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바이러스, 국경 있는 백신
국경 없는 바이러스, 국경 있는 백신
  • 김상욱 대기자
  • 승인 2021.06.19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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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이 없는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백신도 그래야 하지만, 현실은 그와 반대다. 백신에는 국적도, 국경도 존재한다는 난감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국경이 없는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백신도 그래야 하지만, 현실은 그와 반대다. 백신에는 국적도, 국경도 존재한다는 난감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6월 초, 수십 명의 로힝야족 난민들이 인도네시아 아체 주 앞바다의 무인도에 상륙했다. 로힝야족 난민들은 방글라데시의 콕스 바자르(Cox’s Bazar)에서 곧 부서질 듯한 작은 보트를 타고 100일 넘게 바다에 떠내려 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현지 어부들이 낚시하기 위해 들렀다가 잠시 머물 휴게소로 활용하고 있는 아체 주에 있는 무인도 이다만 섬(Idaman Island) 여기 저기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들이 포착됐다고 알자지라가 18(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섬에 도착을 한 로힝야 난민들은 지난 65일 어린이를 포함 난민들 모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았다.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 온 난민들에게 교육과 심리학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비정부기구(NGO) 재단(geutanyoe foundation)의 인도주의 코디네이터인 나스루딘(Nasruddin)난민이 현지 정부와 연계해 백신을 접종했다고 말했다.

나스루딘은 이어 이들 난민을 발견했을 때, 이 섬에는 식량도 수도와 전기도 없는 위기상황이어서 지역 주민들이 식량을 마련해주었고, 물탱크 50대도 가져다주었다면서 주민들의 느낌은 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백신을 난민들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며, “현지 주민들은 난민들에게 백신을 공유한 것에 대해 그 어느 누구도 불평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아체 주는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난민들에게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인도주의 단체와 NGO, 일반 대중들로부터 널리 칭송을 받았지만, 동남아시아 다른 곳에서는 망명 신청자, 난민, 이주 노동자들이 이다만 섬 난민들처럼 운이 좋지 않았다.

나스루딘은 자신이 이다만 섬의 81명의 난민들을 평가했을 때, 그들은 말레이시아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일부는 이미 그곳에 살고 있는 가족을 가지고 있었고, 다른 일부는 인도네시아가 이웃 말레이시아보다 난민에 대해 더 자유주의적인 정책을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의 대부분의 나라들처럼 말레이시아는 유엔난민협약에 서명하지 않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정부는 자국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백신을 접종할 것이라고 말은 했지만, 로힝야족을 포함한 불법 이민자들과 난민들에 대해서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에 본부를 두고 있는 게우타뇨에 재단(Geutanyoe Foundation)의 공동 설립자이자 국제 이사인 릴리안 판(Lilianne Fan)지난 2월 내각은 대유행 회복을 위해 난민과 불법 이민자를 포함한 모든 외국인들이 무료로 예방접종을 받을 것을 결정했다고 알자지라에게 말했다.

백신 접종 프로그램의 코디네이터로서 코로나19 면역 TF와 과학부 장관인 카이리 자말루딘(Khairy Jamaluddin)은 그 같은 접근법(모두에게 백신 접종을)을 소리 높여 지지했다.

그러나 현실은 매우 달랐다. 자말루딘 장관은 유효한 서류가 갖춰지지 않은 사람들은 백신 접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최근 말레이시아 내무부 장관의 발언은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새로운 단속과 맞물려, 정부의 초기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며, 더 많은 사람들을 백신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대유행(Pandemic)으로부터의 회복을 더욱 더 더디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는 6월 초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병률이 급증하자 병원과 중환자실을 극한까지 확장하면서 두 번째 엄격한 봉쇄(lockdown) 조치를 취했다. 말레이시아 보건부는 186,440명의 새로운 감염 확진자 수를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더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함에 따라 봉쇄 조치를 완화하겠다고 밝혔고, 카이리 자말루딘 장관은 계속해서 이 프로그램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강조해왔었다. 그러나 지난해 1차 봉쇄 때 그랬던 것처럼 말레이시아는 불법 체류자들에 대한 봉쇄 작전을 다시 한 번 강화했다.

말레이시아의 함자 자이누딘(Hamzah Zainudin) 내무장관은 말레이시아어로 기록상 미등록자들의 약어인 ‘PATI(미등록자들)’가 구금되어 이민 구치소로 보내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번 달, 그는 미등록 이주자들이 백신 접종을 받기 전에 등록을 마치거나 포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월 초 말레이시아의 반관반민의 뉴스 통신사인 베어나마(Bernama) 통신의 동영상은 말레이시아 국제공항 인근 사이버자야(Cyberjaya)에서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미얀마에서 온 156명의 불법 체류자들이 억류된 후 소독약을 뿌리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지난 주 말레이시아 이민국은 페이스북에 액션 영화의 포스터 스타일의 게시물, 인종 로힝야 이주민은 환영받지 못한다(Ethnic Rohingya migrants are not welcome)”라는 헤드라인을 올려놓았다. 물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지만, 이미 난민 커뮤니티에 널리 공유된 후에야 삭제됐다.

말레이시아 인권위원회는 지난 14(현지시간) 이민자, 불법 체류자, 난민, 망명 신청자를 국가의 안전과 안보에 대한 위협이자 말레이시아인들의 건강에 대한 위험으로 묘사한 최근 성명에서 우려를 표명하고 정부가 접근 방식을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인권위원회는 또 대유행을 극복하고, 집단면역(herd immunity)을 달성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에 비춰볼 때, 불법체류 외국인 체포와 구금 위협을 통해 공포심을 심어주는 것은 역효과를 낳는다며 이주노동자와 난민, 망명 신청자들의 처지와 차이가 많이 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얀마 이슬람교도 소수민족 로힝야는 지난 5월 말쯤 말레이시아에서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에 등록된 179570명의 난민 가운데 약 57%를 차지했다. 국제이주기구(IOM,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는 300만 명에 이르는 불법 체류 이민자들이 있을 것으로 비공식적으로 추정하고 있다.

난민, 불법체류자, 이민자들의 문제는 간단하고 쉬운 문제가 아니다. 난민을 위한 백신 접종에 대한 엇갈린 메시지는 단지 말레이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UNHCR6월 초 발표한 성명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백신 부족이 난민과 망명 신청자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난민들은 코로나19의 확산에 매우 취약한 사람들이다.

안드레이 마히치(Andrej Mahecic) 유엔난민기구의 대변인은 제한적인 물과 위생시설과 함께 과밀화된 환경들은 감염률을 크게 높이고, 바이러스의 기하급수적 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글라데시의 콕스 바자르에는 약 90만 명의 로힝야족 난민이 거주하고 있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인구밀도가 높은 단일 난민수용소 집단이다. 마히치 대변인에 따르면, 콕스 바자르 난민수용소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수가 지난 2개월 사이 극적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지난 531일 현재 난민 인구 중 감염 확인된 건수는 1,188건이 웃돌고, 이 가운데 50% 이상이 5월 한 달 동안에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콕스 바자르 난민들 은 어느 누구도 백신 접종을 받지 못했다.

마히치 대변인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많은 국가들에서 백신이 돌아다닐 만큼 충분하지 않아 이주노동자들과 망명신청자들과 같은 집단은 백신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UNHCR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발생한 난민과 망명신청자 가운데 코로나19 감염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나마 적어도 인도네시아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마히치 대변인은 말했다.

IOM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랴우(Riau Province)주 페칸바루 시(city of Pekanbaru)에서 지난 6월 초 현지 정부와 공동으로 900여 명의 난민들에게 백신을 접종을 하자, 다른 지역들도 아체 주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IOM 인도네시아의 국영 미디어 및 통신 담당자인 아리아니 하사나 소에조에티(Ariani Hasanah Soejoeti)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IOM은 페칸바루 시 정부가 도시 내 난민 커뮤니티에 백신을 보급한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18세 이상의 모든 난민들이 백신을 맞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백신은 발병을 예방하고, 개인과 전체 지역사회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 비용 효율적인 도구 중 하나라며, “바이러스는 국경이나 국적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의 연대(solidarity)도 마찬가지로 국경이나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경이 없는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백신도 그래야 하지만, 현실은 그와 반대다. 백신에는 국적도, 국경도 존재한다는 난감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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