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한 교통체증과 교통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베이징 시내.중국인들의 독특한 문화속에 운전면허필기시험문제도 문제 많아...... ⓒ AFP^^^

중국하면 세계 최대의 자전거 대국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급속한 경제발전 속에서 자동차가 자전거를 거리에서 내몰리며 수많은 교통사고의 대국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수는 7만3천5백 명이며 부상자는 30만 4천명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중국 정부도 교통사고 방지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운전에 필요한 운전면허시험문제가 사회 문화적 충격을 주고 있다고 에이에프피(AFP)통신이 9일 보도해 눈길을 끈다.

문제 : “(교통사고로) 만일 어떤 사람의 창자가 복부(배) 밖으로 튀어 나왔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A : 창자를 집어 넣어준다
B : 그냥 그대로 방치해둔다
C : 덮을 수 있는 것으로 그곳을 덮은 다음 단단하게 몸을 묶어준다

위의 시험문제는 5년제 의과대학 시험문제가 아니라 바로 중국현지인과 외국인들이 중국에서 치러야 하는 운전면허 필기시험 100문제 중 한 문제이다. 그런데 위 문제의 정답은 C라고 한다. (ABC 중 '답'이 길어 C가 정답인가?)

필기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은 800문항의 시험문제지가 제시된다. 그 문제들 중에서 100문제가 실제 시험에 나온 것이다. 반면 교통 신호를 다루는 문제들은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것이지만 다른 문제들은 유별나게 중국인 특성을 나타내 보이고 있다고 통신은 꼬집었다.

중국 운전면허 필기시험문제를 보면 때로는 3개의 답 중 2개가 정답인 경우도 적지 않거나 정답이라 해도 분명히 정답이 아닌 것이 정답 처리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문제 : “한 운전자가 운전 도중 토해야만 할 때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

A : 창밖으로 뱉어 낸다
B : 휴지 조각에 뱉은 다음 쓰레기통에 담는다
C : 자동차 바닥에 뱉어 낸다

이 문제에서 정답은 무엇일까요 ? 중국의 답은 B라고 한다.

어느 날 아침 일단의 미국인, 러시아인, 한국인 그리고 프랑스인들이 화장실 뒤에 마련된 외국인을 위한 대기실에서 베이징 교통당국의 시험을 보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텔레비전 화면에 유혈이 낭자한 이미지가 연이어 나온다. 아주 심하게 부상을 당한 사람이 자동차 뒷좌석에 누어있다. 그 부상자는 피가 낭자하다. 사고가 난 후 운전자는 차 밖으로 나와 길바닥에 멍하니 그냥 앉아 있다. 부상자의 친척들은 슬픔에 빠져 있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의 한 항공사에 근무하는 한 러시아인은 다양한 필기시험문제를 4일 동안 미리 풀어본지라 시험에 자신만만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시험문제를 들여다보니 틀린 답이 하나도 없었다고 생각했다.

20여명의 외국인 수험생들은 시험을 보기 위해 배정된 책상에 앉았다. 각각 컴퓨터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시험이 시작된 것이다.

그들은 답을 적을 컴퓨터용 답안지를 배부 받고 자신의 신분증 번호, 해당 언어 등을 적어 넣었다. 그리고 답안지 작성은 A, B, 혹은 C, 진실 혹은 거짓, 예 혹은 아니오 중에서 선택하도록 돼 있었다.

100문제 모두 푸는데 시간제한은 45분이었다. 그러나 수험생들은 100문제를 다 풀려면 최소한 90분 정도는 필요했다. 물론 시험 결과는 시험이 끝나자마자 나온다.

시험교실에 있던 미국 대사관 직원들은 대부분 기분이 좋은 분위기였다. 시험 결과는 한 사람만 빼고는 전원 합격했다. 불합격한 사람의 정답률은 82%였다. 그 들 중 한 사람은 “우리는 시험공부 하느라 주말을 다 보냈다”고 말했다.

그런데 시험에 떨어진 한 여성은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그러면서 그녀는 말했다. “만일 당신이 시험에서 89점을 획득하고 불합격했다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시험에 응시한 러시아인은 망연자실했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해도 정답을 45개만 맞출 수밖에 없었다며 “난 시험 문항과 답안에 쓰인 러시아어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여하튼 필기시험은 끝났다. 운전면허시험을 치른 외국인들은 자국의 운전 면허증들이 있는 사람들이라서 중국과는 달리 실기시험은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왼쪽 눈을 가리고, 다음에는 오른쪽 눈을 가리고 하는 시력 테스트도 해야 했고, 겉으로 드러나는 아주 간단한 표정 연출도 해야 했다.

또 그들은 거울 속의 패널을 읽어야 했는데 그 속에는 아무런 글씨조차 없었다. 아주 이상한 시력 테스트였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주차장 입구에는 아코디언과 같이 구겨진 두 대의 자동차가 있었다. 베이징 거리에서는 어느 누구도 도로교통법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운전자들은 일상적으로 빨간 불을 켜고 앞차를 추월하며 달리곤 한다. 자전거 탄 사람들은 교통 장애물이며 보행자들도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것 자체가 교통 방해로 보였다.

통신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스러운 중국의 길거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며 중국인들의 문화의식을 심하게 비꼬았다. 문화적 충격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