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까치들은 어떻게 비를 피해?
스크롤 이동 상태바
아빠, 까치들은 어떻게 비를 피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풍경 에세이> 까치집

 
   
  ^^^▲ 덩그러니 매달린 두 개의 까치집
ⓒ 이종찬^^^
 
 

"까치가 오늘따라 왜 저리 자꾸 울어쌓노?"
"어디서 반가운 손님이 오시려나?"

이른 새벽부터 배가 하얀 까치가 꼬리를 까딱거리며 유난히 시끄럽게 울어댑니다. 따스하게 다가오는 봄이 반가워 저리도 울어대는 걸까요. 아니면 아직도 응달진 구석에 군데군데 쌓여 사르륵 사르륵 녹아내리는 겨울이 서러워 저리도 울어대는 걸까요.

예로부터 까치는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희망의 상징이었습니다. 우리 마을사람들은 이른 새벽부터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며 아침부터 수선을 떨었습니다. 그래서 그날은 진종일 기대감에 들떠 그 반가운 손님이 누굴까 은근히 기다리곤 했습니다.

내가 자란 마을은 대부분 짚빛 초가지붕으로 덮혀 있었습니다. 마을 한가운데 사천왕처럼 떡 버티고 앉은 거만한 대지주집의 검푸른 기와지붕을 제외하고는 모두 노오란 초가지붕이 모이를 찾는 병아리떼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었습니다.

"아니, 가만 보니 저 녀석들이 사랑놀음을 하고 있구먼"
"에휴! 이렇게 뼈 빠지게 일을 하면 뭘하누. 저 까치 만큼도 못한 삶을..."
"아, 조금 더 기다려보슈. 오늘은 객지에 나간 신랑이 돈을 한 보따리 싸들고 들어올랑가. 오늘따라 까치까지도 본동댁 집을 보고 자꾸 울어 쌓구먼"

내가 자란 마을에는 까치집이 많았습니다. 특히 땅에 납작 엎드린 초가집을 비웃기라도 하듯 하늘로 쭉쭉 뻗어 올라간 미루나무 가지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까치집이 덩그러니 매달려 있었습니다. 간혹 어떤 나무에는 까치집이 사이좋게 두 개씩이나 매달려 있기도 했습니다.

"아빠! 저 까치집도 사진 한 장 찍어"
"왜?"
"저 까치집이 언제 없어질지도 모르잖아"

그렇습니다. 딸아이의 말처럼 나는 고향이 없어졌습니다. 고향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창원공단조성으로 인해 내 고향은 강제로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딸아이의 말처럼 그때 내 고향집과 내 고향마을과 내 고향들판을 사진으로라도 남겨놓았으면 좋았으련만.

 

 
   
  ^^^▲ 저 까치집 속에는 까치알이 들어 있을까
ⓒ 이종찬^^^
 
 

하긴 그때 사진기가 어디 있었습니까. '희망 사진관' 인가 이름도 가물거리는 그 사진관도 내가 살던 상남면 소재지에 꼭 하나 있었으니까요. 당시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라면 제가 초등학교 졸업할 때 한번 찍었고, 중학교 입학원서에 붙히기 위해 또 한번 찍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사진도 지금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지금, 초가지붕이 정겹게 이마를 맞대고 있던 그 자리에는 반듯반듯한 이층 양옥집이 나 보아란 듯 뺀질거리고 있습니다. 보리가 시퍼렇게 자라던 들판이 있던 그 자리에는 백화점과 아파트가 그때 그 미루나무처럼 우쭐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때 까치집이 보였습니다.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돌이키라도 하듯이, 법원 뜨락에 마주 선 은행나무에 까치집 한 개가 나란히 걸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까치집에는 까치 한 마리가 삽짝문처럼 제 집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마치 어린 날, 본동댁 감나무 가지에 앉아 꼬리를 까딱거리며 울던 그 까치처럼.

"아빠! 오늘 같이 비오는 날에 까치들은 어떻게 비를 피해?"
"제 집이 있잖아" "비가 마구 샐 텐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