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섬나라 몰타의 조지프 무스카트(Joseph Muscat) 총리가 1일(현지시각) 내년 1월 사임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무스카트 총리의 사임 발표 배경은 “지난 2017년 몰타에서 일어난 조세피난처 실태를 파해친 이른바 ‘파나마 문서’ 탐사보도를 한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Daphne Caruana Galizia)’ 기자 피살사건에 총리 비서실장 등 핵심 권력층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AFP 등 복수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무스카트 총리는 이날 TV대국민 담화를 통해 내년 1월 12일 자신의 후임이 결정되면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몰타 검찰 당국은 1일 기자의 살해에 공범으로 관여한 혐의로 현지 기업인을 소추했다. 해당 기업인은 무스카트 총리 측근과 연계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야당은 총리 사퇴를 요구해왔고, 국민들도 사퇴 요구 시위를 줄기차게 해왔다.

무스카트 총리는 사임을 발표하면서 “자신의 결정이 단지 총리로서 도의적 책임에 따른 것일 뿐 정권비리를 폭로하다 피살된 기자의 사망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의혹에 분면한 선을 긋기도 했다.

무스카트 총리의 이날 사임 발표는 총리 사퇴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지 2주일만의 일이다. 이날 그의 사임 발표에도 불구하고 야당 측은 내년 1월 12일이 아니라 당장 사임하라고 요구했다.

야당인 ‘국민당’ 지도자인 아드리안 델리어는 자신의 트위터에 “오래 전에 사임했어야 했다”면서 “그가 총리실에 하루 더 있을수록 정의 실현이 하루만큼 늦어진다. 총리는 적법성을 일어버렸다”고 상하게 규탄했다.

피살당한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현 정부의 핵심부가 연루된 여러 부정부패 의혹을 폭로하던 중. 지난 2017년 10월 자신의 차에 설치된 폭발물이 처져 숨졌다.” 유럽에서 기자가 피살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으로 ‘몰타는 하나의 마피아 국가’라는 오명을 얻게 된 계기가 됐다.

이 사건이 발생한지 2년이 지난 2019년 12월 현재까지 수사는 지지부진해왔다. 그러다 지난 11월 20일 현지 재벌기업인 ‘페네치(Yorgen Fenech)’가 살해 용의자로 전격 체포되면서 수사 진전은 급물살을 탔다. 기업인 페네치는 경찰에서 무스카트 총리의 오른팔이라 할 케이스 스켐브리(Keith Schembri) 총리 비서실장과 콘드라 미치 관광부 장관을 배후 조종자로 지목했고, 지목당한 스켐브리 비서실장과 미치 장관은 지난 11월 26일 동시에 사퇴했다.

나아가 수사망에 잡힌 것으로 알려진 크리스티안 카르도나 경제부 장관도 업무 잠정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한편 네덜란드 출신 소피 인트 벨트 의원이 이끄는 유럽의회 대표단은 2일 오후 몰타에 도착해 오는 4일까지 몰타 정권 고위급의 부패 의혹을 파악하고, 몰타 사법부의 독립성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