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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의 길, 개혁의 길
 이상돈_
 2014-04-05 16:19:53  |   조회: 4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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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4년 4월 2일자 [이상돈 칼럼]

레임덕의 길, 개혁의 길

박근혜 정부 5년 임기의 3분의 1이 지나가고 있다. 돌이켜 보면 여권에는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지난 대선에 개입했음이 밝혀졌고, 국정원이 간첩사건에서 증거를 조작했음이 드러났다. 증거조작은 현 정권 들어 생긴 일이니 변명할 여지가 없다. 이 정도 사안이면 정권을 흔들기에 충분하겠지만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60% 선을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이 향유하고 있는 개인적 지지도가 탄탄한 데다가 야권이 지리멸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권에 유리한 지형이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미니총선 같은 7월 재·보선이 이어질 것이다. 지방선거에선 새누리당이 승리하겠지만, 야당이 기초단체 공천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얻어낸 승리는 독(毒)이 될 수 있다. 여당은 공천을 하고 야당은 공천을 하지 않는 불공정한 게임에서 여당이 대승을 거둔다면 그 결과에 대해 견제심리가 작동할 것이다. 7월 재·보선에서 그런 심리가 나타나면 새누리당은 원내 과반수 의석을 상실할 수도 있다.

6월 지방선거에서의 승리가 박근혜 정부의 승리가 되지도 않을 것이다. 정몽준 의원이 경선에서 승리하고 서울시장에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정 의원 개인의 승리일 뿐이다. 정 의원은 4·11 총선 때 새누리당 열세 지역구에서 혼자 힘으로 당선되는 저력을 과시했지만, 그는 원래 박 대통령과 거리가 있다. 재선에 나서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경기지사 선거에 나서는 남경필 의원도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있는 인물이다. 유정복 의원이 인천 시장에 당선된다면 그는 유일한 친박 출신 광역단체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선거 후 열리게 될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선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이 당 대표로 나선다는데, 누가 대표가 되어도 지금의 지도부 같지는 않을 것이다. 7월 재·보선에선 김문수 경기지사,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 등 이명박 정부의 간판인물들이 대거 출마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역시 박 대통령과 같이 가기가 어려운 사람들이다. 반면 ‘친박 핵심’으로 불리는 인물들로 구성된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 한 해 동안 국정원을 감싸다가 함께 좌초한 형상이다.

김황식 전 총리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서고 박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이성헌 전 의원이 선대본부장을 맡은 것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김 전 총리는 감사원장을 지낼 때 4대강 사업을 감싸는 부실한 감사 결과를 내놓아서 빈축을 샀고, 총리 시절에는 4대강 사업을 옹호하는 데 앞장섰다. 그는 지금도 4대강 사업이 정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때 한나라당 내 소수파였던 친박은 4대강 사업에 부정적이거나 냉소적이었음은 세상이 아는 일이다. 김 전 총리가 항간의 소문대로 ‘친박’의 지지를 받아서 서울시장에 도전하고 있다면 정치집단으로서 ‘친박’은 정체성을 상실하고 만다.

이처럼 전 정권 인사들이 재등장하는 현상은 박근혜 정부에 좋지 않다. 전 정권을 상징했던 인물들이 일선에 복귀하면 박근혜 정부가 전 정권 시절에 있었던 의혹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국민들은 현 정부를 불신의 눈초리로 볼 것이다. 반면 현 정권의 철학과 정책을 대변하고 또 실천해 나갈 집권세력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과거 정권에선 볼 수 없었던 현상인데, 많은 일을 직접 챙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한 해 동안 여당은 야당과 대화하거나 협력하기를 거부했고, 그런 연유로 국회는 기능적으로 마비돼 있다. 물론 매사를 현안에 결부시켜 투쟁하는 야당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지만, 여야 대치에 대해선 여당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판국에 여권의 유력 정치인들이 저마다 마이웨이를 선언한다면 대통령의 리더십은 손상될 것이며, 레임덕 현상마저 생겨날 것이다. 그렇다면 무슨 대책이 있을까?

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약속했던 국민대통합, 경제민주화, 검찰개혁 등 개혁과제를 어느 정도라도 이행하고, 이명박 정권 시절에 있었던 4대강 사업, 해외자원 개발 등 대형의혹을 규명하고 청산해야 한다고 믿는다. 어느 나라에서나 국민들은 권력집단이 저지른 비리와 부정을 척결하는 지도자에게 높은 지지를 보낸다. 김영삼 대통령은 12·12와 5·18 책임자들을 법의 심판대에 올렸을 때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세움은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일이다.

<이상돈 | 중앙대 명예교수>
* 저작권은 경향신문에 있습니다.
2014-04-05 16: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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