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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존립의 결정적 위협은 내부의 적
 양동안_
 2014-04-16 19:44:06  |   조회: 3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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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존립의 결정적 위협은 내부의 적


모든 사물의 유지와 변화에 있어서 사물의 내적 모순은 사물의 외적 모순보다 우월한 작용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안보를 이야기할 때 대체로 외부의 적에 대한 방어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실제로 국가안보에 있어서 더욱 중요시해야 할 대상은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다.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데 있어서 보다 결정적인 타격을 주는 것은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기 때문이다.

내부의 적이 외부의 적보다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 정도가 심하다는 점은 세계역사가 입증해준다. 세계역사를 보면, 아무리 작은 국가라도 내부의 적이 없이 국민이 잘 단결해 있으면 외적의 공격에 쉽게 붕괴된 경우가 없고, 아무리 많은 군대를 가진 강대한 국가라도 내부의 적이 많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상태에서 오래 존속한 경우가 없다.

국가의 존립에 대해 내부의 적이 외부의 적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미치게 되는 까닭은 사물의 본질에서부터 비롯된다. 모든 사물의 유지와 변화에 있어서 사물의 내적 모순은 사물의 외적 모순보다 우월한 작용을 한다. 모든 사물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이런 현상이 국가의 존립에 대한 내부의 적과 외부의 적의 영향 차이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내부의 적들은 기존 정치체제나 국가의 혼란 및 와해를 직접적으로 유도하는 투쟁을 전개하기도 하고, 대중에게 허위정보나 국가에 해로운 감정을 전파하여 대중여론을 오도하고, 대중으로 하여금 국가존립에 필요한 일을 방해하거나 그런 일의 수행에 협조하지 않도록 만드는 투쟁을 전개한다.

내부의 적 때문에 국가가 쉽게 붕괴된 20세기의 가장 극적인 예는 월남(南베트남)이다. 반공국가인 월남의 내부의 적들은 공산국가인 월맹(北베트남)의 지휘를 받아 1960년 월남 민족해방전선(통상 베트콩이라 불렀다)이라는 단체를 결성하고 그 산하에 월남 인민해방군이라는 군사조직을 만들어 월남을 붕괴시키기 위한 군사반란을 전개했다.

베트콩은 이처럼 군사반란을 전개하는 것과 병행하여, 대중으로 하여금 월남 정부의 베트콩 반란 진압 및 월맹에 대한 대결태세를 방해하도록 하기 위하여 다양한 사상경향의 시민들을 끌어 모아 대규모 시민운동단체를 만들어 투쟁했다. 베트콩이 비공산경향의 시민들을 끌어 모아 만든 시민운동단체는 ‘평화운동’(1962년), ‘월남 민족자주운동’(1964년), ‘평화수호위원회’(1965년), ‘민족민주평화세력연맹’(1968년) 등이다.

베트콩은 이들 시민운동단체들을 결성함에 있어서 베트콩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은 베트콩 요원들을 앞세워 공작했다. 공작 요원들은 베트콩이 아닌 것처럼 행세하면서 다양한 사상경향의 반정부인사 및 사회저명인사들을 접촉하여 순수한 평화운동-민족운동을 하자고 설득했다. 그러한 위장공작으로 인해 심지어는 반공인사들까지 그런 시민운동단체에 참여하게 되었다. 베트콩은 그런 시민운동단체들의 지도부에는 사회에서 ‘저 사람은 절대 공산주의자가 아니다’라고 인정되는 명망가들을 내세우고 실무부서만 베트콩 신분이 노출되지 않은 베트콩 요원들이 장악하도록 했다. 시민운동단체들은 실무부서를 장악한 베트콩 요원들의 계획에 따라 활동했다.

‘평화운동’, ‘월남 민족자주운동’, ‘평화수호위원회’, ‘민족민주평화세력연맹’ 등 베트콩이 조종하는 시민운동단체들은 베트콩을 월맹에 대해 독립적인 민족주의세력이라고 변호하면서, 월남 정권과 베트콩 간의 적대행위 중지, 월남 정권과 베트콩 및 월맹 정권 간의 평화협상 개최, 미군의 월남전 참전 반대 등을 주장하며 집회·시위를 전개했다. 이들의 평화운동은 월남 정부군 장악 지역에서만 전개되었고, 베트콩 점령 지역이나 월맹에서는 전개될 수 없었다(그런 곳에는 들어갈 수도 없었으니까). 따라서 그들의 평화운동은 월남 정부군의 전쟁수행에만 타격을 주었다.

내부의 적들이 전개한 이러한 평화운동과 민족자주운동의 영향을 받아 월남의 대중은 베트남 전쟁의 사상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미국의 베트남 전쟁 참전을 비판했다. 월남 국민들은 미국이 월남 국민에 대한 공산당 지배를 방지하기 위해 참전한 사실을 무시하고, 미군이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베트남인들을 살상하는 것만 나쁘게 생각했다(그랬던 월남 국민이 월남 공산화 후 월남에서 대거 탈출했으며, 탈출 월남인의 압도적 다수가 자기들의 최종정착지로 미국을 선택한 것은 매우 역설적이다). 월남 대중은 또 평화운동-민족자주운동의 영향을 받아 전쟁을 무조건 혐오하면서 월남이 망하더라도 평화만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 결과 대중은 미군에 공격당하는 베트콩군을 민족주의세력으로 착각하여 동정하고, 심지어는 자기 나라 군대인 월남군의 베트콩·월맹군에 대한 전쟁수행에도 협조하지 않게 되었다.

동족 간에 전개되는 전쟁에서는 대중의 협조를 받지 못한 군대는 절대 이길 수 없다. 월남은 미국의 엄청난 군사적·경제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베트콩·월맹군에 패하여 1975년 4월 30일 붕괴되고 말았다. 북한이 천안함을 격침시키고, 연평도를 포격하는 전쟁도발 행위를 자행한 후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보고 있으면 지난날 월남에서 내부의 적들이 월남을 붕괴시키기 위해 전개했던 투쟁들이 연상된다.

양동안(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2014-04-16 19: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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