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제시한 ‘개헌 카드’ 법률적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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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제시한 ‘개헌 카드’ 법률적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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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TV ‘사랑과 전쟁’ 부부클리닉위원장 이재만 변호사

▲ ⓒ뉴스타운

‘개헌(改憲)’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많이 들어서인지 이제는 식상할 정도다. 국민들의 눈높이도 개헌만 나오면 그저 정치인들의 노리개처럼 여긴다. 이 모두는 정치인들의 책임이자 헌법 농락의 결과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임기 내 개헌 완수’라는 깜짝 카드를 제시했다. 청와대는 2주 전만 해도 개헌론에 부정적인 태도였는데 이날 박 대통령이 개헌카드를 꺼내들자 각 당은 물론 대권주자들의 셈법 또한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일단 정치공학적 계산법에 따라 여당은 환영했고, 야당은 의혹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이날 “임기 내에 개헌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조직을 설치하겠다”고 밝히면서 어떤 형태로던 조직이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이날 개헌 완수 연설에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했다”고 설명했지만, 대통령의 갑작스런 제안에 정국은 이미 폭풍전야를 불러 일으켰다. 국민들도 헷갈린다. 과연 이번에는 개헌이 가능한 것인가.

본지는 개헌과 관련 정치를 배제한 법률적 문제를 법률 전문가인 법무법인 ‘청파’의 이재만 대표변호사를 통해 심도 있게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Q. 그동안 개헌에 부정적 입장에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갑자기 개헌카드는 꺼냈습니다. 그리고 “임기 내에 개헌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조직을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의 의중대로 개헌이 가능한 것입니까.

A. 개헌 절차는 헌법 제128조∼제130조에 명시돼 있습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89조 3호), 국회의원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128조 1항) 헌법 개정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헌법개정안은 그것이 대통령이 발의한 것이든 국회의원이 발의한 것이든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회가 의결하여야 하는데 그 의결에는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130조 1항). 국회가 의결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회부되고 여기에서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으로 확정됩니다(130조 2항). 확정된 헌법 개정은 대통령이 이를 즉시 공포하여야 합니다. 즉 국회재적의원의 2/3 이상, 투표권을 가진 국민의 과반수가 투표하고, 과반수가 찬성해야지 개헌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통령의 의중만으로 개헌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의 사례에 의하면 대통령의 개헌의지가 없으면 개헌은 성사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Q. 헌법 개정안은 국회가 의결한 뒤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기간 정당은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습니까.

A. 앞서 밝혔듯이 과반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 찬성을 얻으면 헌법 개정은 확정되고 대통령은 이를 즉시 공포해야 합니다. 이 경우 정당 등은 국민투표일 공고일 부터 투표일 전날까지 방송 연설·대담·토론을 하거나 소형인쇄물을 배포하는 방식으로 찬성 또는 반대 입장에 대한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Q. 혹시 대통령이 일반 법률처럼 헌법 개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없습니까.

A. 대한민국 헌법 53조 1항에 따라 대통령은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이 정부에 이송되면 15일 이내에 공포해야 합니다. 그러나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2항에 따라 15일 내에 이의서를 붙여 법률안을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대통령의 권한을 법률안 거부권이라고 부르는데 헌법상 정식 명칭은 ‘재의 요구’라고 합니다. 재의 요구는 국무회의에 해당 법률 공포안과 재의요구안을 상정해 법제처로부터 제안 설명 등을 들은 뒤 심의·의결하는 절차를 따라 이뤄집니다. 대통령은 법률안의 일부 또는 법률안을 수정하여 재의를 요구할 수는 없고, 단지 법률안에 이의만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국회 폐회 중에도 재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법률과는 달리 대통령이라 해도 헌법 개정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Q. 그동안의 개헌 논의를 보면 ‘권력구조 개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만약 차기 정부부터 개정 헌법을 적용할 경우 20대 국회 임기가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A. 물론입니다. 현행 대통령중심제를 5년 단임제에서 4년 중임제로 전환하거나, 의원내각제를 부활하거나, 또는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절충한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 어느 것을 택하던 차기 정부부터 개정 헌법을 적용할 경우 20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의 임기를 4년 중임제로 한다면 오는 2017년 12월 열리는 19대 대선 직후 국회의원을 새로 뽑아야 할 것입니다. 이는 4년 중임제의 경우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켜 만성적인 정쟁에서 오는 국정운영의 난맥상을 해소한다는 기본 취지를 살려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개헌을 통해 순수 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형태 총리제를 채택해 차기 정부에 이 제도를 도입하려 하면 새로 원 구성을 해서 총리를 뽑아야 하는 만큼 현재의 국회는 해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경우건 국회의 해산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Q. 임기가 1년 4개월 밖에 남지 않은 박 대통령이 개헌카드를 꺼내들고 임기 내 반드시 완수하기 위해 실무적인 준비까지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헌법이 개정되면 현직 대통령은 재출마할 수 없습니까.

A.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당해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습니다. 즉 박 대통령 임기 중에 개헌이 이뤄진다고 해도 개정된 헌법이 박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개정된 헌법 하에서 재출마 할 수 없습니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그 효력이 없다’고 ‘헌법 제 128조 ②’에 분명히 명문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Q.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국회를 향해 “헌법개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개헌의 범위와 내용을 논의 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이는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A. 이른바 ‘청와대발 개헌 카드’는 개헌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인 ‘누가 주도할 것이냐’로 보면 될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헌법 개정안을 누가 만들 것이냐’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박 대통령의 연설로 보면 청와대가 주도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헌법개헌의 경우는 개정의 주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개헌의 폭과 내용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염두 해 둔 것으로 분석됩니다. 박 대통령의 주문은 국회가 개헌과 관련한 여론 수렴과 사전 논의를 해달라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입니다.

Q. 우리나라 헌법은 지금까지 9차례의 개헌을 단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헌 헌법부터 현재의 '87년 헌법'까지의 과정과 성격을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A.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 5월 10일 총선거로 구성된 국회(제헌국회)가 헌법기초에 착수하여 같은 해 7월 17일 공포한 제헌헌법이 있습니다. 이후 1952년 대통령 직선제 1차 개헌, 1954년 이승만 대통령 3선을 위한 소위 ‘사사오입’ 파동을 통한 2차 개헌, 1960년 4·19혁명 뒤 내각책임제로 전환하는 3차 개헌, 반민주행위자처벌에 관한 부칙조항 삽입을 위한 4차 개헌이 있었습니다. 이어 같은 해 5·16군사쿠데타 발생 후 대통령제로 전환하는 5차 개헌, 박정희 대통령 3선을 위한 목적으로 단행된 6차 개헌, 1972년 유신체제 전환을 위한 7차 개헌, 1980년 5·18 이후 신군부 집권에 따른 전두환 정권으로의 전환을 위한 8차 개헌, 그리고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이후 대통령직선제와 5년 단임제를 중심으로 하는 9차 개헌을 통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중 1960년 4·19혁명 이후의 개정과 1987년 6월의 민주화 운동 이후의 개정을 제외한 나머지 일곱 차례 개헌은 모두 집권자의 권력 강화와 집권 연장을 위한 수단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현재의 헌법은 어떻게 구성돼 있습니까.

A. 현재의 헌법은 지난 1987년 10월 27일 국민투표에 의해 제9차로 개정, 공포된 헌법입니다. 전문을 비롯해 총강, 국민의 권리와 의무, 국회, 정부,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 지방자치, 경제, 헌법개정 등 10장으로 나뉜 본문 130조와 부칙 6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Q. 법률 전문가로서 개헌에서 반드시 없어져야 할 것이 있다면 하나만 지적해주십시오.

A.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우리나라는 모두 9차례의 개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7번의 개헌이 임기연장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가 많습니다. 이런 개헌안의 대부분은 정부가 만들었습니다. 암울한 시대 개헌이 집권 세력의 권력 연장을 위한 방편이 된 것입니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국민의 정치에 대한 눈높이도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국민을 무시하는 개헌을 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치적 계산을 뒤로하고 국회 개헌특위에 전문가와 대표성을 갖는 시민들이 참여해 진솔한 개헌을 통해 보다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방향으로 개헌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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