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유물론에 정복당한 정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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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유물론에 정복당한 정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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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정신, 물질 문명에 정복 당하다

변증법이란, 대화에서 문답이 벌어지면 논쟁이 이루어지고 변증술로 되기도 했기 때문에 변증법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헤겔은 모든 사회현상이 끊임없이 변화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 변화는 무질서하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정, 반, 합 논리에 의거, 보다 나은 상태로 조금씩 발전해 나가며 협조와 타협을 통해서가 아니라 갈등과 투쟁을 통해 발전해 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헤겔의 변증법을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자본주의를 타도하고자 하는 혁명의 목적 달성에 교묘히 이용하고자 헤겔의 정신 대신에 물질개념을 적용하고 긍정적 의미의 갈등과 투쟁을 대립과 적대관계로 설정 후 구멸(낡은 것은 멸망하고)과 신생(새로운 것이 탄생하여야 한다)의 혁명논리로 발전시켰으며, 이를 또다시 증명하기 위하여 역사발전 측면과 대입하여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멸망하고 공산주의 사회가 도래한다"는 유물사관의 논리사관을 만들어낸 것이다.

1. 지금 당장은 짐이겠지만 언젠간 꿋꿋한 불구가 될거야. - 프리다

^^^▲ 영화 <프리다>의 포스터^^^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멕시코의 한 마을.

세상 모든 것이 흥미로운 탐구 대상으로 보이던 사춘기 소녀시절, 버스와 전차가 부딪치며 일어난 프리다 인생의 첫 대형사고. 그녀의 온몸은 부서지고, 그녀에겐 남은 건 첫사랑의 상처.

그 후, 프리다는 침대에 누워 두 팔만을 간신히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고통 속에서 깁스를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프리다는 말한다. "지금 당장은 짐이겠지만 언젠간 꿋꿋한 불구가 될거야."

모든 사회현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헤겔이 제시했듯, 프리다는 내면적 갈등과 투쟁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켜 나간다. 그녀에게 타협은 없다. 그녀의 의지로 그녀는 다시 일어섰으면, 그 의지로 그는 그림을 그려나간다. 그녀의 말에 담긴 의지대로 그녀는 꿋꿋한 불구가 되어가는 중이다.

2. 둔한 아군보단 영리한 적군이 낫지

그리고 몇 년 후, 프리다는 성숙한 숙녀의 모습으로 당대 최고의 화가인 '디에고'를 찾아가 자신의 그림을 평가해달라고 요구한다. 직접 내려와서 보라는 당돌한 그녀의 모습에 묘한 매력을 느낀 디에고, 프리다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예술적 동지로, 사랑하는 연인으로 마음의 정조를 약속한다. 불완전한 미모를 가진 여자라도 그녀만의 매력을 찾아낼 줄 아는 바람둥이 예술가 디에고와 성실한 사랑을 원하는 프리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결코 원만하지 않다.

영화의 중간 술을 마시는 장면이 나오는데, 거기에서 영화는 또 하나의 새로운 문제를 제기한다. "둔한 아군보단 영리한 적군이 낫지" 따지고 보면, 프리다와 디에고는 서로에게 적군인 셈이다. 디에고는 마르크스를 신봉하는 공산주의자이지만, 프리다는 그런 이념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 앞서 제시한 글을 토대로 한다면, 프리다는 헤겔에 가깝고 디에고는 마르크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생활이 원만하게 이루어질리 없다.^

3. 내가 그리는 세상은 눈에 보이는 세계야 - 디에고

유물론자의 주장답게 디에고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않는다. 그는 공산당원이기 때문에 쫓기기도 하지만, 영화의 결론은 의외로 대화합을 바탕으로 깔아놓는다. 영화는 프리다와 디에고의 심각한 갈등상황을 다루기도 한다. "내 인생엔 두 가지 대형사고가 있었어. 차 사고와 바로 당신. 그런데, 당신이 더 나빴어."

돌이킬 수 없는 바람을 피운 디에고에게 프리다는 이렇게 말하고, 그 후 그들은 결별을 한다. 바람둥이 디에고를 사랑하는 프리다는 오히려 그의 솔직함이 좋다는 고백을 했다. 그러나, 디에고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고, 그들의 상황은 나빠졌다.

4. "몇 차례 꼭 찔렀을 뿐인데요"

프리다가 벽에 걸려진 그림을 보면서 여자에게 말했다. "아내를 스물두번 찌른 남자의 대답이 더 가관이야." 여자가 그녀를 쳐다보자 대답했다. "몇 차례 꼭 찔렀을 뿐인데요"

어이없는 에피소드에서 이 영화의 주제를 찾는다는 것이 어이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우스개소리 하나는 이 영화의 전체를 대변해준다. 프리다는 디에고 때문에 몇 번이고 상처받으면서도 결국에는 그를 다시 받아준다. 그것이 그녀의 인생이다. 디에고는 그녀를 몇 차례 콕 찔렀을 뿐이지, 결코 죽이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황당한 결론이지만, 그것이 인생이기도 하다. 늘 상처받으면서 살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할 수 없을 때. 이성적으로는 결코 따질 수 없는 초자연적인 힘이 사람을 지배한다. 이것을 프로이트는 초자아라 하였다. 그러니까, 프리다와 디에고의 재결합은 상징적으로는 물질과 정신세계의 조화로운 결합이 될지도 모르지만, 결국은 상처입은 정신세계가 물질문명에 정복당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씁쓸해진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긍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란. 아, 나는 오늘 프리다를 불쌍히 여기지도 그렇다고 우러러보지도 않는다. 다만, 이 빠져나갈 수 없는 갑갑한 현실에 치를 떨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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