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없이는 이젠 못 살 것 같아.”
훈이는 연지이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나도. 그래. 안보면 보고 싶고, 솔직히 말해서 당신을 만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러나 내가 뭔지 모르겠어. 꼭 20대 같아. 나는 20대까지도 섹스를 어떻게 하는지 몰랐다면 당신은 바보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인생을 바보처럼 살았어. 섹스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이렇게 잘하잖아.”
“우리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거야. 이미 배는 떠났고… 목표를 향해 가자. 나중에 암초에 걸려 배가 파산될 때까지 가보자. 우리 사랑은 내가 만든 것도 아니고 당신이 만든 것도 아니야. 우리 둘이 만들어낸 합작품이야.”
“바람둥이, 몰라.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쩌면 집을 뛰쳐나올지도 모르겠고, 아들은 주고 딸은 내가 데리고 나와야 할지도,”
“그건 왜?”
“아들은 아버지를 닮았고, 딸은 나를 닮았으니까. 우리 모녀를 책임질 수 있다면 나올게.”
훈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을 책임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닥 희망이 있다면 맑은 하늘에 벼락을 맞을 수 있다는 로또복권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
“자신 없지?”
연지는 다시 물었다.
우선 갈라놓으면 무슨 수가 있지 않겠느냐는 그런 희망을 갖게 하고 싶은 마음에서 자신 없는 대답을 했다.
“내가 갈라서라고 할 때까지 있어.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까.”
지나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막상 나간다 하더라도 훈이가 남편보다 더 잘해 줄 것이란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사랑은 사랑으로서 끝내야 한다고 연지는 생각을 고쳐 잡았다.
월요일 딸이 학교로 가져가야할 돈이 걱정이었다. 그렇다고 훈이에게 달라고 하기에는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연지는 훈이가 화장실에 간 틈을 이용하여 훈이의 지갑을 훔쳐보았다. 돈을 낳는 기계인지 없다면서 만날 때마다 수표가 몇 장씩 숨어 있었다.
‘휴 살았다.’
연지의 입가에서 웃음이 튀어 나왔다.
훈이는 창가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고 있었다. 연지는 어떻게 비위를 맞춰야할 가를 생각했다.
“자기, 나 화장품 좀 사줘. 떨어질려니까 한꺼번에 떨어지네.”
“알았어.”
“자기 화장품 값이 얼마나 되는 줄 알고 그렇게 대답하는 거야?”
“십만 원이면 떡을 치겠지?”
“십만 원? 만져보지도 못한다. 영양 크림만 이십만 원이야. 기초 화장품도 십여만 원은 줘야 하고, 모두 당신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거니까 사줘.”
연지의 간절함에 훈이는 벌떡 일어나 지갑을 꺼내어 수표 세장을 뽑아 쥐었다.
“잘 쓸게.”
연지는 얼른 받아 핸드백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나의 구세주’ 하고 중얼거렸다.
바다 바람이 커튼을 재치고 세차게 바람을 몰고 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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