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 : 박원순 후보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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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 : 박원순 후보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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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전략가들은 물론이고 언론도 메인 주 출신 에드먼드 머스키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가장 유력하다고 보았다.

초기 여론 조사는 머스키 의원이 닉슨 대통령을 이기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예비선거에 참여하는 열성 민주당원들과 젊은 유권자들은 보다 진보적인 조지 맥거번 상원의원을 지지했다. 게다가 머스키 의원이 아내에 관한 기사에 눈물을 보이는 실수를 하자 예비선거의 대세는 맥거번 의원으로 굴러갔다. 그러나, 베트남에서 즉각 철수를 주장하는 맥거번은 일반 유권자들이 받아들이기는 너무 진보적이었다.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은 선거 며칠을 앞두고 베트남 평화협상 조인이 눈앞에 있다고 발표했고, 선거 결과는 민주당의 참패로 끝났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닉슨 백악관은 워터게이트 건물 침입을 승인할 필요가 없었다. 1972년 미국 대선은 선거에서 자기 당 지지세력이 가장 많이 지지하는 후보가 본선에서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며, 아무리 여론조사와 예비선거가 중요해도 정당의 전략가들의 판단이 그 못지않게 중요함을 잘 보여 주었다.

지금 가열되고 있는 서울시장 선거는 바로 그런 경우로 보인다. 민주당의 전략가들은 박원순 변호사가 야권의 단일후보가 되면 지금 같은 네가티브 공격에 노출될 것임을 알았을 것이다. (그것을 몰랐다면 정당도 아니다.) 아마도 지난번 야권 후보 경선이 며칠이라도 늦추어 졌다면 박영선 의원이 후보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되며, 그렇게 되었다면 한나라당은 선거운동도 제대로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박영선 의원을 상대로는 네거티브고 포지티브고 간에 나경원 캠프와 한나라당이 제대로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야권 국민경선은 본선에 취약한 박원순 변호사를 후보로 뽑았고, 민주당의 전략가들은 더 이상 아무런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게 됐다. 박원순 변호사가 당선된다면 그것은 내곡동 사저 문제 같은 MB 정권의 난맥상에 대한 총체적 반감에 힘입은 것이지 후보에 대한 지지나 호감에 힘입은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박원순 후보가 이 같은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진다면 한국의 진보세력은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지만, 이긴다고 해도 그 승리는 ‘상처 투성이’라고 보아야 한다.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많은 비난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정치적인 의미에서 결정적인 것은 없지만 건수 자체가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토론에서도 잘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서울법대 중퇴’ 학력만 해도 별것이 아닌 것 같지만, ‘서울대’와 ‘서울법대’는 엄연히 다르다. 한국 교수들이 미국에 ‘Visiting Scholar’로 한두 학기 머물고 와서 자기 책에다 ‘교환교수’를 했다고 이력을 쓰는 것도 일종의 자격사칭이다.

미국 대학에서 ‘Visiting Professor’라는 명칭을 주는 경우는 정규 과목을 담당하는 경우에 한해서이기 때문이다. (나는 조지타운 대학에서 ‘풀브라이트 방문학자’를 지냈고, 로욜라 로스쿨에서 ‘교환교수’로 한 학기동안 강의를 했다.) 다만 “단국대를 다니면서 공직생활을 할 수 있느냐”는 의문은 박 변호사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대학의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재단에 대해 기업은 기부를 할 수 있고, 거기에 잘못은 없다. 하지만 재단이란 처음 세우는 사람이 대부분 출연을 해서 설립하는 것이 정상이다. 시민운동을 하던 사람이 재단을 만들고, 그러자 대기업들이 줄줄이 기부를 하는 현상은 극히 한국적인 모습이다.

박원순 변호사가 토론에서도 방어만 하느냐고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을 제대로 못한다는 비난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을 지내면서 시장 월급을 아름다운 재단에 전액기증했고, 그것을 크게 홍보했었다. 오세훈씨는 서울시장에 당선되고 나서 환경재단 대표인 최열씨를 시정인수위원장에 임명했고, 서울시 간부들로 하여금 박원순 변호사가 운영하는 희망제작소에서 연수를 받도록 했다.

박원순 변호사가 아름다운 재단을 설립했을 때 조중동은 찬사로 가득찬 기사를 썼다. 특히 중앙일보는 아름다운 재단과 함께 일종의 사업을 한다면서 크게 홍보를 했다. 박 변호사를 대하는 당시의 조중동은 지금과는 180도 다른 것이었다. 나는 당시의 이런 ‘관계’가 대단히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이 ‘비정상적인 관계’는 이 정권 들어서 금방 파탄이 나고 말았다. 박영선 의원이 야권 후보가 되었더라면 단순하고 명료한 ‘심판 선거’가 될 수 있었던 이번 서울시장 보선은 아주 복잡한 방정식이 되어 버린 형상이다. 특히 야권에게 말이다.

www.leesangdon.com 승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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