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의원이 독도에 간 이재오 특임장관을 두고, “개나 소나 나서면 개판 소판이 된다”고 비난했다. 이재오 장관의 웃기는 행보에 대해 언급한데 대해선 나 역시 이의가 없다. 그러나 ‘개나 소나 나선다’ 거나, ‘개판, 소판’ 이라고 한 표현에 대해선 생각해 볼 점이 있다. ▲ 이재오 특임장과 이명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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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영장(靈長)’인 인간이 동물을 비하하는 것을 무어라고 하기는 어렵다.
또한 우리말에는 동물을 비하하는 사자성어(四字成語)가 심심치 않게 있다. ‘우이독경(牛耳讀經)’과 ‘마이동풍(馬耳東風)’이 대표적인 경우다. 소나 말을 상대로 복잡한 의사전달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런 용어가 생겼을 것이다. 그러나 개는 물론이고, 소나 말도 주인의 말을 잘 듣는다. 인간에 충직한 개, 소, 말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는다. ‘개판’ ‘소판’이라는 표현도 사람들이 개나 소를 싸움을 시켜 놓고 그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이니까, 비난 받을 것은 인간이지 개나 소가 아니다.
연전에 어느 방송과 대담을 할 적에 앵커가 “이명박 정권이 민심에 귀를 닫았다”면서 “‘마이동풍’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말과 소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주인 말을 잘 듣는다”고 답한 적이 있다. 명진 스님도 방송 대담에서 이명박 정권은 ‘서이독경(鼠耳讀經)’, 즉 “쥐한테 경전을 읽어 주는 격” 이라고 하신 바 있다. 이명박 정권의 수준은 ‘쥐’ 정도이니, 괜히 소나 말을 모욕하지 말라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가 고등학교를 다닐 1960년대 후반기에는 시조시인이자 국문학자인 가람 이병기 선생의 수필과 시조를 공부했다. 가람 선생의 글을 모은 ‘가람 문선(文選)’(1996년, 신구문화사)에는 선생이 말년에 남긴 다음과 같은 친필 휘호(揮毫)가 있다. “때로는 개도 사람보다 낫다.” MB 정권과 그 세력을 비판하더라도 공연히 개나 소를 모욕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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