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처럼 나약하게만 여겼던 막내아들이 군에 입대했다. 6·3 지방선거 ‘재선거’ 구호가 잠실벌에 한창 울려 퍼지던 어느 날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사랑한다!”라는 말을 처음 했는데, 아들이 좀 놀라는 눈치였다. 지금 서울 잠실에서 ‘재선거’ 피켓과 태극기를 든 우리의 아들딸들은 놀랍도록 똑똑하다. 나는 그것을 처음 안 것이다. 요 며칠 길에서 만나는 청년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사랑스러워 보였다.
이 잠실의 2030 청년들은 경제성장의 혜택을 제대로 보고 자란 세대지만, 나약하거나 미숙하지 않았다. 그들은 사리 분별이 아주 선명했고, 자신들의 권리 주장에 불순한 정치세력이나 이권이 개입하는 것을 단칼에 차단했다. 그리고 누구의 지시나 주동도 없이 스스로 모든 것을 온전하게 해결해 나가고 있었다. 놀라운 현상이다.
세계 어느 나라 청년들보다 우수한 머리를 가진 이들은 열심히 공부했고, 훌륭한 재능을 가졌다. 그러나 이들은 미래를 가지지 못했다. 취업도, 결혼도, 내집 마련도 어려운 세대. 아마도 이들 마음속에는 세상을 스스로 바꿔보겠다는 야무진 꿈이 자라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정치적 의견도 분명했다. 그것을 매번 선거 때마다 직설적으로 표현해 오던 터였다.
그런데 자신과 가족과 이웃이 그 투표권마저 유린당하는 현장을 본 것이다. 그 절망이 분노의 불을 지펴 잠실벌을 달군 것이었다. 이보다 더 강한 힘은 없다. 생각이 옳고, 분명하며, 의지가 곧은 주장을 굴복시킬 힘은 세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잠실에 걸린 벽보에 “선동하거나 선동당하지 마세요!”라고 썼다. 이들은 지금 자신들만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더 이상 세상의 얄팍한 선동과 협잡에 희생당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구호에 주목해야 한다.
이 나라 좌파 세력은 이들을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 취급하더니 마침내 개천의 물길마저 막아버린 꼴이다. 마지막 희망의 끈마저 잘린 청년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우리는 이들이 가재인지 킹크랩인지 붕어인지 상어인지를 규정할 필요도 없고, 그들의 개천에 물을 줘라 말아라 할 이유도 없다.
오만한 정치가들과 자칭 지식인들이 만들어 온 어설픈 이념의 세상을 이들은 지금 거부하고 있다. 취업하려니 기업을 죽이고, 장사를 하려니 최저임금을 올리고, 집을 사려니 집값 잡겠다고 집값을 올리는 그 구태(舊態)를 자신들의 손으로 걷어내겠다는 것이다. 낡은 세대, 낡은 생각, 낡은 권력들은 그들의 길에서 비켜 주는 게 옳다.
아니, 이쯤에서 꺼져 주는 게 맞다!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2030을 가붕개로 여기다 개구리 신세로 전락한 조국처럼 되기 싫으면!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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