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날, 매화꽃 속에 잠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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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에세이> 매화꽃

 
   
  ^^^▲ 빛나와 매화누가 누가 더 이쁘나
ⓒ 이종찬^^^
 
 

"아빠! 오늘 바람 쐬러 가자"
"각중에 바람은 무슨 바람? 저기 장롱 위에 있는 선풍기 꺼내줄까?"
"아! 빠!"
"그래, 알았다. 가자, 가. 근데 바람을 많이 쐬면 감기 걸릴 텐데"
"아빠나 조심해"

저희집에는 늘 꽃 세 송이가 피어나 있습니다. 그 꽃들은 아무리 추운 땡겨울이 되어도, 밤이 되어도 늘 싱싱하고 아름답게 피어나기만 합니다. 그 중 큰 꽃 한송이는 이미 작은 꽃 두 송이를 겨드랑이에 피워놓고, 그 꽃 두 송이를 더욱 곱고 이쁘게 가꾸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어른 꽃 한송이는 바로 제 아내이고, 작은 꽃 두 송이는 바로 제 두 딸입니다. 어른 꽃 한 송이는 이미 사십 년이나 그렇게 피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미 꽃 옆에서 작은 한 송이가 처음으로 피어난 때가 벌써 십삼 년, 막내 꽃 한 송이가 피어난 때가 십일 년이 되었습니다.

이 세상에는 갖가지 아름다운 꽃들이 수도 없이 피어납니다. 그 중에는 향기가 진한 꽃도 있고, 향기가 연한 꽃도 있습니다. 모양이 화려한 꽃도 있고, 그저 시골 아낙네처럼 소박한 꽃도 있습니다. 어떤 꽃은 향기가 나지 않는 꽃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꽃은 바로 사람꽃이라고 했습니다. 이 세상의 꽃이 아무리 화려하고 아름다워도 어찌 사람꽃에 비유할 수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사람꽃도 말을 하고 스스로 움직여야만이 비로소 향기가 나고 아름답게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저희집은 창원 비음산 자락에 얹혀 있습니다. 저는 직장이 멀리 떨어져 있는 관계로 매주 토요일에 집으로 갔다가 월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사람꽃 세 송이를 집에 남겨둔 채 직장으로 돌아와야만 합니다.

 

 
   
  ^^^▲ 망울망울 매달린 매화꽃
ⓒ 이종찬^^^
 
 

지난 일요일 오후에는 막내딸 빛나의 성화에 못이겨 비음산 근처로 봄 나들이를 나갔습니다. 나들이를 나갈 때면 막내딸 빛나는 으레 제 손을 잡습니다. 막내딸 빛나의 손은 그날도 목덜미를 파고드는 봄바람처럼 따스했습니다.

어디선가 풋풋한 흙내음이 납니다. 그랬습니다. 비음산 자락에 층층히 쌓인 다랑이논은 벌써 논갈이가 끝나 있었습니다. 잘 갈아 엎은 논두렁 곳곳에서는 쑥을 캐는 아낙네들 몇몇이 산토끼처럼 앉아 있습니다. 논두렁에도 어김없이 사람꽃이 피어나 아지랑이처럼 그렇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비음산 자락, 미나리꽝에서는 낫으로 파아란 봄미나리를 베는 아낙네들의 손길이 바쁘기만 합니다. 미나리꽝에도 어김없이 사람꽃이 미나리처럼 파랗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비음산 자락 곳곳을 마치 치마처럼 두르고 있는 과수원에서는 함박눈이 하늘을 향해 펑펑 쏟아지고 있습니다.

"와아~ 꽃이다"
"저게 무슨 꽃이라 했지?"
"음~ 벚꽃?"
"아니, 저게 매화꽃이야. 봄이 다가오면 제일 먼저 피는 꽃이란다"
"아빠! 나 매화꽃이랑 사진 찍어줘?"
"그래. 매화꽃이 이쁜가 빛나꽃이 이쁜가 어디 한번 찍어 볼까"

꽃은 활짝 피었을 때보다 마악 몽오리를 동글동글 말고 있을 때가 더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그랬습니다. 그날 막내딸 빛나와 제가 바라본 매화꽃은 대부분 이내 터질듯이 마악 몽오리를 동글동글 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질 급한 매화꽃 몇몇은 이미 피어나 봄바람에 몸을 오스스 떨고 있었습니다.

 

 
   
  ^^^▲ 마악 피어나는 매화꽃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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