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보물 같은 그 슬픔을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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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보물 같은 그 슬픔을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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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14> 박라연 “메기”

 
   
  ^^^▲ 저 잔잔한 호수 속에도 보물 같은 슬픔이...
ⓒ 우리꽃 자생화^^^
 
 

오래 전에
슬픔의 비늘이 없어진 그는
이따금 제 살을 벗겨서라도
비늘을 한번 빚어보고 싶었는지 몰라
슬픔 없이 사는 나날이 오히려 두려운 그는
누군가의 몸 속으로
제 몸을 살짝 끼워보고 싶었는지도 몰라
슬픔이란 것도 보물같아서
그냥 줄 수도 그냥 받을 수도 없다는 것을
깜박 잊어버린 그는

메기, 메기는 미꾸라지, 뱀장어 등과 같이 몸뚱이에 비늘이 없는 물고기입니다. 하지만 지느러미는 달려 있습니다. 물론 일반 비늘이 있는 물고기처럼, 또한 몸뚱이에 비해 그렇게 큰 지느러미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왜 꼭 같이 물에 사는 물고기인데도 어떤 것은 비늘이 있고 어떤 것은 비늘이 없는 것일까요. 이 시에서 시인은 메기라는 비늘 없는 물고기를 통해서 태초의 원죄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독교의 성서를 살펴보면 물에 사는 여러 가지 생물들 중에서 먹을 수 있는 물고기와 먹을 수 없는 물고기를 구별해 놓았다고 합니다. 즉,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 것은 깨끗한 물고기로 먹어도 되지만,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것은 부정한 물고기라 하여 먹어서는 안된다고 적어놓고 있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를 살펴보면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 잉어나, 붕어 등은 대체적으로 깨끗한 물 속에서 살며 늘 이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메기나 미꾸라지 같이 비늘이 없는 물고기들은 더러운 흙탕물이나 뻘 속에서 살며 이동을 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기독교에서 흔히 죄 있는 자와 죄 없는 자를 구분할 때 비늘과 지느러미가 없는 물고기와 비늘과 지느러미가 있는 물고기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즉, 비늘과 지느러미가 없는 물고기는 부정한 물고기, 태초에 원죄를 지은 생물로 규정하고 아예 그런 물고기는 입에 대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이 시에서 시인은 물고기의 비늘을 슬픔으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슬픔도 보물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메기는 "이따금 제 살을 벗겨서라도/비늘을 한번 빚어보고 싶었는지" 도, "누군가의 몸 속으로/제 몸을 살짝 끼워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슬픔을 느낄 줄 모른다는 것은 얼마나 더 큰 슬픔일까요. 가령, 애타게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만날 수 없는 그 곳으로 영원히 떠난다거나, 내 둘도 없이 절친한 동무가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었을 때, 내 자신이 아무런 슬픔을 느낄 수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하지만 그 슬픔이란 것은 "그냥 줄 수도 그냥 받을 수도 없"는 그런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나의 슬픔을 너가, 혹은 너의 슬픔을 내가, 주고 받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내가 아무리 몸부림쳐도 너가 될 수 없고, 너가 아무리 몸부림쳐도 내가 될 수가 없다는 그런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 역시도 이 세상을 살면서 간혹 시인이 바라본 저 메기처럼 그렇게 몸부림쳐 본 적은 없는가요. 내가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뻔히 알면서도 간혹 그 사실을 깜빡 잊어버린 채 그 무엇을 찾기 위해, 혹은 그 무엇이 되기 위해 그렇게 몸부림 쳐 본 적은 없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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