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데도 광주는 전두환을 법정에 세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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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데도 광주는 전두환을 법정에 세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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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 치매환자 압박은 인권 유린이자 정치 비극
조우석 평론가
조우석 평론가

‘영부인 이순자 여사 단독 인터뷰(1)’이 첫 방송된 1일 오후 통신사 ‘뉴스1’은 뉴스타운TV를 인용 보도한 첫 기사 “이순자 ‘우리나라 민주주의 아버지는 내 남편 전두환’ ”을 내보냈다. 그게 포털 다음카카오에 전진 배치됐고, 현재 3만 개 가까운 댓글이 올라왔을 정도로 후끈하다.

직후 중앙일보 인터넷판과, 종편 MBN-TV조선 등에서 그걸 베낀 보도를 동시다발로 했다. 국민일보는 각도를 바꿔 차압 딱지가 붙은 연희동 분위기를 전했는데, 그만큼 새해 벽두 등장한 뉴스타운 단독 인터뷰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물론 저들은 이 여사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며 비판 일색으로 몰고 갔고, 때문에 사람들 반응도 부정적이었다.

그게 이 나라 선동 언론의 몰골인데, 다행인 건 각각 50분 내외인 인터뷰 풀 동영상 자체가 위력적이다. 시청자들은 때론 박수 치고 눈물 흘려가며 그동안 가려져왔던 5공과 전두환 대통령의 진실을 접했다는 고백을 했다. 물론 이번 인터뷰는 이순자 여사에게도 흔치 않은 일이었다.

퇴임 이후 한 번도 자신들의 입장을 전할 제대로 된 기회가 없었는데, 차제에 여과 없이 속내를 드러내 대중과 호흡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이 여사가 단독 인터뷰<2>에서 그동안 ‘언론 울렁증’ 때문에 신문 방송을 멀리했고, 그런 소극적 대응이 현대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방치한 결과를 낳았다고 고백했을까?

오늘 재확인하지만, 우리나라 민주주의 아버지는 남편 전두환이란 이 여사의 발언은 가히 명언이다. ‘뉴스1’은 그걸 뻔뻔한 소리로 몰고 갔지만, 어림도 없는 짓이다. 퇴임 31년 만에 터져 나온 이 여사의 육성 증언이 그만큼 본질에 육박하고 있다는 게 나는 흥미롭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으로 단임을 이뤄 지금 대통령은 5년만 되면 더 있으려고 생각을 못하지 않느냐?” 전혀 하자 없는 논리다. 단임제뿐이랴? 박정희 시절 너무 조였던 사회를 개방-자율 쪽으로 방향 잡은 것도 평가해야 할 대목이다. 교복 자율화, 통금 해제, 연좌제 폐지가 그것이다.

'전두환 회고록'에 나오는 말대로 7년 반 통치기간 동안 계엄령-위수령 한 번 선포한 바 없지 않던가?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의 공기는 알고 보면 전두환의 작품이 맞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는 5공은 어두운 시대, 권위주의적 통치의 시대로만 아는데 그게 바로 운동권이 심어준 프레임이다. 오늘 재확인하지만, 좌빨 탈출은 80년대 재인식에서 비로소 가능하다.

그러나 1, 2일 이순자 여사 육성 증언의 핵심은 5공 재평가 아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그건 부차적이며,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남편의 건강상태가 심각하다는 증언이 포인트다. 매일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아내로서의 진솔한 판단은 일단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져야 옳다.

그런 분을 상대로 광주가 7일 재판을 강행하는 게 과연 온당하냐는 문제 제기도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두 차례 증언에서 밝혀진 전두환 대통령의 ‘기억력 상실’은 그만큼 충격적이다. 이 여사는 1, 2일 증언에서 이런 일상을 리얼하게 전해줬다. 남편이 조금 전에 양치질했다는 것을 바로 까먹기 때문에 한 시간 뒤에 다시 칫솔질을 하려든다는 것이다.

옆에서 말리지 않으면 하루에 열 번 이상 칫솔질을 하는데, 잇몸과 치아가 망가질까봐 조바심치는 게 연희동의 일상이다. 전 대통령은 신문방송 뉴스를 열심히 체크하지만, 그게 입력되지 않으니 세상 돌아가는 것도 모른다. 컴퓨터에 비유하자면, 저장 장치가 파괴된 경우라는 게 이 여사의 말이다.

최근 일을 기억 못하지만, 옛 과거도 지워졌다. 시간 날 때면 전 대통령은 슬그머니 다가와 “10·26 그게 어떻게 된 거더라?”라고 묻는다고 이 여사는 밝혔는데, 그게 뜻밖이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고개 끄덕이지만, 그게 입력될 리 없다. “김재규는 어떻게 됐지?”라고 묻거나, “요즘 차지철은 뭐하나?”라고 묻는 게 전 대통령의 일상이다.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민정기 전 비서관이 들려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옛날 얘기를 하던 중 느닷없이 옆 사람에게 “12·12가 뭐지?”라고 묻는다는 것이다. 지난 연말 이영일 전 의원이 자기 책 '미워할 수 없는 우리들의 대통령'이란 책을 들고 찾아와 담소를 나눌 때도 그랬다.

당시 전 대통령은 “그런데 광주5·18이 어떻게 된 거야?”라고 이 전 의원에게 물어 배석한 이들을 당혹케 했다. 이게 무얼 뜻할까? 40년 전후 현대사의 매듭에 관한 기억도 거진 파괴됐다는 것이다. 놀라운 건 12·12가 자기 목숨을 걸고 박정희 시해범 김재규·정승화 일당을 체포한 사건이고, 때문에 그건 전두환 삶에서 생애사적 의미를 갖는다는 점이다.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고스란히 기억할 법한 스토리를 잊었다는 건 그가 중증 환자임을 새삼 보여준다. 그에 따라 10·26때 피살된 차지철에 관한 기억도 해체됐고, 자신이 사형시킨 김재규도 잊었으며, 지난 수 십년 그렇게 요란했던 광주 5·18에 관한 기억도 희미해진 상황이 지금이다.

“한 번은 차로 모시고 식사자리로 이동하는데, 이동시간이 20분쯤 됐을 겁니다. 그런데 각하께서 ‘지금 어디로 가는 거지?’, ‘누가 초대한 자리야?’라고 한 스무 번쯤은 물으시더라구요. 바로 말씀 드리면 고개를 끄덕이지만 1분이 채 안 돼 잊으시고 다시 묻는 겁니다.” 그게 민정기 비서관이 전해주는 최근 전 대통령의 안타까운 근황이다.

충격은 그 때문이다. 필자인 나는 1년 반 전 전 대통령 내외분을 모시고 저녁식사를 했지만, 당시엔 그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그날 유난히 컨디션이 좋았고, 현대사에서 근황까지 대화 진행에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2년이 채 안 돼 이렇게 그의 건강이 악화된 것이다.

당시엔 요즘 일을 기억 못하는 게 문제라고 들었는데, 이젠 옛일 그중에서도 현대사의 핵심 쟁점마저 가물가물해진 셈이다. 실은 필자는 전 대통령 내외가 최근 몇 년 새 만나온 거의 유일한 저널리스트다. 때문에 저널리스트의 명예를 걸고 7일로 예정된 광주에서의 재판과 관련해 시시비비를 밝힐 의무를 나는 느낀다.

내 결론은 이렇다.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종합한다면. 그 재판은 결코 성립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오늘 단언한다. 90세가 다 돼 사리분별이 어려운 중증 치매환자를 법정에 세우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심각한 인권 유린이다. 정초 국민들의 마음을 후비는 결과도 문제다.

이 여사가 인터뷰에서 “조금 전 일을 기억 못하는 사람한테 광주에 내려와서 80년대 증언을 해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코미디”라고며 “이런 양반이 법정에 가서 횡설수설하는 걸 보는 국민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는 일인가?”라고 한 것도 그 맥락이다. 광주 재판관들은 이미 이 여사의 육성 증언을 청취했을텐데 부디 정상적 판단을 해주길 기대한다.

덧붙이지만, 7일 재판 자체를 국민들은 승복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 15조 2항을 정면에서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조 2항은 해당 지역 민심이 공정재판을 위협할 경우 검찰은 관할 재판 이송 신청을 규정하고 있다. 즉 지역정서가 작용할 염려가 있는 법원은 사건을 맡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아니다. 법률을 들먹일 필요가 없다. 도대체 전직 대통령이 현대사 기록 차원에서 펴낸 회고록을 문제 삼아 재판을 벌이겠다는 것부터 웃기는 수작 아니냐? 때문에 재판부가 강제 구인장을 발부해서 서울 연희동에 있는 전 대통령을 광주로 압송해오는 상황을 벌인다면, 그것이야말로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우리 정치사의 또 한 번의 비극이 과연 누구에게 도움 될 것인가? 그렇다면 남은 건 광주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과 처신이다. 당신들이 휘두르는 허깨비 호남 권력은 이번엔 통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걸 새삼 인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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