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계열의 최대 야당인 ‘국민의 힘’은 11일 36세의 이준석씨를 당대표로 선출, 취임했다. 그는 국회의원 당선 경험이 없는 이른바 ‘0선’으로, 세대교체를 호소하며 다른 원로 후보들을 압도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며 침체돼 있던 보수 정당이 지지를 되찾을 경우, 2022년 3월 9일 실시될 차기 대통령 선거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당대표는 새로운 보수의 얼굴로 등장했지만 대선 피선거권은 40세 이상으로 돼 있는 만큼 이준석 본인은 대통령으로 입후보할 수 없다. 국민의 힘 당내에는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문재인 정권과 대립을 해온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대망론이 만만치 않다.
유력 대권 주자라 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이준석 신임 대표는 “국민의 힘 대선 경선에 참여했을 때 대세론은 힘을 더 얻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 지지도를 끌어올리면서 윤 전 검찰총장을 끌어들여 대권에 옹립하는 일이 이준석에게 부과된 막중한 임무이다.
11일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후보는 약 43%를 득표해, 전직 당직자 등 다른 거물급 후보들을 따돌리고 당당하게 당대표 자리를 따냈다. 2위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로 37%의 득표율을 보였다.
이준석 신임대표는 연설에서 “우리의 과제는 대선 승리이다. 심판을 위해 스스로 강해지고 매력적인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석이 국민의 힘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것은 지난 5월 20일이다. 대표 경선은 주목을 끌었고, 언론들은 “이준석 신드롬”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흥행에 큰 몫을 담당했다. 보수 정당을 재건할 수 있을지는 2022년 3월 차기 대통령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느냐가 분수령이다.
지난 4월 서울과 부산 보궐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참패를 한 원인은 정권 관계자들도 관련된 부동산투기 문제가 계기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을 늘 주창해왔던 ‘공정한 사회’가 ‘불공정한 사회’로 비쳐지면서 집권 여당에 대해 청춘 2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세대가 비판의 목소리를 크게 내기 시작했다.
당대표 경선 토론회에서 선배 후보들을 공격적으로 대하는 이분석 후보에게 처음엔 부정적 시각도 없지 않았다. 관성의 법칙이랄까. 국민의 힘은 영남을 기반으로 한 수구꼴통이라는 거센 비난을 받으면서도 ‘변화’하는 단어는 사전에나 있는 것으로 생각한 것처럼 비춰진 게 사실이다.
국민의 힘 관계자에 따르면, 당내에서 과거처럼 낡은 이미지의 인물을 당대표 후보로 뽑아서는 국민의 지지를 넓힐 수 없다는 생각이 점차 확산됐다는 후문이다. 즉 당심이 민심을 일정 정도 쫓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4일 발표한 차기 대선 관련 조사에서 야당으로 정권교체를 원하는 비율은 50%로 여당 정권 재창출 36%를 상당한 차이로 앞섰다. 다만, 정당 지지율에서는 집권 여당이 여전히 근소하게 앞서고 있었다.
보수 세력이 대선에서 진보세력에 대항할 수 있는 후보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유일하다. 그는 아직 정계 진출의 뜻을 공식 밝히지 않았다. 지난 9일 서울특별시 행사에 참석한 윤 전 총장은 “여러분의 기대와 걱정을 다 알고 잇다. 좀 더 지켜봐 달라”고 기자들에게 말했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월 신설한 수사기관인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최근 유석열 전 검찰총장이 과거에 지휘한 대형 사기사건에 대한 직무유기 혐의로 윤석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 수사의 진척도 그의 거취와 맞물려 있기는 하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은 보수 세력이 기세를 올리는 상황을 매우 경계하고 있다. 임기 5년의 대통령은 재선 금지돼 있다. 단임 대통령제이다. 현재 57세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여권 대선 후보로 선호도가 높지만 당권파인 친문계열에서는 마땅한 인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정식 후보를 뽑는 9월 경선도 연기론이 솔솔 나오고 있다.
여당은 부동산 투기 문제를 여전히 질질 끌고 있다. 그러다 급기야 국회의원 12명이 불법 부동산 거래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지난 8일 탈당을 권고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세대교체 바람을 몰고 온 이준석이라는 한국 정치사상 초유의 ‘새바람’ 앞에 여당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집권 여당 더불어 민주당은 진퇴양난의 처지이다. 86그룹(80년대의 학번, 60년대생)과 50~70대 대권주자들이 당의 간판이 민주당으로서는 이준석의 등장과 함께 ‘꼰대 정당’이라는 낙인찍힐까 노심초사다.
더불어 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보수의 변화가 반갑다”며 겉으로는 환영 일색이지만, 속으로는 ‘정권재창출’이 만만치 않겠다는 위기감도 동시에 자리 잡고 있다.
86그룹인 송영길 당대표는 58세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나이가 어린 축에 속하지만 자녀나 조타뻘인 이준석 대표와 상견례하는 것부터가 송 대표 본인도 어색함으로 감추려 해야만 하는 처지인데다 서로 마주하는 순간부터 젊음과 늙음이 확연하게 부각되면서 세대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국민의 힘 김기현 원내대표도 나이가 62세이기는 하다.
자칫 더불어 민주당이 진보와 개혁적 이미지를 국민의 힘에 빼앗길 수도 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뼈를 깎는 자기 혁신’운운하면서도 제대로 된 혁신을 이룬 정당이 없다. 이준석의 등장은 한국 정치권에 대한 영향이 ‘태풍급’ 정도는 된다는 평가이다. 여당 민주당의 환골탈태 없이는 정권재창출이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꼰대정당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는 여당에서는 야당의 이준석과 같은 인물이 전혀 부각되지 못하는 정당 구조이다. 일반국민들이 기대하는 새로운 정치를 펴면 펼수록 국민들과는 달이 민주당 내에서는 큰 반발이 예상된다. 그러한 구조를 타파해서 여든 야든 새로운 정치의 장아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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