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색에 물든 우리말-(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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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색에 물든 우리말-(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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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바지(け+바지)

요즈음 우리말 가리지 않고 너무 함부로 한다. 입에서 토해내면 전부가 말이다. 누가 말리지도 않고 탓하지도 않으니 그저 편리한대로 하면 그만이다. 그 옛날 우리사회는 양반의 얘기가 따로 있고 상민이 쓰는 말이 따로 있어 말만 들어봐도 그 사람의 품격을 알 수 있었다.

지난번 어느 매체를 통해 흘러나온 얘기다. 요즈음 유명세를 타고 있는 묘령의 탤런트가 근래 자기 남편으로부터 '개 바지'한 벌을 얻어 입었다고 자랑을 했다.

우리말에 '개'자가 들어가면 말 자체를 비하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개떡, 개살구, 개놈, 개똥 따위를 들 수 있다. 처음에는 개 바지라 하기에 허름한 허드레 바지를 낮춰 부르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털실로 짠 '털 바지'를 말한 것이었다. 그렇게 말한 자신도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했을 것이다. 이것은 일본말과 우리말이 뒤섞인 변질된 합성어이다.

일본말로 털실을 게이도(けぃと-毛絲)라고 한다. 이것을 억지로 줄인 합성어로 만든다면 '게 바지'(け-毛 + 바지)라야 하는데 얼토당토않게 '개 바지'라고 했으니 또 한 번 변질 시킨 것이다.

일본 말의 '게'(け-毛)를 '개'로 바꿔 불렀으니 이상한 말이 된 것이다. 우리 격언에 '어'다르고 '아'다르다는 말이 있다. 발음의 차가 이토록 엉뚱한 말을 만들어 웃음 꺼리가 된 것이다.

말과 행동은 그 사람의 인격이며 수준이다. 특히 공인의 일 거수 이 투족은 모든 이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요즈음 방송매체를 타고 여과 없이 흘러나오는 출연자들의 책임 없는 말에 신경이 써진다. 유명 인사나 평범한 사람이 따로 없다. 듣는 사람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아 조마조마하다.

지금도 방송에서는 가끔씩 이런 식의 말투가 여과 없이 흘러나와 진행자가 그때그때 시정을 해주어 위기를 모면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시정을 해주어야 할지도 걱정이다.

세월이 흐르다보면 말의 변화도 생기게 마련이어 탓 할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신조어가 난무하다보면 본디의 우리말이 점차사라지고 말 것이다. 우리의 것은 우리가 지켜야 할 책무가 있다.

우리 속담에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말이 있다. 새로운 것은 항상 위험이 뒤따른다. 새로운 말도 매한가지다. 확인되지 않은 말은 자칫 스스로의 체통을 깎일 수도 있으니 매사 확인이 필요하다.

요즈음 모 방송에서 우리말 겨루기를 통하여 우리말의 달인을 찾아 시상하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것은 우리 것을 잊지 말고 기리보존하자는 것이라 생각된다. 내 것을 잊지 않고 간직한다는 것은 중요한 것이다.

어떤 이는 말하기를 자신의 가계(家系)부터 알고 나서 역사 공부를 하고 역사를 익힌 후에 세계사를 공부하라고 했다. 제 것도 모르며 남의 것을 넘보는 것은 욕심에 불과하다. 그토록 우리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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