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모가디슈', 아비규환 속에서 목숨을 건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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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모가디슈', 아비규환 속에서 목숨을 건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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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적인 갈등을 던져 버리는 순간에 관한 포착

델타 변이로 인해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는 가운데, 충무로가 여름 성수기에 텐트폴 영화로 내놓은 한국영화 세 편이 침체된 극장가의 활기를 가져다주고 있다. 황정민 주연의 <인질>, 차승원 주연의 <싱크홀>과 함께 대세 배우, 김윤석과 조인성이 출연하는 영화 <모가디슈>가 그 주인공이다.

이 가운데, 영화 <모가디슈>는 액션 장인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전쟁 액션 영화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 평론가 평점을 확인하는 습관이 있는데, 아마도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를 모르고 입장한 영화관을 나오면서 갖는 실망감을 줄여보기 위해서인 듯하다.  

국내 메이저 배급사들이 앞다퉈 내놓은 작품들 가운데, 이 영화를 선택한 건 류승완이란 작가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1990년대 초반 우리나라의 UN  회원국 가입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외교관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전쟁과 갈등이라는 요소를 액션 장르에 녹여냈다. 실화를 소재로 했고, 당시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던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악한 환경 속에 공동체를 이끄는 외교관과 첩보원의 분투를 담백하게 그려낸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 컷/ 이하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모가디슈' 스틸 컷/ 이하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외교관이 등장하고 극 중 남북한 첩보원의 견제 상황이 있어 이른바 국내 기획성 영화에서 익숙히 봐온 국뽕 설정이나 신파, 흑백논리, 해피엔딩 등 전형성을 갖기 쉬운데,  류승완 감독은 이러한 클리셰(전형성)를 모두 걷어내고 관객을 향한 이야기와 여운 전달에 집중한다.  

"지금부터 우리의 투쟁 목표는 생존이다"라고 말하는 소말리아 주재 북한 대사 림용수(허준호 분)의 대사가 모든 상황을 방증한다. 즉, 영화 <1997>처럼 아비규환 속의 전쟁터에서 이성적인 판단이나 대립을 뒤로하고 '생존'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탈출을 위해 결단하는 목숨을 건 연대를 성찰한다.   

영화의 결말부에 이르러 남북 첩보원이 등장하는 영화 속에서 있음 직한 지점들이 하나둘씩 빗나가고 서로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 무심함을 통해 배려하는 두 외교관의 리더십을 그려낸 감독의 연출력은 감정의 과잉을 걷어내고 담백하게 연출하는 허진호의 그것과 많이 닮았다. 

소말리아에 먼저 정착해 여론을 유리하게 이끈 북한 대사 림용수, 번번이 북한 측의 방해로 실패를 거듭하는 한국 대사 한신성(김윤석 분)은 영화 초반에 남측 강대진 참사관(조인성 분)의 현지 도착 시퀀스부터 서로의 국익을 위해 갈등과 충돌을 반복한다.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이념적 대립이나 실리외교 등 소모적인 논쟁을 단번에 날려 버리는 순간을 포착한다. 마치 덴마크의 거장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 <멜랑콜리아>에서 지구를 향해 돌진해오는 행성으로 인해 인간 사이의 시기와 질투 등 소모적인 갈등을 일순간에 날려버리듯,  남북한 양측 모두에게 어쩔 수 없이 고립된 상황을 만드는 소말리아 내전이 터지는 것이다.

정부군의 보호 아래 대사관저 주변에서 살아가는 외교관 가족들과 파견된 첩보원들은 어린아이에게도 총을 쥐어주며 인간병기로 만든 검은 땅의 반군이 위협하는 상황 속에서도 가족들과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리더십을 발휘한다. 

물론, 북한 측 참사관 역을 맡은 구교환의 등장을 통해 곳곳에서 이념적인 대립이나 갈등을 촉발하는 요소들로 인해 관객들에게 언제 저 연대가 무너질지 긴장감을 전하기도 하지만 국난이 있을 때마다 한마음이 되었던 단일 민족의 기지가 발휘되었을까. 

외부 상황으로 인해 고립된 양 측은 일촉즉발의 충돌 우려를 낳지만, 이후 '생존'이라는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이야기 전개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무장한 반군들이 즐비한 모가디슈 시내를 정면 돌파해 공항까지 필사의 탈출을 계획하기에 이른다.

조인성과 구교환이 좁은 공간에서 격투를 벌이는 장면에서 타격감은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자아내고, 필사의 탈출을 위해 남북 양측이 자동차 외피에 책을 묶는 장면은 두 대사의 리더십 아래에서 일사불란하게 진행된다. 총격전 사이로 롤러코스터에 오른 듯 긴장하고 안심하는 관객들의 호흡이 반복되면서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된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도록 시내로부터 탈출하는 차량들을 백기를 총기로 오인한 정부군의 추격전까지 더해 류승완 감독은 담백한 연출에 서스펜스를 조화시켜 한여름 텐트폴 영화로서 오락성을 살려냈다.

특히,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 이어 북한 측 참사관으로 변신한 구교환은 이번 작품에서도 신스틸러로서 미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외에도 김소진, 정만식 등 배우들도 현실 캐릭터 같은 모습으로 이야기에 깊이를 더한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갈등들이 존재한다. 다수에 의해 묵인되는 소수의 권리가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어느 순간 쉽게 잊히기도 한다.  <멜랑콜리아>에서의 지구 멸망, <모가디슈>에서의 전쟁 등은 이러한 소모적인 논쟁을 일순간에 날려버리게 만든다. 이러한 작품들은 우리가 겪는 다양한 감정의 양상들이 결국, 우주나 재해 앞에서는 소모적이라는 것을 일깨운다.

소모적인 갈등을 던져 버리는 순간에 관한 포착이 인상적인 영화 <모가디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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