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우주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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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우주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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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인 책, 무중력, 우주멀미, 먹는 것과 싸는 것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나라에 착륙했고 하얀 우주복을 입은 선장 닐 암스트롱이 TV 화면에 나왔다. 당시 서울에는 TV가 있는 집이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 칼라 TV가 나오기 전이였지만, 미국이라는 선진국의 우주 쇼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본 기억이 난다. 어린 눈에 비친 우주인들은 모든 것이 깔끔하고 세련되고 스마트한 존재였다. 하지만 과연 그랬을까?

다소 노골적일 수밖에 없는 책 '우주 다큐'

저자 메리 로치는 나사(NASA)와 우주비행사들의 이면 이야기를 상세하게 전달한다. 다소 노골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첨단 우주 항공 분야라고는 하지만 지상과는 다른 환경에 인간이 대비하기 위해서 고려해야 했던 지극히 기본적인 사항을 모두 언급하기 때문이다. 먹는 것, 입는 것, 움직이는 것, 생리 현상, 남녀의 성, 건강, 심리상태 등. 그리고 하다못해 구토, 배설물까지 모든 것을 고려해야만 하는 특수한 분야이기 때문에 점잖고 고상한 이야기만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책의 서두는 우주비행사 선발 과정의 심리 검사, 그리고 고립과 감금의 한계적 상황에 처한 우주비행사들을 설명하고 있다. 서로에게 감정을 표출할 수 없는 환경에서 적대감을 안으로 삭여야 하고 지구상의 모든 것이 그리워질 수 있다. 폐소공포증과 외로움을 이겨내야 하지만 우주에 가보지 않고는 우주에 있는 사람에게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아낼 수 없다.

우주라는 환각제도 설명하고 있다. 우주 공간을 비행하는 조종사는 이탈 효과를 느끼며 그들 대부분은 공황 상태가 아닌 도취감을 느낀다고 한다. 저 아래 지구가 발 밑(머리 위라고 하기에는 어색하다.)에서 빠르게 회전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우주 황홀증 내지는 우주 도취증에 빠질 수도 있다고 한다. 제미니 4호의 우주비행사 에드워드 화이트가 나사(NASA) 최초의 우주 유영을 한 지 4분 정도 지나서 '마치 백만장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는데, 그가 황홀경에 도취되어 복귀 명령을 무시했다가 다시 우주선으로 돌아오는 25분 동안 우주선 선장 제임스 맥디빗은 만약의 경우 화이트를 우주선에서 끊어버리라는 명령을 받았었다고 한다.

무중력 상태

V-2 로켓 탄두 부분에 실려 우주로 처음 보내진 것은 붉은털 원숭이 앨버트였다. 기저귀를 찼고 몸무게는 4 킬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인간을 무중력 상태로 보내기는 두려웠다. 과거에 증기 기관이 발명되어 철도가 발달할 가능성이 생기자 과학자들은 빠른 속도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까 우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증기 기관에 비하면 무중력을 미리 예상해 보기란 쉽지 않다. 가령 무중력에서는 퓨즈가 끊어져도 흘러내리지 않아 장비들이 과열된다.

1950년 독일의 프리츠 하버와 하인츠 하버 형제가 포물선 비행을 고안해 냈고 이로써 무중력 상태를 경험할 수 있게 되어 실질적인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제 나사(NASA)가 펌프나 전열선, 그리고 변기를 개발할 때마다 포물선 비행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주 멀미

당신이 청각 장애인이 아니라면 우주에서 멀미는 피할 수 없다. 그리고 무중력 상태에서 우주복을 입은 채로 멀미를 했다면 시야를 가리는 것은 물론이고 토사물이 기도를 막을 수도 있고 눈에 들어가 강한 산으로 심각한 상해를 입힐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어느 우주비행사가 멀미를 했는지 알고 싶으면 책을 펴보라.

지구 멀미도 있다. 우주비행사 패기 휘트슨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191일간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직후 세상이 자기 주위를 시속 2만 8,000 킬로미터의 속도로 돌고 있었다고 말한다.

사후 피험자

나스카(NASCAR, 스톡카 경주 대회)에서 칼 에드워드는 시속 300 킬로미터로 달리다가 충돌사고로 부서진 차체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 나온다. 에드워드의 이야기가 놀랍긴 하지만, 우주선이 지상에 착륙하려면 이보다 더한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8G의 중력을 1분 견뎌야 하고, 착륙시의 충격으로 10G를 견뎌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살아 있는 인간을 대신해서 테스트해볼 수 있는 것은 사후 피험자, 달리 말하자면 '시체' 밖에 없다. 그리고 착륙선에 탄 우주비행사의 생존을 위해서는 여압복은 물론이고 신체 각 부위가 멋대로 움직이지 않아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2008년 카자흐스탄에 착륙한 휘트슨과 이소연, 그리고 유리 말렌코프를 구조한 것은 예정된 구조 요원인 피트 크루가 아닌 카자흐스탄 주민들이었다. 낙하산들이 모두 불에 타 없어진 상태에서 현지 주민은 어디서 온 배냐고 물었다고 한다. 유리 말렌코프가 자기들이 우주에서 왔다고 하자 현지 주민은 그건 아무래도 좋다고 했단다.

악취

우주에서는 마음대로 옷을 갈아입고 산뜻하게 샤워를 할 수가 없다. 좁은 공간에 땀을 흘리게 되면 악취를 피할 방법이 없다. 기류를 이용해서 물이 발쪽으로 떨어지게 한다고 해도 물방울들이 입과 콧구멍에 들러붙기 때문에 벌거벗은 채로 입에는 스노클을, 눈에는 고글을, 그리고 코는 클립으로 막아야 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사정이 나아졌다. 젖은 타월과 헹굴 필요가 없는 샴푸로 몸을 씻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자주 목욕을 할 수 있을까?

무중력이 뼈에 미치는 영향

무중력에서는 근육과 뼈는 그저 인간의 모습을 유지시켜 주는 데 필요할 뿐이다. 서 있을 필요가 없음은 물론이고 실제로 키가 늘어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인체의 기본적인 방침은 사용하지 않으면 버리라는 것이다. 근육은 없어지고 뼈는 약해지며, 골밀도는 낮아진다. 우주비행사들이 지구로 돌아오면 몇 주 안에 다시 근육이 생기겠지만 뼈가 회복하는 데는 3~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2년간의 화성 임무가 주어진다면 사람의 뼈에 하반신 마비와 동일한 효과를 미친다고 한다.

그리고 만일 2년이나 되는 오랜 기간 인간이 곰처럼 동면을 취할 수 없다면 성 문제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남녀 혼성으로 비행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 이상의 진도나 세부적인 고려(?) 사항에 대해서는 책을 펴보라.

싸는 것과 먹는 것

우주 왕복선에서 사용하는 변기 입구는 지상의 것보다 지름이 10 센티미터 작다. 조준을 잘 해야 한다는 뜻이다. 만일 조준이 잘못되면 스스로 처리할 것을 각오해야 한다. 오줌은 표면 장력으로 방광 벽에 붙어 있다가 포화상태가 되어서야 충동을 느낀다. 그래서 규칙적으로 소변을 봐야 한다. 게다가 지상에서처럼 밑으로 배설하지 못하는 것은 끔찍해 보인다. 그러나 더럽지만 적극적으로 연구해야 하는 과제였을 것이다.

배설 문제가 복잡해지니 우주에 있는 동안 변비라도 걸리면 좋겠지만 그래도 먹는 것에 대해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주 음식은 부피는 작고 무게는 가볍고, 그러면서 칼로리는 높아야 한다. 베이컨마저 유압 프레스로 짜서 더 작게 만들었고, 주사위 모양의 샌드위치는 한 입에 부스러기 없이 먹을 수 있다. 나사(NASA)에 고용된 영양사들은 안으로 들어간 음식의 무게를 재고 계량하고 분석했으며, 다시 밖으로 나온 것에 대해서도 똑같은 일을 했다. 튜브 음식이 나왔고, 탄산음료는 금지된다. 만일 콜라를 마셨다면 우주비행사는 계속해서 트림을 해야 한다. 탄산이 위로 올라오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 화성으로

화성으로 가려면 달에 가려고 준비했던 것과는 차원이 달라진다. 2년간의 여행을 위해서는 오줌을 걸러 마시고, 식량만을 따로 화성으로 발사하며, 무중력 상태에서 가축을 키울 수 있는지 고려해야 했다. 엉뚱하기는 하지만 마틴 마리애타사(社)의 워프는 우주선 자체를 먹자고 했다. 그는 투명한 설탕을 우주선 창문으로 사용하자는 아이디어도 냈다. 4명의 승무원이 3년 동안이면 450 킬로그램의 똥을 만드는데, 1960년대 우주 영양학자 에밀 므라크는 그것의 재활용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화성에 가려면 이라크 전쟁에 들어간 비용 5천억 달러 정도가 든다. 게다가 인간 대신 로봇 착륙선이 갔다. 그래도 화성에 가야 할까? 저자 메리 로치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생각을 빌려 답변한다. 1780년대 몽골피에 형제가 열기구를 하늘에 올릴 때 누군가가 프랭클린에게 이토록 바보 같은 짓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프랭클린이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갓난아기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요?"

돈은 항상 낭비되기 마련이니 화성에 좀 써보자고 메리 로치는 주장한다. 밖으로 나가서 실컷 놀아보자는 것이 그녀의 끝맺음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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