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찬반 논란으로 극한 대립을 보이던 호주제 폐지법안이 이제 겨우 여야합의로 내달 임시 국회에서 통과하기로 한 모양이다.
그 동안 호주제의 폐지 문제가 오랫동안 격렬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었던 것은 분명 어떤 원인이 있었을 것이다. 이의 원인 중에서 호주제가 언제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그 기능이 어떠하였는지? 또는 이 과정에서 지난 시기의 전통관습 속에 호주제가 있었는지? 아니면 오늘날의 미풍양속이라 할 수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도 계속 계승하여야 하는 제도인지? 를 살펴보면
호주제의 문제에 대하여 논란이 시작 된 것은 신민법이 제정되기 이전인 1953년부터인 것 같다. 이 때부터 가족법의 제정이 예전과는 달리 합리적이고 민주적이기 위하여 여성지도자들과 여성단체들이 건의서, 청원서 등을 제출하는 등 끈질긴 노력을 하였지만 그때마다 좌절되었다.
그러나 신민법의 실시 직후부터 그 개정의 논의와 연구는 가족법학계나 여성단체들을 통해 계속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신민법 제정 당시부터 꾸준히 호주제 문제의 개정운동을 추진해 온 단체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시 가정법률상담소나 YWCA 연합회가 중심이 되어 계속 추진하였고 이 운동에 참가하는 단체의 범위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넓혀져 오다가 1973년 6월 28일에는 모든 여성단체들의 연합운동이 되어 '범여성가족법개정촉진회'의 결성대회를 개최하기에 이르렀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렇게 범여성가족촉진회는 1974년에 민법 중 친족상속법 개정법안을 국회에 상정하였으나 이에 대한 찬반의 격론이 국회 원내외와 사회에 팽배하다가 무산되었고 다시 1977년 12월 17일 원안에서 개정요구의 핵심이 되는 중요사항을 모두 삭제한 국회법사위원회의 대안이 통과되어 가족법의 일부 개정만이 이루어지는데 그쳤다.
동 촉진회가 요구한 개정요강 10개항에는 호주제도의 폐지가 들어있었으나, 유림을 주축으로 한 반대론자들이 남녀차별 당연론, 미풍양속론, 시기상조론 등을 이유를 내세웠고. 개정찬성론자들은 남존여비사상 배제, 종속적·지배복종적 인간관계의 배제, 비민주적 제도 폐지 등을 주장했다.
특히 10개항에 들어있던 호주제도의 폐지와 동성동본불혼제도의 폐지에 관하여는 의견의 대립이 심각하였는데 이는 당시 가족법 개정의 핵심내용이었던 것이다.. 반대 측 의견도 전통적 미풍양속을 내세웠으나, 찬성측 의견은 이것은 엄격히 우리의 전통도 미풍양속도 아닌 중국의 제도 혹은 일제의 잔재일 뿐이라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 이와 같은 논란 끝에 개정된 시행내용은 호주제도와 동성동본불혼제도를 그대로 존치하는 것이었다.
그 후 가족법개정을 이끌었던 촉진회는 해체되었고, 가정법률상담소와 일부 여성단체, 가족법학자들을 중심으로 개정운동과 연구가 계속되었다. 1984년 7월 18일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관으로 41개 여성단체가 '가족법개정을 위한 여성연합회'를 결성하여 활동을 다시 시작하였다. 가족법개정을 위한 서명운동과 건의문 발송 등, 개정법안의 상정요구 등의 활동을 전개하고, 가족법개정촉진대회를 개최하면서까지 열의를 보였으나 1984년 12월 11대 국회가 그대로 폐회되고 가족법개정안 상정도 좌절되었던 것이다.
1985년 이후에도 여성연합회는 계속 활동을 전개하여 1986년 11 .18. 12대 국회에 여야의원 61명 명의로 개정안을 다시 제출하였으나 임기만료로 또 다시 자동폐기 되었다.
1988년 11월 7일에 이르러서야 13대 국회에 151명의 여야국회의원의 의원입법으로 개정안이 상정되었고,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가족법의 일부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호주제도를 근간으로 하는 '호주와 가족'의 장은 그대로 존속하고 다만 호주상속을 호주승계로 개정하여 호주의 권리의무를 대폭 삭제하고 호주권을 축소하여 현재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렇게 온갖 수난을 겪으면서 오늘에 이른 것은 우리의 호주제가 실질적으로는 고조선 시대를 그 기원으로 하여 신라 때의 신라민적에서 나타나는 호적과 고려시대를 거처 오늘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시간 동안 감히 거론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은 아마 전통적으로 가장권을 표하는 존재로 군립 하였을 뿐만 아니라 절대적인 윤리이자 불변의 법이였던 것 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그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따라 그 시대에 맞는 호주제가 요구된다면 당연 이에 따르는 것이 자연의 섭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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