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대화 집착 말고 압박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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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대화 집착 말고 압박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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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직 관리들 ”형식적 대화 의미 없어"

북한이 미국의 ‘조건 없는 대화’ 요구를 일축한 가운데 워싱턴에서는 대화 재개를 위한 어떤 유인책도 제공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확대되고 있다고 VOA가 25일 전했다.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북한의 입장 발표에 일희일비하거나 추가 유인책을 고려하는 대신 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북한의 행동 변화를 꾸준히 압박하는 것이 현실적 대응책이라는 제안이 나온다.

북 핵 문제의 중요한 고비 때마다 대결과 대화 국면을 최전선에서 두루 겪었던 미국의 전직 외교 관리들의 위기관리 경험에서 나온 조언으로, 2년 넘게 교착상태에 빠진 미-북 대화 재개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미-북 대화의 즉각적인 재개 전망은 밝지 않지만, 순식간에 바뀔 수 있는 북한의 성명에 지나치게 귀를 기울일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 성명은 발표 순간 외에는 유효하지 않을 때가 많다”는 설명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22일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명의 담화에서 미-북 대화 재개를 기대하는 미국을 향해 “꿈보다 해몽이란 말이 있다.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릴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어 다음날 리선권 외무상을 통해 “우린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힐 전 차관보는 “중요한 것은 북한 쪽에서 상황을 진전시킬 의지가 있느냐인데, 나는 여기에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열악한 경제 상황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북한이 언제든 셈법을 바꿀 수 있지만, 현재로선 조기 대화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결국 북한 외교 당국자 몇 명이 심각한 얼굴로 협상장으로 걸어들어오는 그림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들고 오느냐가 관건이라는 건데, 따라서 단순히 대화로 ‘초청’하기 위한 유인책 제공은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협상도 하기 전에 항복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관리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한 만큼 공은 여전히 북한에 넘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미국은 언제 어디서든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반복적으로 밝히는 것 외에 추가 메시지를 내거나, 대화를 유도하기 위해 양보하지 말아야 한다”며 “그럴 경우 북한과 어떤 대화에서도 불리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한-미, 미-일,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 참석차 19~23일 닷새간 한국을 방문해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 의사를 분명히 한 바 있다. 이어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도 북한의 잇따른 대화 거부에도 외교에 열려있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하지만 전직 관리들은 미국이 대화 의지를 거듭 분명히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미-북 대화 자체에 큰 의미를 두는 한국 정부의 기대 등을 고려해 북한에 모종의 유인책을 제공하거나 타협점을 모색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낮은 단계의 관여를 성사시키는데도 보상을 제공할 경우 모든 협상 단계마다 선물의 크기를 늘려야 하고, 정작 회담은 ‘비핵화할 생각 없다’는 북한의 기존 입장만 확인하고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깔렸다.

힐 전 차관보는 “바이든 행정부는 단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양보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진지한 협상을 할 것이라는 조짐을 먼저 봐야 한다”며 “현재까지 그런 조짐은 안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막상 대화가 재개되면 어떤 조치가 뒤따를지에 대한 내부 논의가 있겠지만,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타협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유엔의 11개 결의안을 위반하고 있는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이유로 바이든 행정부에 좀 더 양보할 것을 제안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이 군사, 경제, 안보, 법 집행 부문에서 오랫동안 북한에 많은 양보를 했지만, 이는 외교적 돌파구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지난 몇 년 동안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고 취소했지만, 이 역시 북한의 외교적, 안보적 상호 조치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예를 들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확산·생화학방어 선임국장과 북한 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현재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핵과 미사일 등 미국과 유엔에 의해 금지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추가 대북제재가 발동되지 않아 압박 동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돌아와 논의해야 할 주제가 핵과 미사일 문제라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 압박 강도를 늘리는 것이 다음 단계”라고 말했다.

다만, 워싱턴에서는 2018년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재현된 미-북 대화의 공백이 길어질수록 북한의 핵 보유고만 늘릴 것이라는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럴 킴벌 미국 군축협회(ACA) 사무총장은 “북한이 대화로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핵과 미사일 역량을 개선할 시간만 벌어주는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는 대화가 성사될 경우 북한에 무엇을 제안할 것인지 더욱 명백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이 “조건 없는 대화를 시도하는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북한에 다가오려면 미국이 첫걸음을 떼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며 “한국, 미국 모두의 대화 제의를 일축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에 먼저 양보할 것을 요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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