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죽음, 깊이 있는 보도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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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죽음, 깊이 있는 보도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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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보도, 대안 제시보다 단순 사실 전달에 그쳐

 
   
  ^^^ⓒ 사진/뉴스타운 고병현 기자 ^^^  
 


"현재 계속되고 있는 노동자들의 잇따른 분신과 자살은 이들이 얼마나 절박한 지경에 있는 지 그대로 보여주는 절규입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 취재해야 할 방송보도가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보다는 단순한 사건 나열에만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기자가 지난달 28일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조의 공단 집회현장을 취재했을 때, 한 노조원은 현 상황의 방송보도 행태에 대해 이렇게 강한 불만을 나타낸 적이 있었다.

사회여론을 환기하고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할 언론이 편향된 보도태도를 보이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지난 1월 두산중공업 배달호씨의 분신을 시작으로, 이용석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조 광주본부장의 분신에 이르기까지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유난히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사건들이 줄지어 발생하고 있다.

이는 현재 노동자들의 상황이 죽음을 결심할 만큼 절박하다는 반증인 셈. 그러나 이를 대하는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의 보도태도가 이에 대한 정확한 의미 전달보다는 이번 문제를 단순한 개인적인 사건, 또는 개별사업장만의 문제로 축소, 한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지적은 일이 터지고 나서야 약간의 관심이라도 보이기 시작하는, 우리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점에서 시작된다.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 성모(36)씨는 "불과 열흘 사이에 세 명의 동료가 목숨을 내던졌는데도 언론은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면서 "이전부터 방송에서 노동계 최대 현안인 손배·가압류나 비정규직 문제 등을 심도있게 논의했다면 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부터 서울역에서 '손배·가압류 및 비정규 차별 철폐'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철도노조 조합원 이모(28)씨 역시 "최근의 분신·자살사건을 계기로 언론에서 노동자들의 요구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면서도 "손배·가압류 등 핵심 쟁점사항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관심하다"고 질타했다.

이씨는 "자신들의 서울역 농성 현장이 신문과 방송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지적은 최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 이하 민언련)에서 노동자들의 잇딴 죽음과 분신을 보도한 방송3사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민언련은 "보도가 현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단순한 사실 전달에 치우치거나 집회현장의 폭력성만을 부각시킨 선정적 보도에 그친 것이 대부분이었다"며 "방송은 노동계가 왜 이러한 극한 투쟁을 벌여나가는지, 근본적인 사태해결 방안이 무엇인지 명확히 취재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언련은 김주익 한진중공업 노조지회장의 자살과 관련한 보도에서
△체포영장 발부... 노조원들의 이탈이 늘면서 강한 심리적 압박 느낀 듯... 노사협상 큰 진전 없어(10월 17일자 KBS. SBS)
△파장 확산 전망... 노동계 다시 한번 격랑에 휩싸일 것(10월 17일자 MBC, SBS)
△3월 해고... 경찰 수배... 11억 원 가압류 조치에 괴로워했음(10월 24일자 MBC)

등의 방송 사례를 들어 문제점을 지적했다. "심리적 압박과 괴로움을 이기지 못한 유약한 노동자가 결국 '자살'과 '분신'이라는 극한 상황을 택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민언련은 이용석 본부장의 분신과 관련, SBS가 지난달 26일 보도한 "'흥분한 시위대,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 방패와 헬멧 빼앗아 불태우기도… 도심 교통은 저녁 늦게까지 마비'라는 기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당초 집회 목적보다는 집회현장의 격렬함을 더 부각시켰다"고 꼬집었다.

민언련은 특히 "이날 MBC는 이용석 본부장의 분신을 단지 20초짜리 단신으로만 보도하는데 그쳤다"며 "이는 같은 날 전주에서 발생한 경주용 자동차의 관중석 돌진 사고를 두 건에 걸쳐 사고원인까지 상세하게 전달한 것과 비교해 노동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라고 비난했다.

민언련은 또 "방송 3사는 지금이라도 책임을 통감,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노동자들의 현실부터 돌아보아야 한다"며 "방송의 올바른 노동관련 보도는 수많은 노동자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 자신의 목숨을 내던져 '손해배상'과 '가압류'조치의 비인간성을 폭로했던 배달호씨가 자살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도대체 방송은 그동안 무엇을 했단 말인가. 근로복지공단 비정규 조합원 이경명(가명)씨의 말에서 우리 방송의 현주소를 느끼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과거 방송사 직원들이 파업을 했을 때, 그들은 그것을 '방송민주화를 위한 정당한 투쟁'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들의 요구에는 여론 등을 빌미로 집단이기주의로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자기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태도는 마땅히 고쳐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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