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막말, 폭언 등을 쏟아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69)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인 2017년 4월 9일자 미국의 보스턴 글로브(Boston Globe) 신문이 대대적으로 정치, 경제, 외교 등의 상황을 보도하면서 트럼프를 맹렬하게 비꼬았다.
1면 최상단 헤드라인은 “이민 강제 송환 시작”이라는 대문짝만한 글로 보도했다. 트럼프가 이민자들을 추방하겠다는 등의 캠페인을 벌인 것에 대해 신랄하게 꼬집은 것이다.
이 같은 보도가 나가자 트럼프는 자신에 대한 비판과 풍자 기사를 쓴 신문에 대해 역시 막말을 해댔다. “바보 같고 쓸모없는 언론”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1면 전체에 내가 대통령이 될 경우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면서 “완전히 꾸며진 이야기”라고 강조하며 신문 자체가 ‘허구 투성이’라고 반격했다.
보스턴 글로브는 일요일 특별 섹션인 “선데이 아이디어스(Sunday Ideas)'에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 상황을 상상하고 이 같은 가상 지면을 발행했다.
기사에서는 ‘이민자 강제 송환 시작“이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트럼프, 이민관세수사청 인력 3배 확대/ 폭동시위 계속“이라는 제목을 달아 트럼프를 비판했다.
신문은 “트럼프 호텔과 백악관 앞에서 수천 명의 시위대가 이민자 추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자 추방이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미국에 오려고 대기하고 있는 수백만 명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고 일축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 신문은 이민자들에 대한 추방 속도가 너무 빨라 ‘머리가 핑핑 돌아갈 지경’이라고도 했다. 이어 신문은 일부 도시에서 통행금지조치가 발효된 가운데 트럼프는 의회에 추방에 필요한 예상 승인을 초구하고 있다는 내용도 실었다.
신문 오른쪽 기사에서는 “무역전쟁으로 시장 추락”이라고 보도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법무장관은 올해 경선에서 도중하차한 뒤 트럼프 지지를 한 ‘크리스 크리스티 현 뉴저지 지사’를 임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신문은 “미군, 이슬람국가(IS=Islamic State) 대원 가족 사살명령 거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군 2명이 자신의 IS 무장대원 출신 친인척을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거부하면서 백악관과 충돌했다"고 전했다.
나아가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고도 했다. 후보에 오른 배경으로 이슬람 종파 갈등을 완전히 종식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것이며, 미국 최대의 국립공원인 ‘옐로스톤’의 이름이 “트럼프 국립공원‘으로 바뀌었다는 풍자도 담았다.
또 보스턴 글로브는 “공화당이 트럼프를 그만뒀다”는 논설에서 “트럼프가 밝힌 공약을 있는 그대로 지면에 반영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논설은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의 미래는 매우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비판하며 트럼프는 미국의 이상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힐난했다.
신문은 별도의 사설에서 “트럼프의 공약이 실현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을 경고하려는 의도로 가상 기사를 만들었다”고 설명하고 “많은 미국인이 그의 공약과 비전이 인상적이라고 느끼지만, 우리가 볼 때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고, “트럼프는 경박스럽고 무모한 선동정치가(demagogue)에 불과한 인물”이라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공화당이 (트럼프와 같은) 선동가를 받아들일 바에는 원칙을 완전히 깨서라도 (현재 진행 중인) 경선 결과와 상관없이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인물을 대선 후보로 뽑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또 보스턴 글로브는 트위터에서 “이러한 지면을 인쇄하는 날이 오지 않으면 좋겠다”며 트럼프에 경고를 보냈다.
한편, 114년의 전통을 가진 진보성향의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는 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끈질기게 취재해 2001년 퓰리처상을 받은 적이 있으며, 이 실화가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소재가 되어 올해 아카데미상을 수상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