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은 “청와대를 압수 수색하겠다”고 여러 번 언론에 발표했습니다. 논의(論議)의 편의를 위해서 청와대가 특검의 압수수색에 응했다고 가정해 봅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결과가 예상됩니다. 첫째, 단기적인 결과는,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킬 만한 증거물을 얻거나 아니면 빈손으로 청와대를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우려해야 할 것은 첫 번째 단기적인 결과가 아닙니다. 문제는 둘째 장기적인 효과입니다. 만약 이번에 박영수 특별검사가 청와대를 압수수색할 수 있게 내버려두면, 이런 일은 수시로 반복될 수 있습니다.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일개 검사가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대통령을 언제든지 흔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것인지는 의심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어떤 정권이든 반대파가 있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이번 박영수 특별검사의 청와대 압수수색을 허락하게 된다면, 앞으로 우리나라 대통령제는 무너지고 2-3년 간격으로 탄핵사태가 줄을 이을 수 있습니다. 헌법은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놓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84조에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조항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렇다면 박영수 특별검사는 이 헌법 조항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이 헌법 조항을 알면서도 압수 수색영장을 들고 청와대로 들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그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고 이런 모습을 언론이 취재할 것입니다. 그가 노리는 것은 바로 이런 해프닝입니다.
영어로는 이런 행위를 쇼(show)라고 합니다. 쇼가 성공하려면 훌륭한 연출(演出)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고도로 기획된 연출에는 관객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퍼포먼스(행위)가 준비됩니다. 그것이 사전에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상관이 없습니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최순실 씨가 특검에 재소환 되면서 “특검에서 강압수사를 받았다!”고 소리를 치는 순간 청소부가 “염병하네.”를 세 번이나 외쳤습니다. 이것을 두고 사전 연출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특검은 이 해프닝을 통해 배운 것이 있습니다. 특검은 돌발적인 상황이 연출될 수 있도록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는 날짜를 사전에 언론에 공개하거나 흘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박영수 특별검사의 의도된 쇼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는 이번 특별검사 활동을 통해 확실하게 브랜드를 얻었습니다. 물론 박영수 특별검사를 비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그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쇼를 이어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모든 연극에는 악역배우가 필요합니다. 연극에서 악역배우는 나쁜 짓을 많이 할수록 훌륭한 배우입니다. 분명한 사실은 이 연극을 기획한 기획자는 악역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매우 흡족한 미소를 띄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대개의 경우 연극에서 주연배우와의 계약은 런링개런티(흥행수입에 따라 출연료을 받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2017년 2월 1일
미래미디어포럼
* 미래미디어포럼 : 바람직한 미디어세상을 연구하는 전·현직 언론인들의 모임입니다. 회장은 이상로(citylovelee@hanmail.net)이며 MBC 출신의 대학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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