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계창기자 = 민주당 설훈 의원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20만달러 수수설과 관련, 작년 4월 기자회견을 가진 직후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김현섭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함께 김한정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도 만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김 전 비서관에 이어 김 전 부속실장까지 폭로 요청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설 의원이 제기한 이 전 총재의 20만달러 수수설 폭로가 청와대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31일 검찰에 따르면 김희완씨는 설 의원이 기자회견을 한 다음날인 작년 4월20일 김현섭씨의 요청으로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가졌으며 이 자리에 김한정씨도 참석했다고 진술했다.

김희완씨는 오찬을 마친뒤 김현섭씨 등의 안내로 설 의원이 기다리는 장소로 함께 갔으며, 설 의원은 김희완씨에게 '최규선씨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 김희완씨가 최씨의 친척 이모씨의 이름을 알려줬다는 것이다.

이에 설 의원은 당시 이씨를 만나게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김희완씨는 이후 이씨가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전달, 설 의원과 이씨의 접촉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김현섭씨의 경우 김희완씨와 기자회견 이전에 만난 정황이 포착돼 작년 10월께 서면조사를 벌였으나 김한정씨는 회견 이후에 만났다는 점에서 폭로와 무관하다고 보고 직접 조사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현섭씨는 회동 당시 김희완씨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씨가 연루됐던 비리 내용과 함께 '20만달러 수수설' 내용이 담겼다는 녹음 테이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김현섭씨는 앞서 설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기 전인 작년 4월초에도 김희완씨와 만나 "최씨가 20만 달러를 제공했다는 얘기를 홍걸씨 동서인 황모씨로부터 들었다"며 확인을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끝)

야 '설훈폭로' 공세 계속

(서울=연합뉴스) 최이락기자 = 한나라당은 31일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의 이회창(李會昌) 전총재 20만달러 수수설 폭로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 및 엄중처벌을 요구하는 등 공세를 강화했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해 8월 민주당 5대의혹 규명특위 위원장이었던 민주당 정대철 대표는 '설 의원이 그런 발언을 한데는 말못할 사정이 있다'고 했다"며 "이는 민주당 지도부가 청와대 지도부의 지시였음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그는 "설 의원이 정치공작의 하수인임이 밝혀진 만큼 검찰수사.국정조사.특검과는 별도로 설 의원을 제명하고 의원직 사퇴를 종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태영(宋泰永) 부대변인은 "청와대의 '이회창죽이기'와 DJ 두아들 비리사건 물타기를 위한 정치공작임이 밝혀지고 있다"며 "미국에 도피중인 김현섭씨를 소환해 공작사건을 밝히는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며 이번 사건이 송광수 검찰의 정치적 중립의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경훈(吳慶勳) 부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설 의원의 허위폭로를 기정사실화하며 거칠게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었다"며 "설 의원의 자백으로 폭로극은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비열한 정치공작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당시 후보이던 노 대통령도 혹시 폭로극의 진상을 사전에 인지했던 것은 아니냐"며 "설훈 폭로극은 정권실세들이 주도한 사건인 만큼 검찰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서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정제 부대변인은 "대북송금에 대한 특검의 본격 수사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민주당은 아직도 협상창구조차 결정못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민주당은 우리가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고 덮어씌우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규택(李揆澤) 총무는 "특검법 개정협상은 총무가 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