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인물탐구①]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정조의 구상과 조심태의 실행을 잇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공학박사에서 수원시 제2부시장 거쳐 시장까지 -수원화성 3대 축제 112만5000명 방문…역사유산을 도시 경쟁력으로 -정조의 도시 비전과 조심태의 현장 행정, 오늘의 수원에서 다시 만나다

2026-10-07     김병철 선임기자

[뉴스타운/김병철 선임기자] 수원은 한 사람의 구상만으로 만들어진 도시가 아니다. 정조대왕이 새로운 도시의 방향을 세웠고, 수원유수 조심태가 그 구상을 현장에서 실행했다. 화성 축성에는 채제공과 정약용을 비롯한 당대의 인재와 수많은 장인·노동자가 참여했다. 230년이 흐른 지금 수원은 완성된 성곽을 보존하는 데 머물지 않고 역사와 문화, 관광과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도시로 이동하고 있다. 그 전환의 한가운데에 도시계획가 출신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있다.

이재준 시장의 이력은 정치보다 도시에서 먼저 시작됐다. 성균관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994년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도시계획과 도시공학 분야에서 연구와 교육을 이어갔다. 협성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도시·환경 관련 위원회에도 참여했다.

연구실에서 다룬 도시가 실제 행정 현장으로 이어진 시점은 2011년이다. 이 시장은 수원시가 공개모집을 거쳐 임명한 초대 제2부시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제2부시장은 도시계획과 환경, 도시재생, 마을만들기 등 수원의 공간과 생활환경에 직결되는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2016년 1월까지 약 5년 동안 제2부시장으로 일했다. 교수와 전문가로 도시를 분석하던 사람이 행정조직 안에서 계획을 조정하고 시민과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제2부시장 경험은 이재준이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도시계획은 도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토지와 교통, 주거와 산업, 환경과 재정이 맞물린다. 한 사업을 추진하려 해도 시민과 의회, 행정기관, 사업자 사이의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계획의 타당성뿐 아니라 사업을 실행할 행정력과 재원,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장이 도시 문제를 개별 시설보다 연결된 구조로 바라보는 배경에는 이 같은 전문성과 행정 경험이 놓여 있다.

이재준 시장을 정조대왕과 연결할 수 있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두 사람을 같은 위치에 놓거나 지도력을 단순 비교하려는 것은 아니다. 시대와 권한, 정치제도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살펴볼 만한 접점이 있다.

정조는 화성을 군사시설 하나로만 구상하지 않았다. 수원화성에는 국방과 행정, 상업과 주거 기능이 함께 담겼다. 새로운 도시를 조성하고 사람과 물자가 모이는 기반을 만들려 했다. 수원화성은 1794년 1월 착공해 1796년 9월 완공됐다. 1997년 12월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정조가 그린 도시의 틀이 200년을 넘어 오늘날 수원을 대표하는 문화유산과 관광자원이 된 것이다.

정조의 구상을 현장으로 옮긴 인물 가운데 조심태를 빼놓을 수 없다. 조심태는 1789년 수원부사로 부임했고 1794년 수원유수에 임명됐다. 수원유수는 오늘날의 수원시장에 견줄 수 있는 자리였다. 수원화성은 채제공이 전체 사업을 총괄하고 조심태가 현장을 지휘하는 체계로 건설됐다.

조심태는 성곽만 쌓은 관리가 아니었다. 정조는 성터와 시설물, 둔전 경영, 장용영 설치 등 신도시 수원의 주요 실무를 그와 논의했다. 수원화성박물관에는 정조가 조심태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어찰첩도 남아 있다. 군주의 구상이 일방적인 명령만으로 실행된 것이 아니라, 현장 책임자와의 보고·협의 과정을 거쳤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다.

정조가 방향을 세우고 조심태가 현장을 맡았다면, 오늘의 수원시장에게는 완성된 역사도시를 다음 단계로 전환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성곽을 보존하는 일과 관광객을 끌어오는 일, 방문객의 소비를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으로 연결하는 일은 서로 분리될 수 없다. 방문객이 잠시 머물다 떠나는 도시와 숙박·식사·쇼핑을 함께하는 체류형 관광도시는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다르다.

최근 공식 수치는 수원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수원화성문화제와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 수원화성 미디어아트로 구성된 2024년 수원화성 3대 가을축제에는 약 107만4000명이 방문했다. 2025년 방문객은 112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4.7% 증가했다. 수원시는 2025년 3대 축제의 경제적 직접 효과를 604억 원으로 분석했다.

2025년 제62회 수원화성문화제는 처음으로 8일 동안 열렸다. 방문객은 약 57만 명으로 2024년보다 123.5% 늘었다. 축제 기간과 공간을 넓히고 시민 참여를 확대한 결과가 방문객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이 수원시의 분석이다. 관광객 수만으로 축제의 성패를 모두 평가할 수는 없지만, 역사문화 콘텐츠가 실제 방문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수원의 관광정책도 성곽 관람 중심에서 경험 중심으로 넓어지고 있다. 행궁동 관광브랜딩과 야간관광, 수원 근대여행 골목길, 통합관광 플랫폼 ‘터치수원’, 확장현실과 가상현실을 활용한 ‘타임슬립 1795 수원화성’, AI 여행비서, 행궁마을 패스 등이 대표적이다. 수원시는 이러한 사업을 바탕으로 2024년 대한민국 관광정책대상 문화관광자원 부문 대상을 받았다.

수원화성은 ‘2025~2026 한국관광 100선’에도 선정됐다. 2026년은 수원화성 완공 230주년이고, 2027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30주년이다. 수원시는 두 해를 ‘수원 방문의 해’로 정하고 국내외 관광객 유치와 관광 수용태세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 기간은 이재준 시장의 도시관이 실제 관광 성과와 지역경제 변화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줄 중요한 시간이다.

관광객 증가가 곧바로 시민의 소득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방문객이 행궁동 일부 지역에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하고, 화성행궁과 성곽을 전통시장·박물관·미술관·공연장·숙박시설로 연결해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교통과 안내, 예약과 결제, 다국어 서비스도 갖춰야 한다. 주민의 생활환경과 관광 활성화가 충돌하지 않도록 소음과 쓰레기, 주차 문제를 관리하는 일도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도시계획가 이재준과 행정가 이재준이 함께 평가받는다. 관광은 행사를 많이 여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이 걷는 길과 머무는 공간, 이동수단과 상권, 문화시설과 주거환경을 하나의 도시 구조로 연결해야 한다. 개별 축제를 넘어 도시 전체를 하나의 관광 동선으로 설계하는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김병철

이재준 시장은 수원시 제2부시장으로 도시계획과 환경, 도시재생 현장을 경험했고 수원도시재단 이사장도 지냈다. 이후 수원특례시장으로 시정의 최종 책임을 맡았다. 전문가와 부시장, 재단 이사장을 거쳐 시장에 이른 그의 이력은 한 도시를 오랜 기간 관찰하고 계획과 집행을 함께 경험했다는 점에서 특징이 있다.

그러나 전문성은 그 자체로 성과가 될 수 없다. 도시계획의 언어를 시민의 일상으로 바꾸고, 계획을 예산과 사업으로 구체화해야 비로소 평가받을 수 있다. 관광객 수와 경제적 효과 역시 산출 방식과 조사 범위를 함께 공개해야 신뢰를 얻는다. 외지인과 외국인 방문이 얼마나 늘었는지, 방문객이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지역 상권 매출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도 지속해서 확인해야 한다.

정조는 수원에 새로운 도시의 가능성을 심었다. 조심태는 그 구상을 성곽과 행정체계, 도시 기반으로 구현했다. 이재준 시장에게 주어진 일은 두 사람이 남긴 역사를 재현하는 데 있지 않다. 역사유산을 시민의 삶과 현대 도시의 경쟁력으로 이어가는 데 있다.

수원화성은 이미 완성된 유산이다. 그러나 수원이라는 도시는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다. 성 안과 밖, 원도심과 신도시, 역사문화와 첨단산업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이재준 시장 앞에 놓인 과제다. 정조의 구상과 조심태의 실행이 남긴 수원에서 도시계획가 출신 시장이 어떤 다음 장면을 만들어낼지 주목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자메모/ 이재준 시장을 정조대왕과 동일시하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적절하지 않다. 정조는 왕권을 가진 군주였고 이 시장은 선거로 권한을 위임받은 지방정부의 책임자다. 다만 정조가 도시의 방향을 제시하고 조심태가 현장을 책임졌던 과정은 오늘날 지방행정에도 시사점을 준다. 비전은 실행계획으로 이어져야 하고, 방문객 증가는 시민과 상인의 실질적인 이익으로 연결돼야 한다. 이재준 시장에 대한 평가는 역사적 상징이 아니라 확인 가능한 결과로 이뤄져야 한다.

본지는 다음 [김병철 인물탐구②]에서 도시계획가 이재준이 행정가와 정치인으로 전환한 과정을 살펴본다. 수원시 초대 제2부시장 재임 당시 맡았던 도시계획·환경·도시재생 분야와 시민참여 행정 경험을 확인하고, 전문가의 구상이 시장의 결정과 실행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 공식자료를 중심으로 조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