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는 ‘좌파 정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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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는 ‘좌파 정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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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의료원 폐업을 강행하려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공공의료는 “박정희의 좌파 정책”이라고 발언해서 빈축을 샀다. 이 발언에는 두 가지 함의가 담겨 있다. 하나는 공공의료가 ‘좌파 정책’이라는 것이고, 그 다음은 박정희 대통령이 그런 ‘좌파 정책’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도입한 주요한 사회경제 정책에는 이른바 자유주의적 보수정책의 관점에서 볼 때에는 납득이 가지 않는 것들이 많다. 사립학교법으로 통해 사학의 자유를 억제했는가 하면, 국토균형 발전을 위해 수도권 규제를 가한 것이 그러하다. 경제적으로 정부가 기업활동에 깊숙이 개입했고 포항제철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영기업을 키웠다.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해서 의료 수가를 정부가 통제하는 현행 제도도 박정희 정부가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박정희 대통령의 정책은 하이에크-프리드먼류(類)의 자유주의/보수주의 철학과는 부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를 들어서 홍준표 지사처럼 ‘좌파 정책’이라고 말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추구했던 경제/사회 모델은 이른바 ‘국가주의’라고 할 것이다. 영국에 비해 국가 통일과 자본주의 발전이 늦었던 제국주의 시절의 독일이 추구한 정책은 오늘날 기준으로 보수나 진보로 볼 수 없고 ‘국가주의’라고 보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역사에서 가정(假定)은 의미가 없지만 만일에 1960년대와 70대에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집권을 했더라면 우리나라는 보다 자유주의적인 경제사회 모델로 갔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 과연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산업화에 성공할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물론 박정희 정부는 북한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확고한 반공주의를 택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보수’ 정권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보다 정확히는 ‘우파 정권’이라고 표현하는 게 합당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또한 박정희 시대에 야당이었던 민주당도 정당 정책에서 별로 진보적이거나 사회주의적인 면이 없었고 ‘좌파’적인 것은 더더구나 없었다.

의료가 민간영역이어야 하는가 또는 공공영역이어야 하는가를 두고서는 많은 논쟁이 있지만 어느 일방의 주장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과거 소련과 동유럽 공산권은 공공의료를 운영했지만 그 현실은 우리가 너무 잘 아는 바이다. 서방국가 중에선 캐나다가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주의 의료체제를 갖고 있는데, 덕분에 의료비용은 저렴하지만 의료 서비스 자체가 형편없이 나빠졌음은 잘 알려져 있다. 반면 저소득층과 노년층을 제외하고는 민간의료에 의존해 온 미국은 의료비용이 너무 비싸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는데, 오바마 정부 들어서 도입된 의료체제 개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결국 의료는 민간의료와 공공의료가 절충을 이루어야 만 기술혁신과 서비스 확충, 그리고 사회적 형평이란 세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의료를 공공분야에 전적으로 맡겨 두면 기술혁신과 경쟁이 없어질 것이지만, 의료는 그 성질상 시장의 영역에 전적으로 맡겨 둘 수도 없다. 환자는 자기가 원해서 의료 서비스를 택하는 것이 아니고, 할 수 없이 택해야 하기 때문에 의료 서비스를 시장 원리에 맡긴다는 것은 그 자체가 잘못이다.

어느 나라의 어느 정책이든 문제가 없는 부분은 없다. 그것을 보완하고 발전시키며 필요하면 개혁하는 것이 정부의 임무이다. 상식적으로 판단하더라도 우리나라 의료 체제는 개선할 부분이 많다. 감기약 조제의 남용에서 장기 입원에 이르기까지 건강보험은 남용되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의료보장이 부족한 탓에 TV에는 민간 건강보험 광고가 넘쳐나고 있다. 의료와 건강보험을 이념을 들어 단순하게 설명하는 것은 단견이다.

* 미국의 의료체계에 관한 논쟁은 <Book World> 135번과 136번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www.leesangdon.com 승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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