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도 따고 내 마음도 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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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도 따고 내 마음도 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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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마음따라> 경남 진해 “산길공원”

 
   
  ^^^▲ 천자봉 산길저 산모퉁이 돌아가면...
ⓒ 경상남도^^^
 
 

그래. 이렇게 꿈결처럼 아득한 봄날에는 여우 같은 아내와 토끼 같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봄빛으로 물들고 있는 남녘의 산하, 그 산하 속에 숨어있는 연초록빛 동굴 속을 걸어보자. 그 동굴 사이사이에 환하게 열려 있는 하늘을 젖히면 이내 다가와 내 품속에 포옥 안기는 진해 앞바다, 그 앞바다를 바라보며 찬란한 봄을 어루만져 보자.

한반도 남녘 진해는 불모산과 장복산을 사이에 두고 창원과 마산에 둘러쌓인 전형적인 해안도시다. 지금은 그 맑은 바다 일부가 진해에 들어선 공단과 인근에 들어선 공단에 의해 많이 오염되었지만 아직 진해 앞바다는 두 눈을 도다리처럼 멀뚱거리며 마구 파다닥거리고 있다.

특히 안민도로와 대발령 고개에 이르는 12㎞ 남짓한 산길공원을 걸으며 바라보는 진해 앞바다는 아직도 쪽빛 그대로다. 또 잔잔한 물결 위에 마치 돛단배처럼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을 바라보면 바다라기보다는 커다란 호수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저 바다는 서북쪽으로는 인근 창원과 마산에 꼬리를 내리고, 남으로는 거제도를 끌어안고 달려나가 드넓은 남해바다에 용머리를 치켜세우고 있는 그런 바다다.

 

 
   
  ^^^▲ 진달래가 마악 꽃봉오리를 맺고 있는 산길공원
ⓒ 경상남도^^^
 
 

불모산과 장복산을 어깨에 끼고 있는 진해 웅산 허리춤에 뚫려있는 산길공원은 공원이라기보다는 안민도로에서 대발령 고개까지 이어지는 숲속 동굴이다. 하지만 이 산길공원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산길공원의 출생은 진해시가 이곳에 산불방지와 산림자원의 보호증식을 위해 뚫은 임시 도로에서 비롯되었다.

산길공원에 오르면 우선 눈에 띄는 것이 843m에 이르는 목재형 도로와 158m에 걸쳐 설치된 건강지압보도다. 우선 자연친화적인 목재형 도로를 걷는 것도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나지만 건강지압보도를 걸을 때의 기분은 유별나다. 게다가 숲속에 노루처럼 우뚝 서 있는 팔각정과 곳곳에 설치된 10여개의 쉼터는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의 땀방울을 식혀주는 훌륭한 안식처다.

마치 어릴적 먼 친척집을 찾아가는 길목 같은 산책로 주변에는 연산홍을 비롯한 여러 가지 꽃나무들이 사람들을 반긴다. 하지만 가지에 매달린 꽃망울들이 꽃을 출산하려면 아직은 좀 더 기다려야만 할 것 같다. 그래. 이쯤, 마치 숲속 동화나라 같은 산책로 중간쯤에서 아이들에게 이 곳에 얽힌 전설을 이야기 해 주는 것도 좋을 듯 싶다.

 

 
   
  ^^^▲ 조선 태조 이성계와 명나라 태조 주원장의 전설이 얽혀 있는 천자봉
ⓒ 경상남도^^^
 
 

아주 오랜 옛날, 이 산길공원을 품고 있는 천자봉에는 깊은 연못이 있었다. 이 연못에는 용이 되고자 하는 이무기가 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무기는 끝내 용이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지 못하자 홧김에 천자봉 아래에 사는 마을 사람들을 못살게 굴었다. 이무기의 횡포가 하도 심해지자 마을 사람들은 이 사실을 염라대왕에게 이뢰었다.

이에 염라대왕은 이무기에게 너는 용 대신 천자가 되어 땅을 다스려라, 고 하면서 천자봉 연못 아래 백일마을에 사는 주(朱)씨의 아내에게 잉태시켰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 소년이 되어 중국으로 건너갔다. 그 뒤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이 바로 그 아이라고 한다.

또 한가지. 고려말엽 함경도 사람 이(李)씨가 하인인 주(朱)씨를 데리고 명당을 찾기 위해 팔도를 유람하다가 이곳 천자봉에 올랐다. 그때 진해 앞바다에서 반인반어(半人半魚)의 괴물이 나타나, 바다 속에 굴이 두 개 있는데 그 중에 오른쪽 굴은 천자가 태어날 명당이며, 왼쪽 굴은 왕이 태어날 명당이라고 전해 주었다.

이 사실을 안 하인 주씨는 이씨 조상의 유골을 왼쪽에 묻고, 자기 선친의 유골을 오른쪽에 묻은 뒤 주인 이씨에게 이씨의 유골을 오른 쪽에 묻었노라고 대답했다. 아무 것도 모르던 이씨는 크게 흡족해 하며 하인 주씨에게 후한 상금을 내렸다.

하지만 그 이씨도 죽고 하인 주씨도 죽고 난 뒤에 과연 반인반어의 말처럼 주씨 가문에서는 명나라 태조 주원장이 태어났고, 이씨 가문에서는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태어났다고 한다.

 

 
   
  ^^^▲ 마치 시루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혀진 시루봉
ⓒ 경상남도^^^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러한 전설도 상큼한 봄기운이 맴도는 산길를 걸으며 아이들에게 차분하게 들려줄 필요가 있다. 우리의 전설 속에는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우리 조상들의 번뜩이는 지혜가 숨겨져 있으며, 아이들에게는 무한한 상상력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이 온통 연초록으로 출렁이는 봄날,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적해병'이란 흰 글씨가 새겨진 산마루에서 성숙한 여인의 젖꼭지처럼 꼿꼿하게 솟아난 시루봉(웅산:693.8m)과 언뜻 보기에는 돌산처럼 보이는 천자봉(502m)에 올라 조선 태조와 명나라 태조의 전설을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건너 마을~ 젊~은 처~자 꽃따러 오면~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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