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에게 드리는 못다 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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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에게 드리는 못다 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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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용석 본부장, 노 대통령 앞 미완성편지 남겨

 
   
  ^^^▲ 고 이용석 본부장의 분향소
ⓒ 사진/민주노총^^^
 
 

"우리는 여기저기서 사고 팔리는 기계입니까"

지난달 26일 서울 종묘공원에서 열린 '비정규직 노동자대회' 도중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외치며 분신한 뒤,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끝내 숨진 이용석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조 광주본부장이 생전에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편지 초안이 뒤늦게 유족들에 의해 발견돼 공개됐다.

이 미완성 편지는 고인의 노트북 컴퓨터에서 찾아냈으며, 이 편지를 담은 파일은 올해 6월9일자로 저장된 채로 미처 완성하지 못한 상태였다.

'노무현 대통령님께'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이 편지에서 고인은 자신이 공부방에서 가르치던 중학생들의 불우한 환경과 그들의 생활태도, 꿈 따위를 설명한 뒤,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겪은 차별과 이를 시정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한 일, 이에 대한 공단측의 무성의한 태도는 물론, 이런 불합리한 현실을 해결한 뒤에는 다시 공부방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싶다는 작은 희망을 피력했다. 그러나 그는 끝내 공부방 학생들에게 돌아가지 못하게 됐다.

이 본부장이 이 편지를 작성할 무렵은 근로복지공단 내에 비정규직 노조가 새롭게 결성돼 공단측과 단체교섭을 요구하던 시기로, 그는 이 때 노동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노조활동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미완성 편지의 마지막 구절은 지울 요량으로 뒤쪽으로 밀쳐뒀으나, 채 지우지 못한 채 남아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들었다.

다음은 고 이용석 본부장이 남긴 미완성 편지 전문.

노무현 대통령님께

저는 목포에 사는 이용석입니다.
이 글을 쓴 이유는 감히 제가 대통령에 또 한번의 근심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아버지를 여읜 저에게는 대한민국의 아버지로써 감히 상담을 하고자합니다.
저는 며칠 전까지만도 목포에서 공부방대표로 자원봉사를 하고있었습니다.
저희 공부방은 목포시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보호대상자 중학생자녀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공부방을 운영하고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편부모나 조모들과 함께 생활하고, 생계문제로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주야로 일을 하거나 멀리 목포를 떠나 떠돌아다니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직장생활을 하거나, 또는 주부 자영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공부방 운영 또한 일정의 후원금과 선생님의 회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학생들의 생활이 경제적으로 부족하다지만, 여느 학생들보다 꿈도 많고 활기차며 생각들도 대견합니다.

제가 그들을 가르치기보다는 오히려 우리학생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현재 중1, 중2, 중3 해서 모두 30여명의 학생들이 있습니다.
학교수업을 마치고 여느 학생들처럼 학원은 가지 않지만, 항상 공부방에 와서 선생님들과 같이 공부를 합니다. 그들이 학원에 가지 못하는 경제력을 갖고 있고 물론 저희 선생님들 또한 전문 교사나 강사는 아니지만 학생들이 선생님을 위한 마음,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매운 돈독합니다. 그들의 친구로써 또한 보호자로써의 역할을 위해 항상 노력하는 선생님들께 너무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지금 주어진 현실보다는 자기의 미래와 꿈과 앞으로의 자기를 위해 열심히 살아갈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전 학생들에게 항상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얘기를 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경제적인 차별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기쁨과 슬픔을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경제적인 차별에 대해 굴하면 안 된다. 사람은 떳떳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학생은 순수해야한다. 경제적인 차이가 사람을 차별하지 못한다. 자기의 꿈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생활하는냐에 따라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자기의 꿈을 가지고 항상 생활해야 한다. 술 취한 부모님들, 항상 냄새나는 할머니, 한 칸 방에서 자야되고, 어제까지만도 전화가 되던 학생의 집전화가 연체로 인해 전화가 불통이 되고, 어제였던 집이 또다시 이사해야하고, 그들에게는 정말 현실이며 이 삶 자체가 절망일 때가 많습니다. 그런 우리 학생들에게 항상 굴하지 않은 마음을 갖게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며칠전 전 그 공부방을 당분간 그만두기로 하였습니다.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5월 한달간 정말로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나에게 이곳의 학생들의 사랑을 저버리고 제가 앞으로 해야할 일들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전 학생들에게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를 배워왔습니다. 배우지 못해 중학생인데도 산수조차 못하는 학생들도 있고, 쉬운 영어 단어조차 모르는 학생들도 있지만, 우리학생들은 서로 사랑하며, 항상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것을 항상 저희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제 자신도 차별에 대한 노예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부끄러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습니다.

저에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저는 근로복지공단 목포지사에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비정규직입니다. 2000년도부터 일용직으로 근무하다가 2002년 1월에 계약직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근로자를 위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무엇보다도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에 왔습니다. 물론 근무시간 후에는 공부방에서 아이들과 열심히 공부하였습니다. 일이 많이 밀리는 경우 공부방 끝나고 다시 사무실에 와서 일을 하였습니다. 정말로 열심히 부지런히 일했고, 동료들도 모두 훌륭한 분들이며 하는 일도 맘에 들어 정말 좋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일입니다. 동료 한 명이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다가 그만 다쳐서 병원에 입원하였습니다. 수술도 했고 무엇보다도 안정을 취해야 하며 치료도 덜 끝났는데 다시 사무실에 와 근무를 하였습니다. 붕대를 어깨에 감고 .....
병가가 없어 월차를 사용하여야 하며 무급이라 어쩔 수 없이 다시 출근하여야 했습니다. 이런 일이 재작년에도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월차를 사용하였습니다. 이런 경우가 저희는 46개 지사 및 훈련원 어린이집 등을 가지고 있어서 흔히 발생하는 일입니다. 비단 목포에서 만의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몇 년이 흘러도 잘못된 것을 고칠려고 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떠한 대책도 없고,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이라기보다는 누구하나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모두들 아파도 참아야 하고 출장이나 조퇴 등을 빌미로 하여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아파서 병원에 가야하는데 규정에도 없는 걸 편법으로 사용해야 하기에 눈치도 많이 보입니다. 같은 직장에서 같은 업무를 하면서 이런 정당하지 못한 처우에 힘이 듭니다.
비정규직이라 해서 일찍 퇴근하는 것도 아니고 늦게 출근하는 것도 아닌데 근로조건이 모두 동일한데.....

제가 금전적인 차별 때문에 억울한 게 아닙니다. 같은 인간을 그것도 근로자를 위한 근로복지공단에서 최근 기업이미지에서 우리공단이 1등을 하였습니다. 자랑스러워 모든 지사에 프랭카드를 붙이고 자축하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출근길에 그걸 바라본 제 심정은 우울합니다. 저희 공단에는 천명이 넘는 비정규직이 있습니다. 정규직의 절반정도입니다. 정규직은 노동조합이 있습니다. 그래서 매년 임금협상을 하며 근로조건 개선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린 그걸 바라보면 언제쯤이나 우리의 이야기도 해주나 하고 기다렸지만, 허사였습니다. 사용자도 정규직노동조합도 돌보아주지 않은 우린 시대의 사생아란 말입니까?
우린 사업비예산에 재료비에 잡급으로 되어있습니다. 인건비가 아닌 잡급으로 그래서 사용자도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고유업무, 동일노동을 제공하고도 우린 마치 인간이 아닌 재료처럼, 필요한 기계로만 인식되어있습니다. 명절이 되면 전 부모님께 10만원을 드립니다.
회사에서 흔히 말하는 떡값으로 준 것이라고 하지만 제 월급에서 준 것입니다. 명절이 차라리 없으면 합니다. 부끄러워서 가족누구에게도 아무것도 해주지 않은 회사를 욕할 수 없었습니다.
저희 비정규직에는 가족을 모시고 또한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미혼인 저나 그 동료나 받는 혜택은 똑같습니다. 이 얼마나 평등합니까? 가족이 있는 직원에 대해 당장 생계를 유지해야하는 직원에 대한 아무런 혜택도 없으니까요.

노무현 대통령님!
우리가 선택한 길이 그래서 우리의 일을 우리가 말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도 3개월마다, 1년마다 계약을 해야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비정규직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노력으로 제발 우리의 말도 좀 들어 주라고 .
노동조합이 최선의 길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린 너무나 연약하고 힘이 없습니다. 저희들은 열심히 일하며, 성실히 살아가면 우리를 알아주고 우리도 같은 동료들과 같이 웃고 행복해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아무도 우리의 얘기를 들어주지도 말해주지도 않습니다. 비정규직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많은 고심을 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말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위험을 무릅쓰고 노동조합이라는 걸 만들었습니다. 재계약이 안될 수도 있는 현실을 알면서도.
이제 우리는 말하고 묻고 싶습니다. 우리의 상황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근로자를 위한 근로복지공단이 내부 근로자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하지만 대화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사장을 만날려구 해도 사용자가 아니라고 대화들 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비정규직관리세칙을 가지고 공단의 이사장이 아니라 지사장이라고.... 어찌 천명이 넘는 우리의 책임자가 이사장이 아니란 말입니까? 그럼 노동부장관인가요? 아님 정부입니까?
우린 사용자 주체도 없는 여기저기 사고 팔리는 기계란 말입니까?

전 공부방을 갈 수가 없었습니다. 인간의 평등함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걸 가르쳐온 내가 이런 현실에 복종하여 참아왔습니다. 인간대접도 받지 못하는 처지에 어찌 학생들에게 인간답게 사는 것을 가르치겠습니까?
노무현 대통령님 제발 저의 고민을 들어주십시요.
현실을 참고 묵묵히 학생들에게 남아있어야 합니까? 아님 우리도 인간임을 외치며 우리의 얘기를 들어달라고 말해야 합니까?
전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싶습니다. 내 썰렁한 유머를 억지로 웃어주는 우리학생들에게.
옛말에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지만 우리가 그 열 손가락에 들지도 못한다면.....

운 열정을 가지고 있지만, 재계약이라는 악순환과 2회 이상 근무평가시 하위권에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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