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시선③] 안성시의 송·변전시설 교부세 건의, 숫자 다음은 정부의 답이다
-안성시 등 13개 시·군, 2020년 일몰된 수요 항목 재도입 건의 -과거 산식은 ‘주변지역 면적’ 기준…현재 수요와의 연결이 설득력 가를 것 -공동 건의의 다음 단계는 지자체별 근거 정리와 행안부의 검토 기준 공개
[뉴스타운/김병철 선임기자] 송·변전시설이 지나는 지역의 재정 수요를 보통교부세에 다시 반영해 달라. 안성시를 비롯한 13개 시·군이 정부에 낸 공동 건의는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안성시가 2026년 9월 4일 경기도와 행정안전부에 제출한 문서는 2017~2019년 운영된 뒤 2020년 일몰된 ‘송·변전시설 수요’ 항목의 재도입을 요구한다. 세 편에 걸쳐 건의 내용과 과거 산정액을 살펴봤다면, 마지막에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정부는 무엇을 기준으로 답해야 하는가.
안성시의 건의를 돕는 길은 시설이 있는 지역의 사정을 크게 말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이미 낸 자료의 강점을 분명히 하고, 정부가 판단할 때 필요한 현재의 근거를 보태는 데 있다.
강점은 있다. 안성시는 혼자 요청하지 않았다. 경기 안성·양주·여주·양평을 포함한 13개 시·군의 동참을 모았다. 과거 적용 기간도 제시했다. 2019년 전국 관련 수요액 382억 6900만 원과 안성시 수요액 7억 4800만 원은 제도가 한때 실제 산정 항목으로 운영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금액 모두 조정률 적용 전 수요액이다. 실제 교부액이나 재도입 이후 예상 수입은 아니다.
산식도 제안했다. 안성시가 제출한 붙임1은 ‘송·변전시설 주변지역 면적’에 동종 지자체의 면적당 지역관리비 표준행정수요액과 10%를 적용하는 과거 방식을 다시 쓰자고 한다. 이는 송전탑의 개수만 세어 보상액을 정하자는 요구와 다르다. 주변지역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재정 수요를 보통교부세 계산에 담자는 제안이다.
여기서부터 안성시가 보완할 지점도 보인다. 붙임1에 적힌 안성시의 산정 대상 주변지역 면적은 2017년과 2018년 106.249㎢, 2019년 105.195㎢다. 이 수치는 과거 산식이 적용된 면적이다. 지금도 같은 범위에 같은 수요가 발생한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니다. 현재 시설 현황과 주변지역 범위, 관련 행정업무 및 지출을 과거 자료와 구분해 제시한다면 건의의 설득력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지자체가 실제로 수행하는 일을 분류할 필요가 있다. 안성시의 동참 요청 공문은 송·변전시설 관련 민원 중재, 주민복지사업, 주변 환경 개선을 행정·재정 수요로 들었다. 각 업무가 언제, 어느 지역에서, 어떤 재원으로 이뤄졌는지 정리하면 ‘시설이 있어서 부담이 있다’는 주장에 구체성이 생긴다. 그 과정에서 이미 다른 제도나 사업비로 지원받는 부분이 있다면 함께 표시하는 편이 좋다. 같은 수요를 중복해서 계산하는지 묻는 질문에도 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13개 시·군의 참여 역시 공동 명단에 머물러서는 아깝다. 첨부된 의견서를 보면 영월군은 2019년 약 1억 1000만 원의 송·변전시설 수요가 산정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다른 지자체들도 재도입에 동의하거나 각 지역의 부담을 설명했다. 향후 시설 현황과 지역별 행정 수요를 같은 기준으로 정리한다면, 이번 요구가 안성시 한 곳의 특수한 사정인지 여러 지역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산정 문제인지 정부가 더 분명하게 판단할 수 있다.
정부에도 설명할 몫이 있다. 행정안전부는 보통교부세를 지방정부의 기준재정수요액과 기준재정수입액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이번 건의에 대한 답변도 그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현행 산정 항목이 송·변전시설 주변지역의 수요를 이미 반영하고 있는지, 별도 항목이 필요하다면 과거 면적 기준을 다시 쓸 수 있는지, 다른 지자체와의 배분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밝혀야 한다. 이는 정부가 이미 내놓은 검토 결과가 아니라, 공동 건의에 답하기 위해 검토해야 할 쟁점이다.
안성시가 원하는 결론을 정부가 아직 결정한 것은 아니다. 공동 건의서를 제출했다는 사실과 산정 항목의 재도입이 확정됐다는 말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제도가 일몰됐다는 이유만으로 지역의 수요를 살피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과거 항목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같은 산식을 그대로 되살려야 한다는 결론도 낼 수 없다.
이번 건의가 힘을 얻으려면 안성시는 과거 산정액에 현재의 행정 수요를 연결하고, 행안부는 그 자료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답해야 한다. 전력망은 지역의 경계를 넘어 쓰인다. 그 시설이 놓인 지역의 재정 수요를 얼마만큼 인정할 것인지는 공개된 근거와 산식으로 판단하는 것이 맞다. 13개 시·군의 공동 건의는 그 판단을 정부에 요청한 것이다.
기자메모/ 안성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대목은 ‘과거에 얼마가 반영됐는가’ 다음이다. 현재의 주변지역 범위와 행정업무, 실제 지출, 기존 지원 내역을 같은 기준으로 정리하면 건의가 구체적인 제도 검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확인된 성과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제출된 건의서의 논리를 보강하기 위한 제안이다.