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바라보면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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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바라보면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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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69> 김사인 “새벽별을 보며”

서울에서 보는 별은 흐리기만 합니다
술에 취해 들어와
그래도 흩어지는 정신 수습해
변변찮은 일감이나마 잡고 밤을 샙니다
눈은 때꾼하지만 머리는 맑아져 창 밖으로 나서면
새벽별 하나
저도 한 잠 못 붙인 피로한 눈으로
나를 건너다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래 서로 기다려온 사람처럼
말없이 마주 봅니다
살기에 지쳐 저는 많은 걸 잃었습니다
잃은 만큼 또 다른 것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대도 시골 그곳에서 저 별을 보며
고단한 얼굴 문지르고 계신지요

부질없을지라도
먼 데서 반짝이는 별은 눈물겹고
이 새벽에
별 하나가 그대와 나를 향해 깨어 있으니
우리 서 있는 곳 어디쯤이며
또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저 별을 보면 알 듯합니다
딴엔 알 듯도 합니다

 

 
   
  ^^^▲ 바위채송화가슴에 별 하나 심어두자
ⓒ 우리꽃 자생화^^^
 
 

한동안 별을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아니, 한동안 하늘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것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하늘을 바라보고 싶어도 하늘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체 하늘은 어디로 숨어버린 것일까요. 혹시 스모그 속으로 영원히 빨려들고 만 것은 아닐까요.

하늘이 보고 싶습니다. 저만치 뭉게구름 하나쯤 피어오르는 그런 새파란 하늘이 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밤이 오면 그 파아란 하늘에 총총 박힌 보석 같은 별들이 보고 싶습니다. 문득 별똥별 하나 허공을 스치고 지나가는 그런 아름다운 밤하늘을 눈 시리도록 보고 싶습니다.

서울에도 하늘이 있긴 있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 하늘에도 별이 뜨기는 뜨는가 봅니다. "살기에 지쳐 저는 많은 걸 잃"어버리고 "잃은 만큼 또 다른 것을 얻기"도 하는 곳이 서울입니다. 그래서 시인이 바라보는 서울의 하늘은 지친 이들의 마음처럼 흐릿하고, 그 흐릿한 하늘에는 지친 이들의 꺼져가는 꿈처럼 흐릿한 별이 떠오릅니다.

그동안 내가 꾸었던 꿈이 "부질 없을지라도/먼 데서 반짝이는 별은" 늘 나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비록 흐릿한 별일지라도 "이 새벽에/ 별 하나가 그대와 나를 향해 깨어 있으니/우리 서 있는 곳 어디쯤이며/또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아니, 저 흐릿한 별이 내가 가야 할 길을 환하게 비춰주는 것만 같습니다.

이 시는 서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술에 취해 들어와/그래도 흩어지는 정신 수습해/변변찮은 일감이나마 잡고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눈은 때꾼하지만 머리는 맑아져 창 밖으로 나서면" 내 고단한 희망 같은 "새벽별 하나"가 "저도 한 잠 못 붙인 피로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이 시에서 시인은 모든 것이 꺾여버린 것처럼 고달픈 삶을 사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도, 서울의 하늘에 박힌 저 흐릿한 별처럼 흐릿한 희망 하나가 자라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비록 그 꿈이 저 별처럼 흐릿하게 멀어져 가더라도 결코 내가 걸어가는 이 길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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