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짱거지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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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짱거지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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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짱신드롬의 진실은 무엇인가?

 
   
  ▲ 중국 닝보의 얼짱거지타이완 배우를 닮아 유명해진 거지  
 

지금 중국의 한 거지 사나이가 스타로 떠올랐다. 처음엔 중국에서 좀 화제다 싶더니 한국과 일본을 넘어 이젠 영국 언론까지 주목하는 세계적 관심사의 포커스에 그 한 사람의 거지가 서 있다.

따지고 보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다. 거지라는 처지를 떠나서도 잘 생겨서 그렇건, 거지 중에서 특출한 외모라 그렇건, 아니면 뛰어난 외모의 사나이가 거지가 된 게 호기심을 자극했건 이 호기심 자체는 사회학적으로나 도의적으로나 나쁠 건 없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여기서 이처럼 지나치게 민감하고 열띤 반응을 보이는 우리의 모습을 냉정의 거울에 되비쳐 보지 않을 수 없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현재 중국에 사는 기자는 어느날 인터넷에 오른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에 산다는 청궈룽(33)이라는 한 거지의 사진을 실은 인터넷신문 온바오의 뉴스를 통해 보게 된다. 타이완 배우를 닮았다는 말에 공감이 갔고 그냥 지나쳤었다. 다음날부터 중국 내 여러 매체들이 경쟁적으로 같은 뉴스를 복사해 내었고 며칠 지나자 이 얼짱거지는 다양한 표정의 더 근사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기자가 보기에 그 사나이가 높은 뉴스 가치를 가진 것은 단지 거지라는 점이며, 여하튼 여기까지는 역시 흥행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의 세계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누구를 닮은 데다 걸음걸이까지 패션모델 스타일이라는 수준까지 이해의 폭을 넓혀 받아들이기로 한 우리에게 전달된 다음 단계는 쫓아가기가 버거운 레벨이었다. 중국 네티즌들에 의해 '시리거(犀利哥·엣지남)'라는 별명까지 얻은 이 남성은 유명해지다 못해 새로운 대중적 심볼로 등장한다. 마치 신인 스타가 떠오르는 과정과도 흡사했다.

어쩌면 방송세계의 그것보다 더 드라마틱한 시나리오였다. 네티즌들은 "영화계로 진출해도 손색이 없겠다"는 데서부터 "미친 존재감과 카리스마" "그의 왠지 모를 당당한 모습에 가슴이 떨린다"는 반응을 보인 여성들이 점점 많아지게 된다.

수용자인 대중들은 매체들의 경쟁적인 이미지 복제 투영과정에서 스스로의 마음속에서 이미 새로운 아이돌 심볼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 분야에서는 심리적으로 숙련된 기술자들이다.

급기야 이 얼짱거지는 여론에 포위되었고 거지의 자유마저 잃게 된다. 복제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그의 이미지는 유명 영화 주인공과 뒤섞여 패러디된 영화 포스터로 확대 재생산되었으며 새로운 화제로 변질되어 갔다. 수많은 카메라들과 그 카메라 뒤에 숨겨진 수 십억 개의 시선을 이겨내기엔 자신의 처지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스타가 된 이후 외출을 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와르르 몰려들자 정서불안과 대인기피 증세를 보였고 심지어 대중들 앞에서 큰 소리로 울거나 괴성을 지르기도 했다. 또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 앞에서 어떤 도움도 거부하게 되었다 한다. 그는 결국 거지라는 본연의 정체성마저 잃어버린 셈이었다.

원래부터 그는 약간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유명세 이후 히스테리 증세를 보인 점으로 보면 자아의식이 선명한 인격체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를 보는 세계인들의 시선은 과연 무엇이었단 말인가.

부러움도 아닌, 순수한 관심도 아닌, 지극히 편협한 관심들이 이미 세상 밖 거리로 내몰린 한 사람을 다시 고통속으로 내몰았다. 그가 세상에 대한 의욕을 버리고 거리로 나설 때는 어떤 타인들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으리라 얼마나 독한 다짐을 했던 것일까. 그가 지금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배고픔이나 추위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시선이다.

서울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신림동 지하철역 근처에 노수하고 있는 한 남성이 '신림동꽃거지'로 통하여 원빈을 닮았다느니 하는 소문에 많은 네티즌들이 그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만약 그가 힘없는 거지가 아닌 평균적인 법률적 인격체였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잘 생겨서 그랬던 거니까' 아무 문제는 없는 걸까.

이 사진을 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았다. 심지어 "내가 거지보다 못 생겼다니"에서부터“거지만도 못한 내 인생”“거지도 얼짱인 더러운 세상”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결국 그 남성은 "날 좀 내버려 둬 줘."라며 짜증을 냈다 한다.

'얼짱'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우리 사회에서는 '얼굴의 아름다움' 차원을 넘어 나와 친구를 미모로서 비교하고 집단 안에서 또는 국가 내에서 어느 한 사람의 미모를 숭배하는 사회학적 의미를 지닌다.

'얼'에도 '짱'에도 아무 관심마저 없는 한 사내에게 우리의 첨예한 얼짱관념의 꼬깔모자를 씌우자 한 사내의 정체성은 뒤집어지고 만다. 이 결과에 대해 여전히 의아하게 생각할 만큼 투철한 얼짱관념의 숭배자가 있다면 그는 "하필이면 그가 거지였기 때문"이라고 변명할 지도 모른다.

거리를 지나다가 좀 잘 생긴 거지를 보았다고 하자. '좀 잘생겼군.'하고 지나치지 않고 그것을 인터넷에 올리기로 최초의 한 사람은 어느 사진작가였다 한다. 그는 직업정신에 의해 그런 행동을 했고 매체들은 흥행을 위해 그랬고 늘 그 매체들의 계산 속에 존재하는 우리는 흥분했던 것이다.

과연 우리가 가진 얼짱 신드롬은 간단한 자극에도 흥분할 정도로 유약하고 일단 자극을 받으면 그렇게도 거침없고 집요하며 혹독한 것인가. 과연 그들은 우리에 의해 스타가 된 것일까. 그에게 유명세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할까.

여전히 얼짱관념은 당신의 머리 속에만 존재하는 개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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