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수사기관과 손을 잡으면 당신은 위험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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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수사기관과 손을 잡으면 당신은 위험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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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미디어포럼 논평 (2017.1.4.)

박근혜 대통령 집권 초기, 미국 순방을 수행했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불미스런 성희롱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많은 방송사가 윤창중씨 집 앞에 중계차를 설치하고 윤창중씨의 행동을 주시했습니다.

윤창중씨 부인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기자들은, “지금 윤창중씨 부인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라고 실시간으로 중계방송을 했습니다. 2017년 1월 초, JTBC 기자는 정유라씨를 덴마크에서 찾아낸 후, 덴마크 경찰에 정유라씨를 체포하라고 고발했습니다.

이 두 사건에는 유사한 점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전자의 사건에서는 윤창중씨 부인이 피의자가 아니었지만, 후자의 사건에서는 정유라씨가 피의자의 신분입니다. 그러나 공통점도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언론은 윤창중씨 가족을 압박하여 윤창중씨를 카메라 앞으로 불러내려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정유라씨를 국내로 압송하여 어머니인 최순실씨로 부터 원하는 진술을 받아내려 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사냥꾼들이 먼저 새끼를 잡아들여 어미를 사정거리까지 유인하는 수법을 사용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전자와 후자 사이에 중대한 차이점 하나를 더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전자의 행위는 언론이 단독으로 행한 일이지만, 후자의 행위는 언론사와 검찰이 공조하여 벌인 일입니다. 최순실씨는 구속된 이후에도 특검의 수사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은 법이 보장하고 있는 자기방어의 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검찰은 학점을 불법으로 취득했다는 혐의로 해외여행 중인 자국민의 여권을 취소시키고,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의뢰했습니다. 그리고 아기와 이별하는 것이 두려워 “불구속으로 수사를 해 달라.”는 20세 아기엄마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또한 언론은 검찰로부터 발부받은 사실상의 사전 구속영장을 들고 덴마크까지 날아가 영장을 집행했습니다. 해당 언론사에서는 정유라씨의 영장집행을 마치 무용담처럼 방송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언론에게 정유라씨는 이제 취재(取材) 대상이 아니라 증오(憎惡)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번 최순실씨 사건을 통해서 볼 때, 언론과 검찰의 공조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눈부시도록 손발이 잘 맞습니다. 대개의 경우 검찰에서 수사를 받다가 구속이 결정되면 양복(사복) 차림으로 구치소로 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 특검에 의해 구속된 두 사람(전 복지부 장관과 이대 교수)에게는 이미 준비된 수의(囚衣)를 입혀서 기자들 앞을 지나가게 했습니다.

형사 피의자에 대한 검찰과 언론의 이러한 증오행위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도 반드시 알아야할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검찰과 언론은 결코 당신들 편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검찰과 언론은 언제든지 당신도 겨냥할 수 있습니다. 검찰과 언론이 힘을 합쳐 개인을 공격하게 된다면 당신도 언제든 제2의 정유라가 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인권과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이 국가권력으로부터 침해 당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이 언론의 존립 이유이며 사명입니다. 언론이 이런 소명을 망각하고 지금처럼 수사기관을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민다면 국민들은 의지할 곳이 없어집니다. 아무리 최순실이 밉고, 정유라가 꼴 보기 싫어도 언론은 기본적인 소임을 다해야합니다. 그리고 이런 일을 기피하는 언론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또 다시 다른 사냥감을 찾아 나설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2017년 1월 4일
미래미디어포럼

*미래미디어포럼 : 바람직한 미디어세상을 연구하는 전·현직 언론인들의 모임입니다. 회장은 이상로(citylovelee@hanmail.net)이며 MBC 출신의 대학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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