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대사 문정인 안돼" 한미 간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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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대사 문정인 안돼" 한미 간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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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석 칼럼 제124회

문재인이 지난 주말 장관급 10명을 바꾸는 인사를 했는데, 그 와중에 주미 대사 임명 문제로 막판까지 혼선을 빚었다고 한다.

원래 청와대는 대통령 특보 문정인을 내정했다는 걸 굳이 부인하지 않았을 정도로 기정사실화했지만, 직후에 느닷없이 본인이 "대사직을 고사했다"고 밝혀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임명 하루 전에 그렇게 뒤집어진 것다.

결국 주미 대사직은 노무현 정부 때 국정원 1차장을 지낸 민주당 이수혁 의원이 내정으로 바뀌었다. 이수혁 내정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왜 문정인이 자진해서 그만 두겠다고 했느냐, 그게 사실인지 여부와 그 배경엔 뭐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즉 한미 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오늘 그 진실을 전하겠다.

핵심은 간단하다. 미국이 조용하게 뒤에서 움직였고, 그 뜻이 한국 정부에 전달된 것이다. 한마디로 문정인 같은 극렬 반미주의자를 주미 대사로 보낼 경우 미국 정부가 아그레망(주재국 동의)을 해주기 어렵다는 뜻이 청와대에 전달했던 걸로 추정된다. 사실 문정인은 반복해서 반미 발언을 해서 논란을 빚어왔던 인물로 악명이 높다. 그게 일부의 관측이었는데, 사실로 드러난 건 어제 일요일이었다.

존 허드슨 워싱턴포스트(WP) 외교안보 담당 기자는 10일(한국시각) 트위터를 통해 "이수혁 주미대사의 임명은 미국이 문정인 대사의 워싱턴 부임에 반대 신호를 내밀하게 전달한 뒤에 이뤄졌다"고 밝힌 것이다. 그 트위터 한 방으로 문정인이 퇴짜 맞았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트위터 캡쳐 사진을 보시겠다. 이것이다.

문정인 따위가 퇴짜 맞고 안 맞고는 두 번째이고 이번 사건은 한미 관계의 현주소가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다 아는 얘기이지만, 상대방 국가에 부임하는 외교관은 아그레망을 받지 않으면 부임할 수 없다. 동맹국은 물론이고 일반적으로 아그레망 요청은 특별한 기피인물이 아니라면 대부분 승인되는 게 관례다. 그런데 문정인을 주미대사로 내정했다는 소문 자체가 미국을 불편하게 했고, 한국에서 공식 발표가 나기 전에 미국이 손을 썼고 끝내 임명을 철회시킨 것이라는 관측이 맞다.

이런 경우를 가정해보자. 한국인 문정인을 주미대사로 내정하고, 미국이 결국 아그레망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양국 관계는 크게 흔들린다. 기왕에 안 좋은 관계인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간다.

상황이 이러하니까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문정인이 미국의 반대로 대사 임명이 안된 것은 충격적인 소식"이라고 엊그제 밝힌 것은 맞는 소리다. 하태경이 간혹 맞는 말을 하는데, 엊그제가 그런 경우다.

그게 정부가 아니다. 미국은 문정인을 한미동맹의 장애요인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그런 자를 대통령 특보로 두는 것 자체도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옳다. 생각해보라. 미국이 경계하는 인물을 대통령 곁에 계속 두고 있으면 미국의 불신이 사그러들겠느냐? 둘 중 하나다. 문재인이 문정인을 특보직에서 해임하던가, 문정인 자신이 스스로 한미관계에 더 이상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용퇴하는 게 맞다.

새삼 놀라운 것은 한미관계가 이토록 위태로운데 문재인 정부가 눈치 없이 밀어붙이다가 한 방 얻어터졌다는 점이다. 미국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우려, 저들을 수상쩍은 정부로 보는 시선은 우리가 생각 그 이상이라는 점을 곰곰이 되새겨볼 참아다.

사실 문정인은 외교안보 영역에 대해서는 문재인 위에 올라 탄 상왕이란 말도 있을 정도다. 좌충우돌을 하는 듯하지만, 결국엔 문재인의 반미 친북 노선을 앞에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 결정적인 사례가 2년 전 "한미동맹이 깨져도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된다"라는 발언이다.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은 한국만이 결정한다”고 했던 문재인의 실로 오만한 발언보다 한 걸음 더 나간 것이다.

물론 문정인 발언은 전쟁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의지의 표명이겠지만, 한미동맹을 깔아뭉갠 것이다. 이번에 미국이 뒤에서 움직였던 것도 "한미동맹이 깨져도 괜찮다“는 식의 극렬 반미발언을 하는 자라면, 거의 간첩보다 위험한 자라고 봤을 가능성이 높다. 문정인은 이듬해 5월 "평화협정이 체결될 경우 주한미군 주둔이 어렵다"라는 놀라운 발언을 했다. 청와대가 다급하게 문정인에게 주의를 줬고,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도 미군 주둔이 필요하다는 뜻을 다시 내비쳤지만, 그건 치고 빠지는 식으로 문재인의 뜻을 국내외에 알린 것으로 봐야 한다.

결국 문정인이 퇴짜 맞은 사건은 문정인과 한국정부가 망신당했다는 차원이 아니다. 그만큼 한미간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정말 전에 없는 일인데, 문재인 정부를 보는 워싱턴의 인식이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부정적이라는 걸을 기억해두면 된다. 그럼 앞으로 이런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지, 특히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에 어떻게 반영될지를 생각해본다.

또 하나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는 경우도 예상해야 한다. 주미대사 자리에 퇴짜 맞은 그 문정인이를 올해 말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올리거나, 외교장관에 덜컥 올릴 경우가 그것인데, 앞으로 상황은 유동적이라는 점을 떠올리면서 오늘 방송을 마친다.

※ 이 글은 12일 오전에 방송된 '"주미대사 문정인 안돼" 한미 간에 무슨 일이?'란 제목의 조우석 칼럼 제124회를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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