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홍콩에는 삼권분립이 없다”고 밝혔다. 캐리 람은 이제 베이징 당국의 충실한 ‘푸들’ 혹은 ‘꼭두각시’임을 스스로 드러냈다.
1997년 홍콩반환 당시 50년 동안 지키겠다던 ‘고도의 자치권’이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 이를 살려보겠다는 홍콩 시민들의 열화 같은 외침을 철저하게 외면해버린 냉혈적 정치지도자가 됐다. 이제 그에게 국민, 시민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처단해야 할 적과 같은 존재물인 것이다.
캐리 람의 이 같은 언행은 ‘일국양제(One Country, Two Systems)'를 매장시키는 중국의 초강경책 즉 중국공산당의 강압통치를 강력히 뒷받침하는 것이 됐다.
1984년 홍콩에 대한 ‘고도의 자치’를 인정한 중국-영국 공동성명에는 홍콩이 “행정권, 입법권, 사법권을 갖는다"로 돼 있다. 엄연히 삼권분립국가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9월 1일 기자회견에서 “행정, 입법, 사법 등 3개 기관은 서로 협력하되 최종적으로는 행정장관을 통해 중국 정부를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의 일당 통치 중국공산당을 적극 지지하고, 또 중국공산당의 ‘푸들’을 자임한 셈이다.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삼권이 서로 감시하고 견제하는 삼권 분립 체제를 행정장관이라는 사람이 전면 부정하는 것은 처음 일이다. 중국 정부는 당연히 캐리 람의 그 같은 삼권분립 부정을 ‘지지한다’며 환영했다.
행정장관의 발언은 홍콩에서는 중국 정부의 뜻에 따라 시정(施政)하는 것이 사법과 입법권을 초월하다는 뜻이다. 프랑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전제군주’로 꼽히는 태양왕 루이 14세의 ‘짐이 곧 국가다’는 말이 21세기 홍콩에 나타난 셈이다. 홍콩에 캐리 람이라는 전제군주가 탄생한 것이다. 물론 이 전제군주는 베이징의 원격조정을 받는다.
삼권분립을 서방의 민주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정권에 영합한 발언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 민주주의 말살 발언이 아닐 수 없다.
행정장관의 발언은 9월 신학기에 홍콩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삼권분립 기술이 삭제되는 개정이 있는 뒤 이에 따른 발언이다. 그동안 물론 홍콩에서는 삼권분립을 가르쳐왔다. 당연히 법무장관은 삼권분립이 있다고 말해왔다.
입법회 민주파 의원들이 행정장관이 갑자기 새로운 해석을 들고 나왔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으며, 사법과 입법으로 행정의 감독기능을 해야 하는데 이 기능 자체가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
중국이 홍콩의 자유를 억압하는 이른바 홍콩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7월 1일 0시부터 시행되자마자 홍콩 시민을 향해 ‘시민의 권리가 상실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지 2개월 만에 “삼권분립은 홍콩에 없다”고 돌변한 것이다.
나아가 9월 6일 예정되었던 입법회 선거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핑계로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정치참여 기회가 박탈당했다. 이 같은 선거 연기는 홍콩보안법, 중국 송환법 등 반정부 시위와 함께 민주파 세력의 입법기관 진입을 사번에 차단하자는 목적에서다.
선거 연기 시위에 참가한 시민 등 290여 명이 구속되는 등 자유롭게 정치적 의사를 표명할 권리 상실이 두드러지고 있다.
홍콩의 ‘우산운동’은 시민의 한 표로 장관으로 뽑을 수 있는 선거 실현이 목적이었다. 홍콩의 강력한 민의는 행정장관이 단순한 중앙정부의 대변자일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홍콩의 ‘고도의 자치’는 50년 간 불변의 약속이다. 1997년 태어난 사람들이 2020년 현재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의 나이다. 50년 후인 2047년은 이들이 50여 살이 된다. 이들은 자신들의 미래는 물론 자식들의 미래까지 걱정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유지하려는 것이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들의 미래를 노략질해간 셈이다. 홍콩의 최고 경영자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그들과 함께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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