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봉천본동 지역의 60세 이상 노인 100여명이 입당의사를 밝힌 적이 없는 데도 지난해 7월 열린우리당 기간당원으로 등록됐으며 매달 통장에서 1000~2000원의 당비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김근태 의원은 ‘봉천동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편지형식의 글을 통해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김 의원은 “당원이 된다는 것은 민주사회의 시민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수준의 의사표현 방식”이라며 “누군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당에 입당을 시킨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격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범죄행위”라는 강력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김 의원의 고백처럼 이번 일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사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고 까맣게 몰랐던 일도 아니다.
물론 ‘당비를 내고 당원의 의무를 다하는 사람에게만 투표권을 주자’는 기간당원제의 취지는 좋다. 그러나 이런 취지를 악용해서 공직 후보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허위로 당원을 만들거나 당비를 대납한다는 경고는 오래 전부터 나왔다. 이미 검찰에서 수사를 시작한 예도 많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은 이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어야 옳았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이 문제의 심각성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김 의원의 지적처럼 단지 변화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부작용 정도로만 치부하고 말았다.그러다 오늘 이처럼 험악한 꼴을 보게 된 것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이같은 일이 어디 봉천동뿐이겠는가. 드러나지 않았을 뿐, 어쩌면 전국적인 현상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아예 기간당원제를 포기하든지 당비대납이나 허위당원을 걸러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후 실시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안타까운 사실은 여당의 기간당원제와 비슷한 책임당원제를 실시하는 한나라당 역시 이같은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나라당 책임당원들이 당내 경선에서 지방선거 후보자를 선출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출마희망자마다 자신의 지지자를 가능한 많이 책임당원으로 만들기 위해 당비 대납 등 탈법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물론 이같은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것만 해도 부지기수다. 따라서 여야 모두 이번 기회에 정치개혁이라는 미명아래 현재 시행하고 있는 기간당원제와 책임당원제 시행을 재고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판단이다. 이른바 ‘허위당원’을 방지할 수 있는 철저한 장치가 마련된 후 실시해도 늦지 않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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