "지도부가 제대로 된 준비도 하지 않고 선봉대를 무리하게 구성하는 바람에 수많은 동지들이 부상 또는 연행됐다"고 흥분했다.

 

 
   
  ^^^ⓒ 사진/뉴스타운 고병현 기자^^^  
 

시간이 갈수록 시위대와 경찰 간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곳곳에서 경찰과 일반 시민들 사이에도 마찰이 빚어졌다. 이날 시민들은 적극적으로 연행자 구출에 나서는가 하면, 경찰의 과잉진압에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휴일을 맞아 모처럼 가족과 함께 서울시내를 찾았다는 50대 남성은 "오죽 답답했으면 저들이 이렇게 거리로 나왔겠느냐"며 "잠시동안 거리가 막혀 차량운행이 안되는 것쯤은 이제 감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종로서적 인근 패스트푸드점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일한다는 오형석 군(대학생)은 "대학생들도 이제 졸업하면 다 같은 예비노동자들"이라며 "자신의 아버지나 형님 나이의 노동자들을 마치 짐승 때리듯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은 도대체 어느 나라의 경찰이냐"고 항의했다.

이날 시위에서는 지난 2001년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반대 투쟁과 지난 해 발전노조 총파업 사수 투쟁 이후 1년 8개월 여만에 처음으로 화염병이 등장했다. 이날 시위대가 사용한 화염병은 대략 700여 개로 추산된다.

이렇듯 시위대와 경찰의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이 계속되자 인근 도로는 완전 마비됐다. J운수 소속 버스운전사 성 모씨(57)는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기는 버스 운전사들도 마찬가지"라면서 "노동자들이 일반 시민들의 불편을 볼모로 너무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 공석형 씨(29.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도 "일을 하고 싶어도 취업을 못해 집에서 빈둥빈둥 지내야 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봤느냐"며 "일할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시위대들에게 설명해주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사진/뉴스타운 고병현 기자^^^  
 

종각역 부근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김미주 씨(여. 가명)는 "화염병과 같은 폭력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매번 종로 일대에서 시위가 벌어질 때마다 매출이 절반 이상 뚝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을지로 방향으로 이동하는 노동자들의 행렬을 바라보며 "우리 모두가 평등하게 잘 사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오후 8시, 시위대와 경찰이 모두 철수한 거리를 다시금 자동차들이 점령했다. 그리고 서울의 밤은 빠르게 정상을 회복했다. 하지만 도로 여기저기에 깨진 보도블럭 조각과 화염병의 잔해,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쇠파이프 등이 이날 있었던 2시간 여의 치열한 공방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오후를 지나 밤, 그리고 새벽, 이들-노동자와 경찰-은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거리가 아닌 인터넷에서... 시위가 끝난 이후 민주노총과 경찰청 홈페이지 등에는 노동자와 전·의경, 또는 전·의경 출신자들의 소모적인 노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