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세계보건기구(WHO)에 1년 전 코로나19의 첫 감염 사례를 통보했다.

이 호흡기 질환이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지면서, 베이징의 중부 도시인 우한(Wuhan)에서 처음 발견된 이 질병에 대한 대처는 강력한 국제적 조사를 받았고, 악화되고 있는 중국과 미국 사이의 관계에 새로운 전선을 열었다.

비록 베이징이 자체적으로 가까스로 전염병을 진압하고, 올해 경제를 성장시킨 유일한 경제대국이 되었지만, 분석가들은 시진핑 주석이 새해에 어느 때보다 “외교적으로 위축”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중동의 알 자지라가 31일 보도했다.

이는 대유행(pandemic)뿐 아니라 반(半)자치 홍콩에서의 엄격한 단속과 대만, 인도, 호주를 포함한 보다 강압적인 외교 전술 채택하는 등 중국은 대외 압박 강도를 높인 만큼 외부로부터 압박을 받게 됐다.

2020년 중국이 일방적이고도 강압적으로 펼쳐온 5가지 일들이 존재한다.

* 홍콩 자유 소멸

올 들어 홍콩의 시위운동은 새해 첫날 대규모 집회를 시작으로 격렬한 충돌과 중국의 도시장악 강화에 반대하는 약 400명의 시위대의 체포로 끝이 났다. 2020년의 암울한 시작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더 나빠지기만 했다.

지난 3월 홍콩의 지도자 캐리 람(林鄭月娥, Carrie Lam) 행정장관은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4명 이상의 모임을 금지했다. 지난 6월 중국 의회는 중국 정부가 분리, 전복, 테러 또는 외국군과의 유착으로 간주하는 모든 것을 종신형으로 처벌하는 이전 영국 식민지에 대한 국가 보안법을 통과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이 법안을 “홍콩 자치권의 종말(end of Hong Kong’s autonomy)”이라고 비난했지만, 중국은 1년간의 대규모 시위 이후 안정을 되찾기 위해 필요하다며 이법을 옹호했다. 곧이어, 시위에서 “홍콩의 영광”이라는 슬로건은 금지되었고, 수십 명의 민주화 후보들은 국회의원(입법회) 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박탈당했으며, 언론 재벌 지미 라이(黎智英 , Jimmy Lai)는 체포되었고, 그의 사무실은 외국 세력과의 유착 의혹으로 급습 당했다.

운동가 조슈아 웡(黃之鋒, Joshua Wong), 아그네스 차우(周庭, Agnes Chow), 이반 람(Ivan Lam)은 시위와 관련된 혐의로 수감되었고, 운동가 나단 로(羅冠聰, Nathan Law)와 국회의원 테드 후이( 許智峯, Ted Hui)를 포함한 수십 명은 망명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도 9월로 예정된 총선을 1년 연기하고, 국가 안보 차원에서 4명의 야당 의원을 제명했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홍콩의 민주화 캠프가 입법부에서 집단 사퇴하는 결과를 낳았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의 아시아 담당 이사인 브래드 아담스(Brad Adams)는 “우리는 거의 완전한 자유를 누렸던 장소가 우리 눈앞에서 모든 형태의 정치적 반대가 소멸되는 독재정권의 대상이 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국가보안법의 통과에 따라, 미국, 영국, 호주와 몇몇 다른 서방 국가들은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 조약을 중단했고, 반면 워싱턴은 홍콩에 대한 특혜 무역 지위를 폐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홍콩에서의 단속을 위해 캐리 람과 주요 관리들에 대한 제재를 가했다.

* 대만의 회색지대(grey-Zone) 전쟁

홍콩에서의 통치에 대한 저항(시위)을 진압하는 동안, 중국은 또 중국이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자주적이고 민주적으로 통치하는 섬인 대만(Taiwan)에 대해 더욱 강경해졌다.

중국은 지난 1월 차이잉원(蔡英文, Tsai Ing-wen) 총통의 압승 이후, 대만 영공에 100여 대의 항공기를 배치하고, 여러 차례 전투기를 동원하는 등 대만 섬과 관련해 회색지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달 초 중국은 또 남중국해에서 훈련하는 항모전단을 대만해협에 파견했다.

대만에서의 중국 통치를 거부해온 차이잉원 총통은 12월 8일, 대만은 이제 “권위주의 세력(authoritarian forces)”으로부터 ‘일상적인 군사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력 프로젝트 책임자인 보니 글레이저(Bonnie Glaser)씨는 중국은 "대만 군과 대중들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goT다.

그는 이어 “중국과 우호적인 대만 야당인 국민당(KMT)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중국은 중국 국영 TV가 고위 정치인에 대한 폄하 발언을 한 후 양안 간 주요 포럼에서 손을 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알 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통일 촉진을 위해 KMT와 협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으면, 대만을 침공하거나 대만을 정치회담에 참여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은 대만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여 드론, 미사일, 포병 등 50억 달러 이상의 무기를 승인하는 동시에 타이페이가 세계보건기구(WHO)의 의사 결정 기구인 세계보건회의에 포함되도록 했으며, 미국 정부는 또 타이페이에 보건장관을 파견해 40년 만에 최고위급 방문을 하도록 했다.

왕원빈(汪文斌, Wang Wenbin)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이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라고 말하고, 중국은 미국에 대만에 대한 지지 증진을 경고했다.

* 미-중 관계 자유낙하

올 8월 케빈 러드(Kevin Rudd) 전 호주 총리가 “세계가 새로운 냉전(new Cold War)뿐만 아니라 뜨거운 냉전(Hot Cold War)의 전망”에 직면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미-중 관계의 악화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1월 15일에는 미국과 중국이 제 1단계 무역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2년간의 무역 전쟁을 끝내는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시작되는 듯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관계가 급격히 곤두박질쳤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Chinese virus)”라고 반복적으로 언급했고, 우한에서 중국의 초기 은폐를 전 세계적으로 확산시켰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WHO에 대한 기금을 삭감하며, 그가 중국에 대한 편견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세계보건기구에 책임을 돌렸다.

미국은 대만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고, 홍콩과 멀리 서쪽에 위치한 신장위구르 지역에 대한 탄압에 책임이 있는 중국 관리들을 제재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올해 실패한 재선 운동의 핵심으로 삼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7월 연설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프랑켄슈타인 중국(Frankenstein China)’에 방식을 바꾸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해 ‘보다 더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면서 중국 공산당과의 50년 관계가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그 이후 양측은 보복조치로 기자들을 추방하고 영사관을 폐쇄하는 등 보복전이 이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기술 전선에 나서면서, 중국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인 틱톡과 위챗에 대한 사용 금지 명령을 내렸고, 틱톡의 중국 소유주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틱톡의 운영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도록 강요했다.

투자 은행가이자 저자인 로버트 로렌스 쿤(Robert Lawrence Kuhn)은 지난 주 중국 국영 타블로이드지 환구시보에 “미중 관계의 연쇄적인 자유낙하 현상이 위험으로 가득 차 있다”고 표현했다.

이어 그는 “더 이상의 악화와 확대를 피하기 위해 정치적 지혜가 시급히 필요하며, 이는 양국과 전 세계에 해를 끼칠 뿐”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조 바이든 차기 정권이 공식적으로 출범하게 될 경우, 미중 관계에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가들은 말하고 있지만, 미국 의회의 초당적인 지지를 고려할 때, 미국의 강경한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적인 위험을 나타내왔다. 베이징에 기반을 둔 정치 분석가인 아이나르 탕겐(Einar Tangen)은 알 자지라에 "민주당 정권은 장기적인 위험을 나타 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나 중국 관리들은 최소한 경제적으로는 물론 군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을 통한 항행의 자유가 증대되고, 신장위구르, 대만, 홍콩의 반란에 대해 옹호하는 입장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하고,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힘든 한 해임에도 불구하고, 관료들은 경제 회복과 코로나19 억제 성공으로 인해, 그들의 정치체제에 대해 훨씬 더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 중국-인도 치명적인 국경 싸움

올해에는 또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과 인도 사이에 치명적인 대결이 벌어졌다. 적어도 20명의 인도 병사들이 분쟁지역인 국경을 따라 인프라를 건설하던 중 경쟁하고 있는 히말라야 외딴 계곡에서 중국군과의 싸움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중국 관영 매체들은 중국 측의 사상자를 인정하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실제통제선(LOC, Line of Control)에 대한 침해 의혹으로 촉발된 대치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양측은 각각 수만 명의 병력을 이 지역에 파병했고, 인도는 중국으로부터의 투자 규정을 강화했으며 틱톡을 포함한 150개 이상의 중국 관련 앱을 보안상의 이유로 금지했다. 뉴델리는 또한 미국 및 일본 해군과 함께 인도양 훈련에 참가하도록 호주를 초청했다. 이 조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에 대항하기 위해 방어 관계를 증진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분석된다.

뉴델리에 본부를 둔 옵서버연구재단의 연구 이사인 하르스 판트(Hars V Pant)는 이번 주 미국의 외교잡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에 "2020년은 중국-인도 관계에 대한 낭만주의가 마침내 죽은 해가 될 수도 있다“고 썼다.

그는 “중국의 행동은 국경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양국이 다른 분야 즉, 글로벌, 지역, 양자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 중국-인도 관계의 궤도를 바꿀 수밖에 없다. 오늘날 이 기본 원칙은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다”고 진단하고, “만약 국경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해결책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LoC를 따라 더 큰 혼란은 새로운 꼭짓점을 향해 계속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 중국-호주 최악 관계 지속

중국-호주 관계는 국방, 무역, 외교 정책에 대한 긴장이 고조되면서, 수십억 달러의 호주 수입품에 대한 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중국의 거대 기술기업 화웨이(Huawei)를 최초로 금지한 호주는 올해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원을 조사하고, 인도양 군사훈련(중국 정부는 미국-인도-일본-호주와의 비공식 동맹을 "아시아판 나토-NATO"라고 부른다)에 참가함으로써 중국을 뿔나게 했다.

중국은 호주산 쇠고기 수입을 억제하고 호주산 보리에 총 80.5%의 관세를 부과했다. 또 호주산 와인에 대해 최대 212% 상당의 관세를 부과하고, 호주산 구리 수입을 절반으로 줄이며, 석탄 출하가 지연되고 있다.

중국이 호주 전체 무역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전면적인 무역 전쟁이 중국 국내총생산 또는 GDP의 6%를 희생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호주는 중국 무역의 4%도 채 안 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호주가 이달 초 중국의 호주산 보리 관세 부과 결정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정식 항소를 제기하도록 자극했다.

시드니에 본부를 두고 있는 로위 연구소(Lowy Institute)의 권력 및 외교 프로그램 책임자인 허브 레마이우(Herve Lemahieu)는 이 소동을 1972년 양국이 수교한 이래 “중국과 호주 사이의 양국 관계에 있어 최악의 지속적 악화”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호주에 대한 강경한 입장은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이 비슷한 종류의 강경책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주나 대만 같은 곳에서 중국이 강압적인 외교를 하는 것은 중국이 “외교적으로 쇠퇴한 대유행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리고 중국에게는 정말 헛된 기회였고, 헛된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며 “여전히 지지자들이 있지만, 연초에 비해 세계 사람들은 중국에 대해 훨씬 더 많은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