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고하지 않고 현재 계속 운용하고 있는 미사일 기지 13곳이 최근 확인됐다고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12일(현지시각) 공개했다.
CSIS는 북한이 이런 시설에 한국과 미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감추고 있으며, 앞으로 비핵화 협상에서 신고와 폐기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동안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관련 시설 신고를 미루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미국이 알고 있는 장소와 북한이 신고하는 장소가 틀릴 경우, 미국은 북한의 진정성을 문제 삼아 더욱 더 강경한 대북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CSIS의 미신고 북한 미사일 시설 공개가 앞으로 북한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어떻게 다뤄질지 주목된다.
CSIS는 약 20개로 추정되는 북한의 미신고 미사일 기지 가운데 13곳의 위치와 가동 여부를 확인됐다고 한반도 전문 웹사이트 ‘비욘드 패럴랠’에 이날 보고서를 공개하고, 탈북자와 미국 정부, 국방, 정보 당국자와의 인터뷰 등 광범위한 자체 연구를 통해 이 같은 정황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미사일 기지는 비무장지대와 거리를 기준으로 가장 전방에 위치한 전술(Tactical)벨트와 중간지역ㅇ릐 작전(Operational)벨트, 가장 후방의 전략(Strategic)벨트 등 3구역으로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 비무장지대에서 85km 북쪽의 황해북도 ‘삭간물 기지’ 주목
이어 보고서는 “전술 벨트”에 있는 황해북도 “삭간몰 미사일 기지”를 주목하고, 황해북도 봉산군과 서흥군, 연탄군이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삭간몰 기지’는 비무장지대에서 북쪽으로 85km 떨어진 곳에 있다. 특히 서울로부터는 북서쪽으로 135km 떨어진 곳에 있다.
보고서는 일부 언론은 때때로 이곳을 “지하 미사일 보관 시설”로 소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북한 인민군 전략미사일사령부 산하로 ‘화성-5호, 6호 등 스커드 계열의 단거리 미사일 부대가 배치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보고서는 “중거리탄도미사일 등 고성능 미사일도 쉽게 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북한이 2016년 3월 이곳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으며, 삭간몰은 현재 SRBM 기지로 운용되고 있지만, 태평양 해상의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삭간몰 기지가 처음 건설된 시기는 1991년 1993년 사이이며, 당시 7개의 지하 시설, 차량 운행이 가능한 미사일 지원 시설, 막사 등으로 조성됐으며, 1단계 공사가 끝난 뒤 27개의 스커드 미사일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이어 CSIS의 조셉 베뮤데즈 연구원은 “지난 2010~2011년 사이에 진행된 2단계 공사를 통해 막사와 창고 시설, 온실고 등이 확충됐다”고 설명하고, “위성사진 판독 결과 삭간몰 기지는 일부 시설 재정비가 진행되는 등 현재까지 운영 중이며, 잘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는 “민간 위성업체 ‘디지털 글로브’가 지난 3월 29일에 촬영한 해당 지역의 위성사진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삭간몰' 기지 이외에, 위치와 가동 여부를 확인했다고 주장한 나머지 12곳 기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 북한 김정은, 작전수행태세 강화 주문
베뮤데즈 연구원은 지난 2011년 집권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실전훈련과 작전 수행태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북한 인민군에 광범위한 변화를 주문했다”고 설명하고, “그 일환으로 2013년 북한 핵과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전략미사일사령부를 전략군사령부로 재편했고, 많은 미사일 기지에서 중요한 인프라 구축 작업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북한군은 전략상 미사일 발사장과 기지를 분리해서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히고, “이번에 확인된 미사일 기지는 발사시설은 아니지만, 비상시에는 발사장소로 사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보고서는 “북한의 미사일 기지는 일반적으로 미국이나 러시아, 그리고 중국 등이 운영하는 미사일 기지와 외관상 큰 차이를 보인다”면서, “대부분 산악지역에 있으며, 큰 건물이 드물고 도로가 미비하며, 대개 각종 시설을 연결하는 지하터널을 갖추고 있다” 는 설명이다.
* 북한, 한국과 미국에 대한 위협을 산속 기지에 감춰
버뮤데즈 연구원은 “북한은 서해 미사일 기지 해체로 언론의 관심을 얻으면서, 이 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미사일 기지에 미국과 한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감추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번에 확인된 미사일 기지들은 추후 미-북 비핵화 협상에서 신고, 검증, 폐기의 대상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미 국무부, 김정은이 비핵화와 탄도미사일 폐기 약속 상기
CSIS의 북한의 미신고 미사일 시설 20곳 관련 보고서가 공개된 것과 관련, 미 국무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와 탄도미사일 폐기를 약속했음을 거듭 상기시켰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그의 약속을 이행할 경우, 북한과 북한인들 앞에 훨씬 밝은 미래가 놓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히고, “김 위원장의 약속에는 완전한 비핵화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폐기가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크리스토퍼 로건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CSIS 보고서에 대해, 북한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지만, 구체적 정보 사안에 대해선 언급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 뉴욕타임스(NYT) : 북한이 미국을 완전히 속여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의) 이들 기지의 미사일은 모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북한은 현재 핵탄두 40∼60개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하면서 “북한이 위성사진으로 미국을 완전히 속여 왔음이 밝혀졌다. 핵의 생산시설과 무기가 더 은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신문은 ““미국 정보당국이 상업위성사진을 통해 확인한 숨겨진 탄도미사일 기지는 16곳”이라고 보도했지만 16곳의 정확한 위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북한이 보유 시설 일부만 폐기하고, 그 대가로 미국 정부에 평화협정을 요구하는 ‘나쁜 거래’를 시도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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