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학술원의 이상한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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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학술원의 이상한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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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기준 미달 도서, 타기관 수상 도서 모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 문제 제기 묵살로 의혹 커져

국내 최고 권위의 학술기관인 대한민국 학술원의 『기초학문육성 우수학술도서 선정지원사업』의 심사과정과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이를 둘러싸고 학술원과 정부가 이상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의혹을 자아내고 있다.

학술원은 매년 기초학문분야의 연구 및 저술활동 활성화를 목적으로 기초학술도서 및 동서양 고전 우수 국역서를 대상으로 약 500여종의 도서를 선정, 대학과 연구소등에 보급해 오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올해 선정 기준.

학술원은 지난 3월 한달동안 올해 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 2009년도에 국내에서 “초판” 간행된 도서를 선정 기준으로 제시했고 지난 6월 1일, 총 478종 512권을 2010년도 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 발표했다. 177개 출판사가 직간접적으로 적게는 1,000만원부터 몇천만원까지 홍보 및 판매 효과를 보게 되고 전체적으로 한권당 1,000만원으로 보면 이 사업은 50억이 넘는 예산규모를 가진다.

그런데 선정 도서중 『◯◯』는 지난 2004년 5월에 처음 발행됐었고, 2009년도판은 저자가 4명에서 22명으로 늘고 새로운 사진 200여장이 추가됐으나 도서명에 전문가용판이라는 영문명만 추가됐을뿐 사실상 목차와 내용이 거의 비슷하거나 동일해 초판이 아니라 개정판 또는 증보판이 분명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밖에 『◯◯◯』개론은 해당 출판사 홈페이지에 개정판으로 명시되어 있는데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됐다.

학술원측은 문제가 제기된 『◯◯』전문가용판에 대해 해당 심사위원에게 이 내용을 질의했으나 ‘2009년도 초판으로 보아도 무방해 선정 결과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이의를 처음 제기한 민원인에게 심사결과를 번복할 수 없음을 통보했다.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도 해당 도서 등록(ISBN)이 초판으로 되어 있고 2004년도에 발간된 도서는 학생용, 2009년도에 출판된 도서는 교수용이며 새로운 내용이 90여페이지 추가되었으므로 새로운 저작물로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필자의 확인 결과 해당 도서의 대표 저자 3인은 문제가 되고 있는 도서가 전문가는 물론 학생이나 화장품에 관심있는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구성하였다고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고 2004년도판과 2009년도판을 비교한 결과, 두 도서는 거의 동일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음도 확인했다.

필자의 취재가 시작되자 학술원측은 문제 제기가 나름 설득력이 있어 6월 22~23일경 해외 출장중인 일부 심사위원이 귀국하면 심사위원단 회의를 소집해 이를 정식으로 재논의하겠다고 밝히고 그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했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연락도 없는 상태다. 문제 제기가 타당하고 만일 심사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이 이를 미처 걸러내지 못한 것이라면 다른 타분야의 선정 도서중에서도 이런 비슷한 사례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도 학술원측은 사실상 인정했지만, 학술원과 관계당국의 실제 대응방식은 무책임하고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학술원 담당 주무관은 이번 선정결과를 처음 문제 제기한 민원인에 대해 민원인 보호방침을 무시한 채 직장까지 전화를 걸거나 교육과학기술부에 올린 민원 글을 삭제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장관과의 대화에 올려진 민원 답변글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일관하며 학술원 명예에 관련된 지적에 대해 별일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고, 국민신문고의 답변도 교육과학기술부의 동일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술원의 권위 회복을 위한 노력보다는 심사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서둘러 덮는데 급급한 것이 아닌지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또다른 논란은 이중 수상으로, 타 기관으로부터 비슷한 성격으로 이미 수상한 경우에도 학술원 지원사업 선정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는 것. 이번에 선정된 『◯◯◯◯』라는 도서는 2009년도 제14회 서울특별시의학상 저술상에 선정된 도서였으나 이번 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됐다.

이에 대해 학술원측은 지원사업 기준에 이미 타기관으로부터 선정받은 도서는 응모할 수 없다는 기준이 없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우수학술도서 선정 보급사업의 목적이 학술 진흥에 도움이 될 우수한 도서를 많은 대학, 연구기관에 보급해 학문을 발전시키는데 있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학술원측 주무관은 본 지원사업이 문화관광부 사업과의 중복여부등 여러 이유로 존폐 여부가 논의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어 예산의 중복 또는 낭비를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학술원측은 “우리 지원사업에 심사위원과 출판사간 모종의 뒷거래나 심사 과정상에 특정 저자 또는 출판사를 편향적으로 선발하는 경우는 단언코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도서의 출판을 기획해 저자에게 요청해도 예전 자료를 그대로 재탕하거나 조금 보강하는 수준이 많은 것이 공공연한 출판업계에서 고의건 실수건 초판이 아닌 개정판이 지원대상으로 선정될 오류를 전혀 배제할 수 없고, 거꾸로 일부 출판사들이 학술원의 우수 학술도서 지원사업을 악용해 이미 발행된 책에 조금 덧칠해 새 책이라며 응모하는 경우가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학술원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정부와 학술원측의 당연한 도리다.

그런데 학술원측은 최초 민원 제기자에게 ‘대체 원하는 게 뭐냐, 왜 일을 이렇게 어렵게 만드느냐’며 만나자고 제의하는가 하면 심사기준과 심사위원 공개를 요청한 필자에겐 이를 거부, 문제 제기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고선 대충 둘러대고 흐지부지 이 일을 끝내버리려 하고 있다.

학술원측의 이런 대응을 보면 교수가 주축인 저자와 동일계열의 심사위원간 암묵적인 밀어주기가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선정지원사업이 예산에 맞춰 나눠주기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가 사실이라면, 만일 이런 문제가 올해 걸러진 것이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지난 수년간 관행처럼 굳어져 왔다면 이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제기된 논란보다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더 실망스러운 학술원. 제기된 문제에 대해 학술원과 정부 모두 문제가 없다고 하고 있지만, 이 이상한 심사기준과 결과를 앞에 두고 학술원의 명예에 어떤 것이 더 누가 되는 일인지 정부와 학술원의 자각과 함께 투명하고 적극적인 조사가 진행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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